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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객관적 연애담’(감독 전진융)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21)

발행일 : 2018-02-02 11:07:07

전진융 감독의 ‘객관적 연애담(Objective Love Story)’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재일 동포 남자가 한국에서 여자를 만나는데, 그는 연애를 통해서 정체성을 찾는다.

일본어 내레이션으로 펼쳐지는 이 영화는 감독의 고백서이거나 판타지라고 생각되는데, 국적이 각각 다른 사람과의 연애를 통해서 한국과 자시를 찾아가는 과정은,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이라는 관점에서 더욱 명쾌하게 해석할 수 있다.

‘객관적 연애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객관적 연애담’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읽어주는 일기 느낌의 일본어 내레이션! 전진융 감독의 고백서 또는 판타지라는 생각이 든다!

‘객관적 연애담’은 읽어주는 일기 느낌의 일본어 내레이션으로 진행된다. 감정에 대한 솔직한 표현은 공감을 자아내는데, 전진융 감독의 고백서 또는 판타지라는 생각이 든다. 한국을 찾아가는 과정은 남자 주인공이 자기를 찾아가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그 방법이 연애라는 점은 흥미롭다.

어떤 시야로 보는지에 대한 궁금함은 재일교포와 국내 거주 한국인 모두가 서로에게 가지고 있을 것이다. 남자 주인공은 눈에 보이지 않는 벽을 넘을 수 있을지에 대해 언급하는데, 벽을 넘는다는 것은 소속의 안정감을 찾는다는 것이고, 이는 곧 안전하다고 느끼고 생각하는 것으로 이어질 수 있다.

한국에 대한 이미지로 ‘맛있는 음식의 나라, 춤과 노래의 나라, 즐거운 밤의 나라’가 언급되는데, 다 맞는 이야기라고 고개를 끄덕이면서 우리나라는 좋은 나라라고 생각하게 든다.

◇ 대상관계이론,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의 관점을 적용하면

공감의 중요성을 강조해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은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시했다. 코헛은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종류가 있다.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은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 힘없는 자기를 강하고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의 대상과 융합해 불안한 느낌을 줄이기 위해 찾는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 자기를 반영하고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이다.

‘객관적 연애담’에서 남자 주인공은 한국에서 만난 여자를 통해서 자기의 모습을 확인한다. 나래(최혜진 분)는 한국을 느끼게 만드는 사람이라고 표현하며, 이탈리아인과 한국인의 혼혈인 소피아(홍민혜 분), 일본인 미사키(카와사키 마미 분)와의 연애를 통해서 자기를 확인한다.

남자 주인공은 세 여자를 거울 자기대상으로 삼은 것인데, 한국에서 만나는 여자를 통해 정체성을 찾았다는 점이 핵심적인 근거가 된다. “어떤 의미가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나를 알고 있었다.” 오직 그 사실 하나만으로도 나는 나대로 있어도 되는 거 아닐까“라는 내레이션은 자기 존재의 확인 및 거취 여부 결정을 거울 자기대상을 통한다는 것을 명확하게 알려준다.

자기대상을 통해 자기의 모습을 보게 되는 것인데, 남자 주인공이 한국에서 연애를 하지 않았다면 정체성을 찾을 수 없었다고 결론을 내리는 것에 주저하는 관객도 있을 것인데, ‘자기대상’이라는 관점에서 해석하면 명확하다.

‘객관적 연애담’ 전진융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객관적 연애담’ 전진융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재일교포의 시야와 다른 교포의 시야를 교차돼 만들었다면?

‘객관적 연애담’은 지금 자체로도 충분히 재미있고 감동적인 작품이다. 그런데, 만약 재일교포의 시야로만 전개되지 않고, 재미교포 등 다른 시야가 병행해 전개된다면 또 다른 재미와 호기심을 줄 수 있을 것이다.

‘객관적 연애담’에서도 그런 측면을 보완한 게 한국인 여자, 혼혈 한국인 여자, 일본인 여자를 등장시킨 것인데, 일본에 대해 감정이 자유롭기 쉽지 않은 우리 현실을 비춰볼 때 병행해 전개됐을 경우 더욱 객관적으로 느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이것 또한 편견의 일부이기도 하다.

완전 이방인도 아니고 완전히 익숙한 시야를 가진 것도 아닌 전진융 감독이, 신선하지만 더 밀착된 소재로 더욱 재미있는 이야기를 꾸준히 들려주기를 바란다. 감독은 스토리텔링 능력과 조근조근 말하며 공감을 얻는 솜씨가 좋은데, 이를 지속적으로 발전시켜 멋진 영화를 만들기를 바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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