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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감독 김보영)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24)

발행일 : 2018-02-02 11:42:03

김보영 감독의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인력사무소에서 만난 우부장(이우진 분)과 고대리(이재인 분)는 일자리를 놓고 대결을 해야 한다.

영화 제목은 영화 내용을 어느 정도 짐작하게 만드는데, 알면서도 몰입할 수 있도록 긴장감을 유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소장(김재록 분)을 비롯한 등장인물들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분리된다는 점도 눈에 띈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우부장에게 감정이입한 관객, 나도 저런 면이 있지 않을까 반성할 수 있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우부장과 소장이 기본적인 정서를 만들면서 나간다. 소장은 인력을 배치하는 역할을 하고, 우부장은 잡부의 일을 얻으려고 인력사무소에서 대기하고 있는 사람이기 때문에 관객은 소장에게 감정이입하기보다는 우부장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다.

큰 회사의 부장 출신으로 직장을 잃고 인력사무소에 처음 온 우부장을 보고 나도 저렇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하는 관객은, 안쓰러움과 동정의 마음으로 우부장에게 감정이입할 가능성이 많다.

영화에서 어떤 인물이 얄미운 짓을 하면 대부분 제3자의 시각으로 보게 되는데, 내가 감정이입한 인물이 그런 행동을 하면 마치 내가 직접 그런 일을 한 것처럼 깊게 들어가 생각하게 된다.

감독은 페어플레이하지 않는 야비한 행동을 밖에서 쳐다보게 만들지 않고 관객이 그 안으로 들어오게 만들어, 나도 모르는 내면의 악함을 들여다보게 만들고 있다. 관객은 성향에 따라서 우부장을 두둔할 수도 있고, 나도 저런 면이 있지 않을까 반성할 수도 있다.

◇ 사람들에게 익숙한 예능 프로그램의 형식을 차용하다

우리나라 사람들은 유독 내기를 좋아한다. 회사에서 간식을 살 때도 돌아가면서 사거나 상관이 비용을 전적으로 부담하기보다는 사다리를 타는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게다가 사다리를 타는 것을 당연한 규칙으로 여긴다.

예능 프로그램에서는 복불복으로 결정하는 경우가 많다. 단순히 선택을 하는 것에 머물지 않고 누군가가 작은 괴로움을 겪는 것을 보며 다른 사람들이 희열을 느끼는 것에 익숙해져 있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이런 성향과 취향을 반영해 이야기를 재미있게 이끈다. 복불복으로 일자리를 배정하는 것에 대해 처음에는 합리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던 관객도, 반복되는 복불복 속에 빠져들 수 있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김보영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 김보영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캐릭터가 명확하게 분리된다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는 우부장과 고대리, 소장의 캐릭터가 명확하게 구분된다는 점이 주목된다. 규칙을 지킬 것 같지만 절대 페어플레이를 하지 않고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는 거짓말도 죄책감 없이 할 수 있는 우부장과 당한 적이 있으면서도 측은지심 때문에 또 속아 넘어가는 고대리의 캐릭터는 겹치는 부분이 없다.

소장은 기괴한 캐릭터 같지만 나름 합리적이다. 인력 배치에 있어서 사적인 친분이나 영향력을 발휘하지 않고 복불복에 의해 결정하는데, 패자가 쉽게 받아들일 수 있도록 코믹한 상황을 연출한다. 다른 인력사무소는 15%의 수수료를 받는데, 5%만 받는다는 점도 노동자의 입장에서 봤을 때는 합리적인 것이다.

단편영화는 인물의 캐릭터를 구축해갈 시간이 많지 않고, 너무 이질적인 캐릭터는 조화를 이루지 못한다는 단점을 내포하고 있기 때문에, 재미있게 진행되면서도 캐릭터 분리를 명확히 하고 있는 ‘페어플레이는 아직 이르다’의 설정은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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