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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감독 조영주)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2)

발행일 : 2018-02-08 08:04:12

조영주 감독의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Urban Myth Interview : Suicide Club)’(이하 ‘자살클럽’)은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인터넷 자살클럽에서 만난 사람들이 호텔에 모여 각자의 마지막을 행한다.

자살을 무책임한 행동으로 볼 수도 있지만, 죽음이 단순히 삶에서의 회피가 아니라 현실을 견딜 수 없기 힘들기 때문에 어쩔 수 없이 내리는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영화 속 호텔에 모인 사람들에 대한 안쓰러운 마음이 가슴을 후벼 팔 수 있다.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제목과 상반된 듯한 영화 시작, 죽음이 회피가 아닌 견디기 힘든 현실에 대한 나름대로의 최선의 선택이라고 생각하면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영화는 뛰며 달리면서 내는 거침 숨소리로 시작한다. 삶에 대한 희망을 버린 사람들을 상징하는 영화 제목과 영화 시작할 때의 역동적인 움직임과 거친 숨소리는 서로 상충되는 것처럼 보일 수도 있는데, 죽음이 단순히 삶에서의 회피가 아니라 현실을 견딜 수 없기에 행하는 나름대로 최선의 선택일 수도 있다고 생각하면, 두 가지 사이의 연결고리를 찾을 수 있다.

‘자살클럽’은 삶에 찌든 장소에서 남루한 옷차림으로 피곤에 지친 모습으로 펼쳐지는 게 아니라, 고급스럽고 우아한 호텔에서 각자 멋지게 차려입고 두렵지만 당당한 모습으로 진행된다는 점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저런 옷을 입을 수 있고 호텔에서 와인을 마실 수 있을 정도의 사람이 자살을 선택한다면 그건 감정의 사치라고 생각하는 사람들도 있을 것인데, 영화 속 김지원, 진현광, 정성희, 양지일, 권기하는 삶의 마지막은 화려하게 장식하고 싶어서 가장 좋은 모습을 만들려고 했을 수도 있다.

◇ 죽고 싶지만 나홀로 죽고 싶지는 않다?

‘자살클럽’에 모인 사람들은 죽고 싶지만 혼자서 죽고 싶지는 않다. 정말 죽고 싶은데 나홀로 죽고 싶지는 않다는 것은 용기가 부족하기 때문일 수도 있지만, 인과관계의 모순이라고 생각될 수도 있다. 겨울에는 춥기 때문에 강물에 투신하는 사람이 적다는 것이 인과관계의 모순을 나타내는 하나의 사례이다.

나홀로 죽고 싶지 않다는 것은 죽어서도 외롭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이고, 살고 싶다는, 사는 의미를 찾아 살고 싶다는 강한 열망이라고 볼 수도 있다. 그렇지만, 삶에 대한 열망을 가질수록 현실에서의 괴리감은 더욱더 큰 고통으로 다가오기 때문에 정면돌파하지 못하고 회피를 선택하게 되는 것이다.

누군가 한 명이라도 나의 존재가치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반영해준다면 호텔에 모인 사람들도 마음을 돌릴 수 있을 것이다. 동물도 마찬가지이겠지만 사람은 기질적으로 생존에 대한 욕구가 크지, 죽음에 대한 욕구가 기질적으로 자리하지는 않았을 것이기 때문이다. 이에 대한 논란이 있을 수는 있지만, 생존 욕구가 선천적이라면 죽음 욕구는 후천적이라고 보는 게 일반적인 시야일 것이다.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 조영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도시 괴담 인터뷰 : 자살클럽’ 조영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죽기 직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은 무엇일까?

‘자살클럽’은 죽기 직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질문을 던진다. 어차피 훼손될 몸이기 때문에 마음대로 해도 된다는 자포자기적 심정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인간의 근원적인 욕구가 무엇인지를 확인할 수 있는 중요한 포인트라고 볼 수 있다.

살아서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과 죽기 직전에 꼭 하고 싶은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이 똑같은 것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지속가능한 삶 속에서의 욕구와 한계와 시간이 정해진 상황에서의 욕구가 같은 사람도 있겠지만 매우 다른 사람도 있을 것이다.

‘자살클럽’은 관객에게 삶과 죽음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하게 만드는 계기가 될 수도 있지만, 내부에 자리 잡은 위험성을 격발하는 트리거의 역할을 할 수도 있다. 영화를 보고 혼자 너무 많이 생각하기보다는, 긍정적인 사람들과의 교류를 통해 마음을 비우는 것이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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