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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꼬부기’(감독 김후중)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43)

발행일 : 2018-02-04 13:33:29

김후중 감독의 ‘꼬부기(Squirtle)’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꼬부기는 포켓몬스터 시리즈에 등장하는 몬스터의 하나인 가공의 캐릭터인데, 이 영화에서는 캐릭터 인형을 의미한다.

일반적으로 인형뽑기에 집착하게 되는 마음를 여고생(지은 분)은 보여주는데, 지금의 모습은 상실감과 허탈감으로부터 버티고 견디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는 내면 심리를 담고 있다는 것이 숙연하게 만든다.

‘꼬부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꼬부기’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인형뽑기에 집착하게 되는 심리

‘꼬부기’에서 여고생(지은 분)과 남자(한정재 분)가 각각 인형뽑기에 집중하고 모습은 우리 주변에서도 흔히 볼 수 있는 모습인데, 왜 그런 집착을 하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인형뽑기는 일단 승부욕 자극한다. 아예 가능이 없게 생각되지 않으며 약간만 더 하면 될 것 같은 희망을 갖게 만든다. 성공했을 때 짜릿한 쾌감을 얻기 위해서 한 번 더 도전하는데 그리 큰 금액이 들지 않는다. 그러나 계속 반복하게 되기 때문에 결과적으로 많은 돈을 소비할 위험성이 있다.

한 번의 돈 투입으로 목표한 인형을 뽑을 수도 있지만, 두세 번의 전략으로 뽑는다는 것을 경험한 적이 있는 관객은 그 사이에 다른 사람이 끼어드는 것을 탐탁하게 여기지 않을 것이다. 이는 내가 만들어가고 있는 세상과 목표에 누군가 끼어들어 방해하고 훼손한다고 느껴지기 때문이다.

마치 슬롯머신 기계에서 내가 배팅하지 않은 그 타이밍에 잭팟(jackpot)이 터질 수도 있다고 생각해 기계를 떠나지 못하는 사람의 심리와 비슷하다. 객관적인 근거 없이 내 것이고 나에게 행운이 올 것이라는 믿음에 확신을 하는 점은 놀랍다.

‘꼬부기’에서 인형뽑기를 하는 사람에게 외적 제약이 특별히 가해질 게 없는 상황에서, 확인하지 않았기에 지속적으로 울리는 여고생 폰의 문자 알림 진동은 현재 여고생이 얼마나 집중하고 있는지를 효과적으로 보여준다.

◇ 쓸데없는 행동 같은 인형뽑기는, 어쩌면 지은이 자기를 지키기 위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을 것이다

‘꼬부기’에서 별 의미 없는 것처럼 보이는 인형뽑기는, 어쩌면 답답한 삶 속에서 여고생이 나름대로 최선을 다하고 있는 것일 수도 있다. 상실감과 허탈함을 견딜 수 없기에 무언가에 집중해 이 순간을 빠져나가야 하기 때문에 인형뽑기를 선택한 것일 수 있기 때문이다.

인형뽑기를 한 시간이 밤이라는 것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고, 여고생이 인형뽑기를 할 때 다른 사람들의 주목을 받으면서 한 것이 아니라는 점도, 행동보다는 내면을 들여다보게 만든다.

‘꼬부기’ 김후중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꼬부기’ 김후중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실제 인형뽑기에 몰입한 것 같은, 지은의 표정 연기

‘꼬부기’에서 카메라는 직접적으로 지은을 바라보기도 하고, 뒷모습이나 옆모습을 바라보기도 하며, 인형뽑기 기계의 유리창 2개를 통과해 지은을 바라보기도 한다. 한 단계 비껴가거나 필터를 거친 후 전달되는 것 같은 지은의 표정 연기는 인상적이다.

인형뽑기 하는 사람의 진지함과 몰입감, 초조함과 기대감, 다른 사람이 뽑으면 안 된다는 염려와 긴장감, 5만 원권 지폐를 1천 원권으로 바꿨을 때의 행복감, 순간적으로 변하는 아쉬움과 원망의 눈빛을 지은은 표현한다.

과하지 않으면서도 디테일이 살아있는 표정 연기는 연기가 아닌 그냥 인형뽑기에 몰입한 여고생같이 현실감 있게 표현된다. 인형뽑기 자체에 집중했을 때의 표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형뽑기에 자신의 마음이 투사됐을 때의 표정이라고 생각하면 지은이 표정 연기를 잘한다는 것을 더욱 느낄 수 있다.

조명은 지은보다 인형뽑기 기계 안의 인형들에게 집중할 수밖에 없는데, 본인의 얼굴에 조명이 초점을 맞추지 않음에도 불구하고 인상적으로 표정 연기를 펼친다. 영화 속에서 지은이 입은 상의가 빨간색 옷인데 빨간색은 지은의 표정을 잘 볼 수 있도록 지은의 얼굴을 받쳐주고 있다는 점은 흥미롭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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