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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찜’(감독 엄대용)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36)

발행일 : 2018-02-03 15:51:38

엄대용 감독의 ‘찜(Waiting Diet)’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고등학생 다울(구경모 분)은 같은 반 나래(임선우 분)에게 몸무게 5kg을 빼고 사귀자는 찜을 당한다.

한국어 제목과 영어 제목이 주는 각각의 뉘앙스는 이 영화가 가지고 가는 두 가지 중요한 정서를 대변한다. 팩트로만 대화하는 다울과 내면과 이면의 이야기를 다 들을 줄 아는 민기(박준현 분)의 대화법을 대비하며 보는 것은 흥미롭다.

‘찜’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찜’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시대적 분위기를 반영해 수줍음을 표현하는 방법

‘찜’에서 다울과 나래는 눈앞에 있을 때 말로 대화를 하지 않고 폰의 톡으로 대화한다. 폰으로 소통하는 세대의 모습을 표현한 것이기도 하고, 눈앞에까지는 갔지만 차마 말로 하지 못하는 고백을 통해 수줍은 소녀의 마음을 표현하고 있다.

살을 빼면 남자들에게 인기가 높아지고 다울과 사귈 수 있다는 나래의 생각 또한 현 세태의 단면을 반영한다. 칭찬이 받고 싶은 나래가 제대로 칭찬받지는 못하는 것은 시대와 상관없이 우리나라에서는 지속되는 현상으로 생각된다.

◇ 사리대화만 하는 다울, 감각적으로 심정대화를 할 줄 아는 민기

‘사리대화(事理對話)’는 이야기 표면의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를 뜻하며, ‘심정대화(心情對話)’는 그 안에 있는 내면의 진짜 바람까지 반영한 대화를 뜻한다. 공부만 열심히 하는 다울은 팩트에 입각한 사리대화식 사고를 가지고 사리대화를 주로 하는데, 반면에 친한 친구인 민기는 대화 속에 숨겨진 진짜 마음을 파악하는 심정대화에 탁월함을 발휘한다.

현상을 파악하는 것은 할 줄 알지만 그 안의 심리는 무척 약한 다울과는 달리 민기는 감각적으로 상대의 의중을 파악하는데 뛰어나다. 영화도 마찬가지이지만, 드라마에서 다울 캐릭터와 민기 캐릭터가 같이 나올 경우 시청자들은 민기 캐릭터에 무척 열광할 것이다.

영화와 달리 드라마는 회차별로 계속 이야기가 이어지는데, 심정대화 또한 단 한 번보다는 지속적으로 이어졌을 때 더 큰 위력을 발휘하기 때문이다. 배우들도 대사를 할 때, 이 대사가 사리대화의 대사인지 심정대화의 대사인지를 구별해 표현한다면 디테일을 더욱 잘 표현할 수 있을 것이다.

‘찜’ 엄대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찜’ 엄대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구경모, 임선우, 박준현, 윤경호!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

‘찜’을 뿌듯하게 볼 수 있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는데, 그중에서도 젊은 배우들의 연기력을 꼽지 않을 수 없다. 귀여운 목소리, 애교 있는 목소리, 아쉬운 표정 표현까지 임선우는 밝은 에너지를 공감할 수 있게 전달했는데, ‘임선우’라는 이름을 가진 배우는 모두 뛰어난 연기력을 발휘한다는 점이 흥미롭다.

구경모는 답답하지만 지나치게 답답하지는 않으며 보는 관객의 시야에 따라 순박하다고 느낄 수 있을 정도로 수위를 조절해 연기를 펼쳤다. 구경모의 연기가 너무 질주했다면, 임선우의 노력이 너무 경쟁적으로 보일 수 있었다는 것을 생각하면 팀워크를 잘 이루는 배우라고 볼 수 있다.

진호 역의 윤경호는 존재감 없는 듯하면서도 그 자리를 지켜 결국 중요한 역할을 하는 연기를 자연스럽게 소화했다. 윤경호 역시 튀는 연기를 했으면, 임선우와의 투 숏이 균형감을 찾기 힘들었을 수 있다.

‘찜’에서 가장 자유롭게 본인인 듯한 연기를 펼친 사람은 박준현이다. 박준현은 사이다 같은 시원한 대사와 연기력으로 영화의 흐름을 원활하게 만들었다. 박준현에게 원톱 주연의 가능성도 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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