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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최소한의 예의’(감독 이안젤라)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26)

발행일 : 2018-02-02 12:53:28

이안젤라 감독의 ‘최소한의 예의’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이등병 상엽(이승원 분)은 연락이 닿지 않는 여자 친구 민아(이설 분)를 찾아간다.

상엽의 탈영과 추적을 담고 있는 로드무비로 시작한 영화는, 영화 제목이 주는 상징적인 메시지를 던진 후 음악 영화로 마무리된다. 충분히 예상 가능한 스토리로 정서를 이끌어 가다가 절대 예상하기 힘든 반전을 주는데, 순간 어색할 수 있지만 이내 익숙해진다는 점이 흥미롭다.

‘최소한의 예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최소한의 예의’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사랑 앞에서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 세상이 끝날 것 같은 멸절(滅絕)의 언어를 반복해 부정적인 라포르(rapport)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최소한의 예의’에서 상엽은 정말 사랑 앞에서는 물불을 가리지 않는 스타일이다. 군 생활을 주도적으로 하지는 못하지만, 사랑을 찾아가는 데는 누구보다도 주도적이라는 점이 눈에 띈다.

영화 속에서 표현되지는 않지만, 상엽의 성향으로 볼 때 군 입대 전까지 오늘이 마지막인 것 같은 사랑을 매일 했을 수도 있다. 그렇기 때문에 입대 날짜가 다가올수록 세상이 멸망해 없어질 것 같은 멸절을 앞둔 사람처럼 행동했을 수 있고, 세상은 없어지지 않았지만 멸절의 공포에 훼손된 상엽과 민아의 관계는 회복이 어려워졌을 수 있다.

민아는 예전에 상엽과 진심으로 사랑했던 것이 맞고 이제는 그 사랑이 끝났다고 담담하게 이야기하는데, 세상이 끝날 것 같은 용어를 반복해 부정적인 라포르를 형성했을 수도 있다.

라포르는 주로 두 사람 사이의 상호신뢰관계를 표현하는 심리학 용어인데, 단순히 마음의 교감이 정신적으로만 이뤄지는 게 아니라 동일한 행동의 모방 및 반복, 지속적으로 말하고 듣는 단어와 문장으로 인한 상호영향에 의해서 형성된다.

‘최소한의 예의’ 이안젤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최소한의 예의’ 이안젤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탈영보다도 더 발칙한 마무리, 음악 영화의 서정성을 어울리게 만드는 디테일

‘최소한의 예의’에서 상엽과 민아가 형성했던 라포르는 음악을 통해서 재확인된다. 노래는 리듬뿐만 아니라 가사가 가지는 상징성이 라포르의 경험을 다시 소환하는데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것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마치 오페라를 보는 듯한 급진적인 반전에 관객은 잠시 멈칫할 수도 있지만 이내 익숙해질 것이다. “왜 내가 아는 저 많은 사람은 사랑의 과걸 잊는 걸까 좋았었던 일도 많았을 텐데 감추려 하는 이유는 뭘까”라는 주주클럽의 ‘나는 나’는 이 노래를 처음 듣는 세대에게는 영화 OST처럼 들리겠지만, 그 이전 세대에게는 추억을 소환하는 장치로 작용할 것이다.

음악 영화로 마무리하는데 어울리도록 디테일에 주목할 필요도 있는데, 타도의 대상이 화음의 대상이 되고 노래를 못 부르다가 기타 연주가 함께 하니 잘 부르게 되는 모습을 통해 급반전의 빈 공간을 채우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기악 연주 없이 노래 부를 때보다 기타 연주에 노래를 더 잘 부르는 것은 노래방 세대인 것을 인증하기 위한 작은 신호처럼 생각되기도 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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