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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여러 명이 있다’(감독 박종인)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1)

발행일 : 2018-02-04 10:01:07

박종인 감독의 ‘여러 명이 있다’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엄마(이승연 분)는 일을 마치고 귀가했는데, 집에 있어야 할 아들 요한(박찬 분)은 보이지 않고, 처음 보는 아이들만 집안 곳곳에 숨어 있다.

영화 속에서는 기묘한 일들이 벌어지는데, 영화 초반 엄마 캐릭터가 명확하게 구축되는 것을 파악한다면, 관객은 단순히 궁금함만 가지고 관람하는 게 아니라 혹시 하는 예상을 할 수 있고 그 예상이 맞는지 맞춰가면서 볼 수도 있다.

‘여러 명이 있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러 명이 있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처음에는 이해하기 힘든 기묘한 상황을 펼치기 위해,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캐릭터 설정을 빠른 시간 내에 수행하다

‘여러 명이 있다’는 엄마가 전화 통화를 하면서 집으로 등장하는 장면에서 시작한다. 8분가량의 짧은 영화에서 대부분의 시간은 기묘한 상황이 이어지는데, 그것을 위해 처음에는 누구나 예상할 수 있는 캐릭터와 장면 설정을 짧은 시간 내에 모두 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화 시작 때 집중하지 않으면 놓칠 수도 있다.

엄마는 집 밖에서 문을 열고 집 안으로 들어오고, 요한이 아닌 다른 사람이 거실 소파에 앉아있는 것을 본다. 누구냐고 묻지 않고 요한이의 친구냐고 엄마는 묻는다. 동료 교사로 추정되는 사람과 통화를 하면서 교직 생활 십 년에 자식이 둘이기 때문에 뻔히 다 알고 있다는 확신에 찬 조언으로 감정적으로 대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엄마는 자신의 경험과 위치를 통해 주변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을 꿰고 있다는 확신을 가지고 있는 것처럼 보인다. 영화가 시작하면서 명백하게 구축된 등장인물의 캐릭터는 그대로 강화되면서 질주하거나, 아니면 대반전을 주거나를 선택하는 경우가 많은데 ‘여러 명이 있다’에서 엄마의 캐릭터가 어떻게 판명될지 따라가는 것도 흥미롭다.

‘여러 명이 있다’에서 영화 속 어리둥절한 상황을 보는 관객은 엄마 또한 그런 시야로 본다고 생각할 수도 있는데, 엄마는 단순히 어리둥절하게만 보는 게 아니라 잘못됐다고 여기는 것일 수도 있다.

관객이 궁금함을 가지고 영화 속 장면을 따라간다면, 실제 영화 속에 있는 엄마는 관객과 똑같은 궁금함과 함께 자신의 입장에서 볼 때 이해 안 되는 상황을 이해가 될 수 있도록 바로잡아야 한다는 의무감과 책임감을 동시에 가졌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이런 점을 고려하면 엄마의 행동을 더욱 잘 이해할 수 있고, 반대로 다른 사람들의 기묘한 행동 또한 이해할 수 있는 실마리를 찾을 수 있다.

‘여러 명이 있다’ 박종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러 명이 있다’ 박종인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교사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

‘여러 명이 있다’에서 기묘한 상황을 직관적으로 파악하고 예측한 관객을 제외하면, 이게 무슨 상황인지 관객은 계속 궁금한 채로 영화를 따라가게 된다. 엄마의 동료 교사는 반복적으로 엄마에게 전화를 걸어 자신의 학생에 대해 엄마에게 상의를 하는데, 이에 대해 확신을 가지고 대답을 하는 엄마의 모습은, 전화 밖 상황과 대비해 바라보도록 만든다.

‘여러 명이 있다’에서 엄마는 교사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을 동시에 가지고 있다. 교사의 입장과 엄마의 입장을 완벽하게 상충하지는 않으면서도 그렇다고 일관성을 명확하게 유지하지도 않는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이런 점은 엄마를 영화적 인물이 아닌 현실적 인물로 여기게 만든다.

만약 두 가지 입장에서의 태도가 극명하게 갈렸다면 엄마는 일반적인 사람이 아닌 특이한 인물로 묘사됐을 것이다. 우리 주변에서 흔히 만날 수 있는 엄마이면서 선생님인 사람이라고 느낄 수 있도록 포지션이 설정되면서, 관객은 엄마에게 또는 엄마가 아닌 사람들에게 감정이입할 수 있게 된다.

만약, 엄마가 극명한 이중인격적 태도를 보였다면 관객은 아무에게도 감정이입하지 못할 수 있고, 이 영화가 무엇을 말하고자 하는 것인지 도대체 모르겠다는 반응을 보였을 수도 있다는 점을 예상하면, 박종인 감독이 캐릭터를 설정하고 구축하는 과정에서의 디테일이 영화의 정서를 잘 살리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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