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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ASMR’(감독 염지호)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20)

발행일 : 2018-02-02 10:55:57

염지호 감독의 ‘ASMR’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화는 매일 같은 시간 Eating ASMR을 하는 남자(최장천 분)의 모습을 담고 있다.

ASMR(Autonomous Sensory Meridian Response;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은 시각적, 청각적, 촉각적, 후각적, 인지적 자극에 반응해 나타나는, 쾌감이나 심리적 안정감 같은 감각적 경험을 일컫는 말로, 증거는 많지만 아직 검증이 필요한 현상이기도 하다.

‘ASMR’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ASMR’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영화 속 남자의 모습을 통해 추정한 ASMR

‘ASMR’에서 감독은 영화 속 남자가 자율 감각 쾌락 반응을 느끼는 게 아니라 먹는다고 표현하는데, 먹는 것에 중점을 둔 표현일 수도 있고, 먹음으로써 느낀다는 것을 강조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남자는 컵라면, 삼각 김밥 등을 먹는데, 같은 시간이라는 공통점, 음식이라는 공통점 이외에도 먹을 때의 공통적인 규칙을 적용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영화에 등장한 음식은 모두 패스트푸드인데, 포장을 개봉하는 것을 마치 중요한 의식을 치르듯 슬로(slow)로 진행한다.

남자는 컵라면 뚜껑을 뜯는 소리, 삼각 김밥 비닐을 벗기는 소리, 음식을 씹는 소리가 모두 음미한다. 포장을 벗길 때의 시각적 자극과 손끝에서 느껴지는 촉각적 자극, 포장이 뜯기는 청각적 자극, 관객이 직접 확인할 수는 없지만 음식이 주는 후각적 반응과 이 모든 것이 어울린 인지적 자극이 패스트푸드를 먹는 과정에 모두 포함돼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 ASMR을 추구하는 이유는 무엇일까?

ASMR을 추구하는 이유에 대해 영화에서는 별다른 언급은 없다. 같은 시간에 같은 행동을 통해 같은 자극을 추구한다는 것은, 같은 방식의 반복이 변수를 없애 불안감을 저하시키고 심리적 안정감으로 이어지기 때문일 수도 있다.

같은 음식을 반복해 먹는 것만이 아닌 먹는 방식까지도 일정하게 유지하는 것은 안정감과 소속감을 충족시킬 수 있을 것이다. 소속의 안정감은 보호라는 측면에서 볼 수도 있지만 변수가 줄어들어 내가 별도로 대처해야 하는 것이 줄어든다는 것을 뜻하기도 하는데, 같은 방식의 반복은 일종의 소속감과 같은 효과를 줘 안정감을 느끼게 만들 수 있다.

불규칙할 수밖에 없는 삶을 살면서 그 안에 규칙을 만들어 심리적 안정감, 안전감을 찾으려는 노력은 기본적으로 삶이 외롭고 재미없기 때문일 수 있다. ‘ASMR’을 보면 ASMR을 본격적으로 다루는 영화가 나올 수도 있고, 의미 있는 메시지를 던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든다.

‘ASMR’ 염지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ASMR’ 염지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아이디어와 관찰력 하나로 만든 의미 있는 단편영화

‘ASMR’은 남들이 영화로 만들지 않은 참신한 소재와 신선한 아이디어, 그리고 디테일한 관찰력과 통찰력만으로도 멋진 단편영화가 만들어질 수 있다는 것을 증명했다. 유튜브에 올렸으면 그냥 재미를 주는 영상이 됐을 수도 있는데, 영화적으로 만들겠다는 생각을 했다는 것 자체가 돋보인다.

‘ASMR’은 현상을 관찰하는데 역점을 뒀는데, 만약 내면에 깊숙이 갈 경우 파급력은 형언할 수 없을 정도로 커질 수도 있다. ASMR이라는 소재를 통해 영화를 본 관객이 ASMR을 느끼게 만든다면, 다양한 해석이 가능할 것이고 관객과 평단의 관심을 끌기에 충분할 것이다.

이번 영화제에 염지호 감독이 출품한 ‘ASMR’과 ‘쓰레기’는 하나의 소재를 한 명의 남자가 주도적으로 이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는데, 다양한 인물이 각자의 이야기를 함께 펼치는 영화를 만들 때 구성이 더 촘촘해질지의 여부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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