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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그녀와 그녀와 그녀’(감독 엄대용)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37)

발행일 : 2018-02-03 16:01:57

엄대용 감독의 ‘그녀와 그녀와 그녀(She and She and She)’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대학생 유영(곽지현 분)은, 후배가 남자친구와 바람피운 상대를 잡으러 온다는 소식에, 서둘러 동아리방을 빠져나가려고 한다.

이 영화는 갈등의 격발이 단순히 대결 구도로부터만 시작되는 것이 아니라, 등장인물의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에 의해서도 발생한다는 미묘한 심리를 표현하고 있다. 양가감정은 상호 대립되거나 상호 모순된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뜻한다.

‘그녀와 그녀와 그녀’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그녀와 그녀와 그녀’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갈등의 격발은 대결 구도와 양가감정, 두 축에서 생긴다

일반적으로 바람을 피운 쪽과 그 상대가 가해자가 되고, 바람을 맞은 사람이 피해자가 된다. 갈등은 서로 명확히 구분된 대결 구도 하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보통이다. 그런데, ‘그녀와 그녀와 그녀’에서 유영이 느끼는 양가감정은 내부 갈등을 별도로 격발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도둑이 제 발 저린다는 속담처럼 수현(최보민 분)과 미수(한지혜 분)가 알고 있을 것이라는 두려움을 유영은 가지고 있다. 유영이 선배이고 수현이 후배이지만, 유영은 도망가려는 범인이고 수현은 심판자인 것 같은 관계의 역전에서 오는 압박감과 미묘한 신경전은 두 사람 사이에 팽팽한 긴장감을 만든다.

유영은 단순히 미안한 마음만 가진 게 아니기 때문에 공격과 방어 중 상황에 따라 어떤 쪽에 설 수도 있다. 유영은 지희(전하영 분)에게도 양가감정을 느끼는데, 자기의 비밀까지 터놓으려고 했었다는 점을 고려하면 배신감이 더 클 수 있다.

모든 원인이 되는 미수의 남자 친구는 영화에 등장하지 않고, 배경음악은 갈등과 불안감을 조성하는데 한몫하다 점 또한 주목된다. 남자 친구가 등장했으면 긴장감은 확 엉켜버렸을 수도 있다.

‘그녀와 그녀와 그녀’ 엄대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그녀와 그녀와 그녀’ 엄대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사건의 반전과 심리의 반전

‘그녀와 그녀와 그녀’에서 사건의 반전과 유영 심리의 반전은 같은 선상에서 다른 타이밍에 일어난다. 외부적인 갈등은 실제적으로 연관이 가장 약한 유영과 수현 사이에서 가장 강한데, 수현은 그 사실을 모르고 유영과 관객만이 알 수 있다.

갈등의 증폭과 사건의 반전은 수현의 등장, 미수의 등장, 지희의 등장에서 차례로 발생하는데, 유영의 심리는 수현과 둘이 있을 때 여러 번 반전을 일어나고 미수가 등장했을 때도 반전이 일어나는데, 지희의 행동을 알게 된 후에 유영의 심리는 작은 반전이 아닌 대반전을 맞이한다.

죄책감과 부끄러움에서 분노로 바뀌고, 안도감과 함께 자기도 속았고 당한 피해자라는 억울함의 양가감정을 느낀다. 실제로 영화를 보면 글로 쓰여 있는 것보다 명쾌하게 이해할 수 있는데, 짧은 시간에 이런 갈등과 반전의 큰 축과 디테일을 모두 충족했다는 점은 무척 돋보인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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