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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완벽한 아들’(감독 이원형)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31)

발행일 : 2018-02-03 14:38:54

이원형 감독의 ‘완벽한 아들(My Perfect Son)’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아버지(이양희 분)는 퇴근해 세탁실에서 벌벌 떨고 있는 아들 재인(엄준기 분)을 발견하는데, 아들은 자신이 방금 실수로 친구를 죽였고 일단 무서워서 집으로 도망쳤다고 고백한다.

영화는 관객이 아버지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생각하게 만든다. 짧은 시간에 선택하기는 어려울 수 있지만, 실제로 같은 일이 발생한다면 더 짧은 시간에 빠른 판단과 결단을 내려야 할 것이다.

‘완벽한 아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완벽한 아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당신이 아버지라면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케이스는 여러 가지로 나뉠 수 있다. 아들을 혼낼 것인가, 겁에 질린 아들을 보호하는 게 우선인가? 아들에게 자수하게 시킬 것인가, 내가 직접 경찰서에 데려갈 것인가, 범인이 아니라고 숨겨줄 것인가, 아니면 내가 대신 죄를 뒤집어쓸 것인가? 사건을 위장하고 조작할 것인가, 있는 그대로 죗값을 치를 것인가?

미리 생각해 보는데도 여러 가지 케이스의 조합이 나올 수 있는데, 만약 실제로 닥친다면 미리 생각했던 것과 전혀 다른 선택을 순간적으로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어떤 것이 아들을 위하는 길인지, 나를 위하는 길인지, 피해자에게 사죄할 수 있는 길인지에 대해 여러 번 시뮬레이션 할 때, 어쩌면 매번 다른 결과가 나올 수도 있다.

◇ 감독의 의도는 무엇일까?

‘완벽한 아들’에는 남자배우들만 등장한다. 살인사건을 다루고 있긴 하지만, 등장인물들이 그다지 폭력적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형사(이상현 분)와 의경(김수랑 분) 또한 그러하다.

감독은 관객을 특정한 상황에 갑자기 던져 놓는다. 나의 잘못으로 시작된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나는 답을 찾아나가야 한다. 감독은 과정에 대한 안내나 자세한 설명을 늘어놓지는 않는다.

아버지로 하여금 선택을 하게는 만들지만, 그것이 정답이라고 할 수는 없다. 왜 그런 선택을 하여야만 했는지에 대한 구체적인 이유나 배경을 알려주지는 않기 때문에, 영화에서의 선택이 독보적으로 맞는 선택이라기보다는 일종의 예시라는 생각이 든다.

살면서 갑자기 극한의 상황에 부딪혀 무언가 바로 결단을 해야만 하는 상황을 감독은 제시하고 있는데, 어쩌면 정답을 알려주거나 찾기보다는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를 마련하기 위한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완벽한 아들’ 이원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완벽한 아들’ 이원형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표정 변화가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을 표현한 이양희

‘완벽한 아들’에서 이양희는 표정 변화가 크게는 없는 것 같으면서도 전혀 다른 느낌을 표현했다. 상황을 고려하지 않고 다른 조건을 잠시 잊은 채 이양희의 얼굴을 보면 처음부터 끝까지 거의 변화가 없는 것처럼 보인다.

그런데, 퇴근하고 집에 왔을 때, 아들과 대화를 하면서 사람은 쉽게 죽지 않는다고 말할 때, 집에서 뛰쳐나갈 때, 경찰서에서 조사를 받고 있을 때 모두 표정 변화의 폭은 크지 않은 것 같은데, 전달하는 분위기와 뉘앙스는 엄청난 차이를 만들었다.

표정 변화의 폭을 크게 만들지 않으면서도 감정을 증폭해 표현할 수 있다는 점은 놀라운데, 이양희는 평정심을 유지하려고 노력하면서도 내면은 요동치고 있다는 것을 효과적으로 표현하고 있는 것이다.

이양희의 오랜 연기 내공이 얼굴에 다양하게 녹아있어서, 얼굴 안에 들어있는 여러 가지 느낌 중에서 상황에 맞는 정서가 부각되는 것일 수도 있다. 결국 물리적이고 시각적인 변화에 의존하지 않고도 전체적인 뉘앙스와 분위기의 변화를 주는 법을 알고 있다는 것인데, 이양희가 아버지가 아니라 아들 역할이었다면 어떤 다른 연기를 보여줬을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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