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원 감독의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Being in love with someone is)’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어린 배우가 짝사랑에 실패하고 나서 그 감정을 연기로 소화하면서 성장한다.

지유 역의 이지원은 정말 서툴게 못하는 연기부터 무척 사랑스러운 표정 연기, 밝은 에너지를 머금은 연기, 다양한 감정을 동시에 표현하는 연기까지 여러 모습을 보여줘 앞으로의 성장이 더 기대되도록 만들었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경험을 통해 연기가 향상되는 이유는 내면이 성장하기 때문?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에서 지유는 사랑에 실패한 경험을 통해 감정 연기가 성장한다. 경험을 통해 연기가 느는 이유는 경험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기 때문인데, 내면을 성장시킬 수 있는 여러 가지 방법은 연기력을 높이는데 모두 도움을 줄 수 있다.

지유가 재호(정성인 분)와 아영(박예주 분)의 칭찬을 받은 후 연기력이 더욱 늘었다는 점은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칭찬은 고래도 춤추게 한다는 문구로 표현할 수도 있지만, 좀 더 깊숙이 들어가면 칭찬을 받는 확인의 과정을 통해 내면이 성장하게 되고, 잘 한 성과와 경험에 대한 확신을 가지게 되기 때문이다.

◇ 물소리를 여러 가지 방법으로 표현하는 청각적 이미지화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물소리를 듣는 기분이라고 지유는 말한다. 그 이후로 완전히 빠져있는 기분이 들었다고도 말하는데, 종소리가 아닌 물소리에 비유한 이유는 영화를 계속 보면 추정이 가능하다.

욕조에 물이 차는 물소리, 욕조가 흘러넘치는 물소리, 세면대에 있던 물이 빠지는 물소리는 상황을 표현하면서 그때의 지유 마음을 동시에 이미지적으로 나타내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종소리로 표현한 후 지유가 있는 여러 곳에서 종소리를 반복했으면 작위적인 느낌을 줬을 수도 있는데, 물소리로 선택해 자연스럽게 생활 속에서 청각적 이미지를 구축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 정혜원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기대되는 연기 유망주 이지원

‘누군가를 좋아한다는 것은’에서 이지원이 연기 못하는 연기를 할 때는 진짜 연기 못하는 배우처럼 보인다. 상대방을 바라볼 때 하트를 뿅뿅 보내는 무척 사랑스러운 눈빛은, 실제로 이 사람과 사귀면 무척 행복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만든다.

밝은 에너지가 얼굴의 표피 바로 앞까지 준비하고 있어서 환하게 웃을 때 한 번에 상대방의 마음을 열게 만드는 표정 연기도 인상적인데, 진짜 좋아 죽겠다는 표정을 표출할 때는 소녀 같은 느낌도 준다.

사랑에 실패한 후 감정을 연기로 소화하는 장면은 신인급 배우가 아닌 톱클래스의 배우 같은 느낌을 주며, 문장과 문장 사이의 짧은 시간을 여백으로 남길 수 있는 여유가 있다는 점 또한 흥미롭다.

이지원은 영화와 연극에 모두 어울릴 수 있는 목소리와 발성을 가지고 있다. 개성 있는 연기와 자연스러운 역할 모두 가능할 것으로 예상되며 긴 호흡으로 진행되는 드라마에서는 서서히 그렇지만 강하게 주목받을 수 있는 스타일로 여겨진다.

영화 속 작품에서 “사랑해! 진욱아!”라고 말할 때 이지원은 목소리는 원하면서도 눈빛은 원망하는 마음과 갈구하는 마음을 동시에 표현하고, 입모양은 조심스럽게 용기 내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고 있는데, 이런 복합적인 표정 연기가 가능하다는 점은 이지원이 얼마나 성장할지 무척 기대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