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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야무치트위스트’(감독 정재용)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39)

발행일 : 2018-02-03 19:42:36

정재용 감독의 ‘야무치트위스트(Yamucha Twist)’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가게에 출근한 호스트바 선수 야무치(김영 분)는 동료 혁준(임지형 분)에게 우연히 소라의 이야기(김선영 분)를 듣는다. 업소 슈퍼맨에서는 선수 킬러라는 소라를 두고 한바탕 소동이 벌어진다.

이 작품은 원작에서 스토리텔링의 기틀을 가져왔지만, 전혀 다르게 각색됐고 전달하는 메시지 또한 다르게 뒤틀었다. 영화 제목에 ‘트위스트’를 넣은 이유는 ‘야무치’ 캐릭터를 명확하게 하기 위한 의도도 있겠지만, 어쩌면 원작을 그대로 따르지 않았다는 뉘앙스를 담고 있을 수도 있다.

‘야무치트위스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야무치트위스트’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호스트바 선수 야무치에게 관객이 감정이입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든 1분

‘야무치트위스트’는 회상의 내레이션으로 시작한다. 시원시원한 바다 영상 속에 시원시원하지 않았던 어린 시절의 기억은 약간 왜곡돼 아름답게 기억되는 것 같은데, 그리고 나서 이어지는 영상은 제대하고 서울에 올라온 지 반년이 지나 야무치로 불리는 주인공의 모습을 역시 내레이션과 함께 보여준다.

영화가 시작하고 1분 정도의 시간 안에 야무치 캐릭터의 틀을 구축했다는 점은 주목된다. 처음부터 호스트바 선수가 아니었고 순수한 어린 시절이 있었다는 것을 통해 관객이 야무치를 제3의 인물로만 보는 게 아니라 야무치에 감정이입할 수 있는 근거를 만든 것이다.

‘어릴 적’과 ‘제대 후 6개월’이라는 인생에서 중요하고 상징적인 두 시기를 통해 관객은 직간접적인 경험을 떠올리며 야무치와 자신의 모습을 오버랩할 수 있다. 서울의 야경은 서울에 살지 않는 관객에게도 익숙한 상황이기 때문에, 장소에 따른 시각적 공감 또한 어렵지 않게 이뤄질 수 있다.

◇ 갈등을 격발하는 인물, 격발된 갈등 속에서 질주할 수 있는 인물

‘야무치트위스트’에서 갈등을 격발시키는 계기가 소라라면, 태구(황규인 분)와 마담(엄지만 분)은 격발된 갈등을 질주하게 만드는 인물이라고 볼 수 있다. 그렇지만 그 질주의 수위가 조절되기 때문에, 관객은 다른 세계 사람들의 이야기라고 멀리하기보다는 아직 야무치와 그 상황에 감정이입된 마음을 그대로 유지할 수 있다.

소라를 둘러싼 야무치, 혁준, 마담의 긴장관계가 동시에 펼쳐지기보다는 야무치와 혁준, 야무치와 소라, 혁준과 마담, 혁준과 소라, 마담과 소라의 긴장관계로 각각 나눠진다는 점도 주목된다.

전체적인 긴장관계가 이뤄졌다면 사건에 초점이 맞춰졌을 것인데, 각각 대응되는 긴장관계는 사건에 따른 사람들의 내면의 대립을 더욱 집중적으로 바라보게 만든다. 영화가 야무치의 행동에 관객은 감정이입하기 힘들지만, 야무치의 내면에는 감정이입할 수 있는 포지션을 유지한다는 것과도 일맥상통한다.

‘야무치트위스트’ 정재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야무치트위스트’ 정재용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영화 제목에 ‘트위스트’가 들어간 이유는 무엇일까?

영화 제목에 ‘트위스트’가 들어간 이유는 이 작품의 캐릭터와 내용에 근거했을 수도 있지만, 원작을 그대로 따라가지 않고 뒤틀었다는 것을 감안해 적용해도 충분히 설명이 가능하다.

‘야무치트위스트’는 원작이 가지고 있는 근간을 유지하면서도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순서를 바꿔 영화가 끝난 후 관객이 다른 정서를 여운으로 느끼도록 만든다. 흔히 예상할 수 있는 관계성의 폭발이 아닌, 마치 야무치의 일기처럼 느끼게 만든다는 점이 흥미롭다.

‘야무치트위스트’는 시나리오 개발과정에서 얼마나 많이 새로움을 반영할 수 있는지 보여준 작품이다. 인물 설정과 스토리텔링을 바꾸는 것을 포함해, 메시지와 정서 또한 현 제작진이 원하는 대로 만들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줬는데, 웹툰이나 소설 등 다른 장르에서 이야기를 가져왔을 때도 충분히 이야기를 더 발전시켜 재창조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를 정재용 감독에게 가질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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