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진융 감독의 ‘한국식(Korean style)’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중국동포 정화(윤태희 분)는 식당에서 열심히 일하고 있지만, 한국에서 인정받기는 쉽지 않다.
영화는 중국동포에 대한 차별을 담고 있는데, 선입견에 의한 말과 행동이 상대방에게 얼마나 상처를 주는지 보여주고 있다. 정화는 원칙을 지키지 않고 편할 때만 한국식이라고 말하는 것에 대한 일침을 가하는데, 중국동포를 대할 때뿐만 아니라 일반적으로 우리가 저지르는 모순에 대한 일침인 것이다.
◇ 동포와 교포를 은연중에 무시하는 태도
‘한국식’에서 식당의 한국 종업원 희숙(오태은 분)과 사장(백인남 분)은 은연중에 정화를 무시하는 태도를 취한다. 일본과 중국을 함부로 무시해도 되는지는 차치하고라도, 영화는 중국동포와 중국인을 동일시하고 일본교포와 일본인을 동일시하는 우리의 태도를 환기시킨다.
눈앞에 대고 말하는 지역에 대한 비하 발언은 개인에 대한 비하 발언으로 직접적으로 이어지는데, 말하는 사람은 그렇게까지 심한 생각을 가지고 있지 않은 채 한 말일지라도 상대에게는 큰 상처를 줄 수 있다는 것을 ‘한국식’은 보여준다.
아르바이트를 하거나 계약직으로 일하는 사람에게는 모두 해당될 수 있는 내용인데, 외국에서 온 중국동포의 경우 그들을 보호하는 사람이 없기 때문에 더욱 가혹하게 여겨질 수 있다.
◇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이 필요하다
‘한국식’에서의 잘못된 행동들은 중국동포를 감싸 안아야 한다는 관점보다는,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의 관점에서 바라볼 필요가 있다. 누구나 기본적인 인권을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누가 갑인지 을인지에 상관없이, 외국에서 왔는지 아닌지에 상관없이 공평하게 대해야 하는 것이다.
소외된 사람, 억울한 사람에게 어떻게 해야 할 것인가를 결정해야 할 때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기준으로 삼는다면 어렵지 않게 합리적인 선택을 할 수 있다. 애국심, 민족애보다 인간의 존엄성이 훨씬 더 근본적인 가치이기 때문이다.
◇ 손님이 중국 사람이었다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한국식’에서 손님(신주협 분)은 깨끗하게 씻기지 않은 용기에서 요리된 음식에서 냄새가 난다고 말한다. 여기서 만약 손님이 한국 사람이 아니라 중국 사람이거나 동포였으면 이야기는 달라졌을까?
종업원인 정화에게 한국에서는 한국식을 따라야 한다며, 실제로는 한국식이 아닌 비합리적인 차별을 행하는데, 손님에게도 한국식을 따라야 한다며 비합리적인 차별을 할 수 있을까? 만약 그렇게 된다면, 종업원에 대한 차별 문제보다 더 날선 이야기가 펼쳐졌을 수도 있다.
영화제 기간과 동계올림픽 개막은 시기적으로 겹치는데, ‘한국식’을 보고 나니 한국식이라는 단어가 정말 멋진 단어로 사용되기를 진심으로 바라게 된다. 우리가 우기는 한국식이 아닌 다른 사람들이 부러워하는 한국식이 정립됐으면 좋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