김유준 감독의 ‘스트레인저(STRANGER)’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손으로 벽화를 그리던 소라(설가은 분)에게 처음 보는 아저씨(정희태 분)가 나타난다.
감독은 자세한 설명이 없이 이미지적으로 내재된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아름다운 미장센이 어쩌면 아이를 유괴하는 장면이라고 오해할 수도 있다. ‘늙으면 아이 된다’라는 속담을 자폐와 치매의 교차 표현한 작품으로, 전체를 깨닫고 나면 무척 감동적이라고 느끼게 되는 영화이다.
◇ 소녀의 너무 소녀다운 행동, 알고 보면 소녀보다 더 소녀처럼 보호해줘야 한다
‘스트레인저’는 모르는 사람이 위험한 사람이라는 기본적인 전제 조건을 넘어, 아는 사람이 모르는 사람이 되는 치매의 아픔을 내포하고 있다. 소녀의 너무 소녀다운 행동이 직설적으로 표현된 것이 아니라, 상징적으로 표현됐다는 것을 깨닫게 되면 더욱 마음이 안쓰러워진다.
메로나 소년(배우민 분)의 아이스크림이 녹아서 떨어지는 것과 소녀의 핑크색 페인트가 손에서 떨어지는 것은 강렬한 색감과 함께 상징적인 이미지에서의 구체적인 교감을 전달한다.
◇ 가족의 아픔과 노고를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
부모의 보호를 받던 아이가 부모로부터 실종됐을 때 더 이상 부모의 보호를 받지 못하는 순간 아이는 세상이 없어진 것 같은 멸절(滅絕)의 고통을 받는다. 부모 또한 죄책감 속에 멸절의 고통을 느낀다.
치매 노인의 경우도 비슷하다고 볼 수 있다. 기억이 안 나는 상황에서 여기가 어딘지 모르고 내가 누구인지도 모르는 상황에서는 멸절의 고통을 느끼게 되는데, 그 멸절의 고통조차도 치매로 잊어버릴 수도 있다. 치매 노인을 찾는 가족의 경우 누군가가 유괴하지 않았어도 돌아오시지 못할 수 있다는 두려움에 멸절의 고통을 느낄 수 있다.
‘스트레인저’는 그런 가족의 아픔을 담고 있고, 가족의 아픔과 노고를 생각하게 만든다. 설명을 해도 제대로 전달할 수 없기에 마음이 더욱 아프고, 이번 한 번으로 끝나지 않고 반복될 것이라는 두려움은 지속된다.
◇ 플래시백으로 다시 한 번 상황을 돌려서 보여줬으면?
‘스트레인저’는 영화 초반에 내용을 파악한 관객은 감정이입해서 몰입할 수 있지만, 그렇지 않은 관객은 다른 두려움으로 영화를 봐야 한다. 만약 감독이 그런 점을 의도했다면 효과적으로 반영됐다고 볼 수도 있는데, 결과가 나온 이후에 플래시백(flashback)으로 다시 보여줬으면 어떨까 생각해본다.
플래시백은 과거의 회상 장면이나 그 장면의 표현 기법을 뜻하는데, 어린 소녀가 스스로 자기를 생각하고 있는 모습을 다른 사람이 일반적으로 보는 모습으로 다시 한 번 영화를 볼 수 있다면 관객들은 소급해서 더욱 감동적일 수 있다.
플래시백을 할 때 시점은 소녀의 시점이 아닌 아저씨의 시점 혹은 메로나 소년의 시점으로 해도 좋을 것이라고 생각된다. 가족의 마음을 다시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