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봉 감독의 ‘감사합니다(An Appreciation)’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무명 배우 고영철(송철호 분)은 촬영 현장에서 어려운 역할을 한다. 그에게 갑자기 주어진 주연 오디션의 기회, 하지만 심사원들의 반응이 신통치 않다. 영철의 마지막 절규가 이어진다.
마치 극한 직업 체험을 하는 것 같은 송철호의 몰입된 연기는 감탄과 응원을 하게 만드는데, 영화 제목은 극중 배우의 의지를 표현한 긍정적인 의미로 생각할 수도 있고, 대놓고 뭐라고 할 수 없는 상황에서 반어적으로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 극한 직업 체험 느낌의 촬영과 오디션 참석
‘감사합니다’에서 고영철은 송창환(김유동 분)의 상대역으로 액션신을 촬영하고, 촬영장을 겸한 오디션 현장으로 옮겨 다른 영화의 주연 오디션을 본다. 두 장소에서 연기를 위해 몸을 불사르는 고영철의 모습은 마치 극한 직업 체험 같은 느낌을 준다.
도면을 폼 나게 그리며 일할 것 같은 건축기사는 직접 망치를 들고 현장을 누비고, 멋있게 비커를 들여다보며 실험할 것 같은 연구원은 유독가스나 가장 더럽거나 위험한 대상과 늘 함께 하는 것처럼, 스크린의 별인 것 같은 배우가 웬만한 극한 직업 이상으로 힘든 작업을 하고 있다는 것을 ‘감사합니다’는 보여주고 있다.
몸을 혹사하면서도 최선을 다하는 영철의 모습은 마냥 웃을 수도 마냥 안쓰럽게 생각할 수도 없는 웃픈 상황을 만들고 있는데, 배우와 스태프들 또한 남다른 느낌을 받을 것으로 생각된다.
◇ 현장의 모습을 거칠고 생생하게 표현한 카메라, 진지한 것 같으면서도 작은 일탈을 보여주는 설정
김원봉 감독은 ‘감사합니다’에서 현장의 모습을 거칠고 생생하게 표현했다. 배우가 되고픈 욕망을 표현하면서 안정적인 카메라 구도에서 일부로 벗어나기도 했고, 주변 상황을 독특하게 설정하기도 했다.
오디션 장소를 스튜디오가 아닌 촬영 장소로 설정하기도 하고, 오디션을 보는 동안 그 옆에서는 촬영을 하기도 한다. 프리 프로덕션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상태에서 촬영이 감행된 것을 표현했다기보다는, 빠른 진도로 나아가는 감독의 상상력을 복합적으로 표현했다고 보는 것이 더 합리적이다.
오디션 연출(조윤지 분)과 오디션 조연출(박예주 분)은 오디션 장면에서 황당한 것을 시키는데, 민망함을 무릎 쓰고 연기한 송철호보다 조윤지와 박예주가 그 상황에 몰입하는데 더 어려웠을 수도 있다.
◇ 영화 제목은 직설일까 반어일까? 의지의 표명일까, 현실에 대한 풍자일까?
‘감사합니다’에서 마지막 장면을 보면 영화 제목이 직설인지 반어적인 표현인지 궁금해진다. 또한, 의지가 담긴 표현인지 현실에 대한 풍자인지도 생각하게 만든다. 어쩌면 순간순간 이런 마음이었다가 저런 마음이었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모두 포함하고 있을 수도 있다.
반어법적인 표현이라고 할지라고, 영철의 행동은 긍정적인 의미로 해석할 수 있다. 어떤 배역이든 최선을 다하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을 때 비록 현재 불만스럽다고 하더라도 부정적인 에너지에 초점을 맞추는 것은 크게 도움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표현을 배우가 아닌 다른 사람이 배우에게 한다면 희망고문이 될 수도 있고, 그걸 이용하면 남용이 될 수도 있지만, 배우 스스로는 긍정적인 에너지를 쌓아나가야 기회가 생길 가능성이 높아지기 때문이다. 이는 스태프들에게도 마찬가지일 것이라고 생각된다. 김원봉 감독이 큰 무대의 시상식에서 이번 영화 제목을 진심을 다해 수상소감으로 말할 수 있는 날이 오기를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