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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J에게’(감독 이경민)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5)

발행일 : 2018-02-08 13:27:14

이경민 감독의 ‘J에게(Dear J)’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주영(박주영 분)은 이별 통보를 한지 5년 만에 J(최진혁 분)에게 그 답장을 받는다. 지난 5년 동안 반쪽짜리 이별을 했다는 것을 깨닫고, 진짜 이별을 하러 남산에 간다.

혼자서만 사귈 수 없는 것처럼 혼자서만 헤어질 수는 없다는 대화를 주영과 수지(정수지 분)는 나누는데, 이별을 했지만 아직 이별을 하지 못하고 마음에 움켜잡고 있는 사람은 큰 위로와 힐링의 메시지가 될 수 있다.

‘J에게’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J에게’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색감이 살아있는 영상, 일부러 꾸미지 않은 상태도 아름답게 담다

‘J에게’는 색감이 살아있는 영상이 보는 즐거움을 높이는데, 살아있는 색감은 아직 마음에 생생하게 남아있는 J에 대한 선명한 기억인 것처럼 느껴진다. 페인트칠이 벗겨진 것이 그대로 노출됨에도 불구하고 살아있는 느낌을 형성하는 영상은, 일상의 공간을 아름다운 공간으로 여기도록 만든다.

직접 가면 영화 속 장소가 영화만큼 아름답지는 않다고 말할 것같이 평범한 장소에서 그런 효과를 만들었다는 점이 주목된다. 영화가 판타지를 줄 수 있고, 영화적 공간 또한 판타지일 수 있다는 것을 ‘J에게’는 상상하게 만든다.

◇ 사귀었지만 남자에 대해 여자가 모르는 게 많다는 설정, 기존의 많은 영화에서와 다르다

‘J에게’에서 주영은 이별에 특별한 이유가 있을 것이라는 생각한다. 누구나 내 사랑은 특별하고 내 이별 또한 특별하다는 착각을 하는데, 이런 착각은 긍정적인 작용을 할 수도 있다.

“J가 보낸 편지가 5년 만에 도착했다. 그리고 오늘 주영이는 남산에 갔다.”라는 내레이션으로 영화는 시작한 영화는 여자인 주영이 남자친구 J에 대해서 잘 몰랐던 부분이 많았다는 것을 서서히 보여준다.

오래 사귄 여자친구에 대해 잘 알고 있다고 생각했는데 내면이나 생각 등 모르는 부분이 많다는 설정은 기존의 영화들에게 많이 보였다면, ‘J에게’는 남자친구에 대해 모르는 게 많았다는 반대의 설정을 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J에게’ 이경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J에게’ 이경민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준비된 이별, 준비하지 못한 이별

이별을 하기 전에 이별을 준비하는 사람은 만나는 도중에 마음을 하나하나 정리한다. 혹시 잘못된 결정이 아닐까 하는 고민 또한 헤어진 후가 아닌 아직 만나고 있는 도중에 하게 되니, 직접 만나면서 확인할 수 있고 미련은 훨씬 적게 남는다. 만남의 기간만큼 이별한 후 보고 싶은 마음이 생길 수 있는데, 아직 만나고 있는 상태이니 그런 면도 문제가 되지 않는다.

만나는 동안에 시간을 두고 이별을 준비한 사람은 헤어지는 순간에 진짜 이별을 할 수가 있다. 상황을 모르는 제3자는 네가 어떻게 이럴 수 있냐고 독하다며 비난할 수도 있다.

만나면서 이별을 준비한 사람이 매우 이기적으로만 보일 수도 있지만, 대부분의 경우 상대방에게 지속적인 메시지를 던졌을 것인데, 상대는 그것을 무시했을 가능성이 많다. 그것도 반복해서. 오래됐는지의 여부와 상관없이 상대방의 말을 있는 그대로 들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반면에 상상도 못하고 있다가 갑자기 이별을 통보받은 상대방은 그때부터 이별을 시작한다. 이별을 할 마음이 전혀 없고 생각해 본 적도 없기에 이별 후 오랜 기간 동안 이별하지 못한 마음의 상태로 지낼 가능성이 많다.

◇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진짜 이별이다

물리적으로 만나지 않는다는 것은 표면적인 이별을 했다는 것을 뜻한다. 실제로 마음에서 내려놓아야 그제야 진짜 이별이라고 말할 수 있다는 말이 있다. 헤어졌을 때는 무덤덤하다가 한참 지난 후에 펑펑 우는 경우는, 표면적인 이별에 대해 회피하고 있다가 마음을 정리한 진짜 이별에 눈물을 소급해서 쏟아내는 것이다.

‘J에게’에서 주영이 진짜 이별을 하겠다고 결심하는 것도 이런 맥락에서 이해할 수 있다. 영화는 이별을 했지만 아직 끝까지 이별하지는 못한 많은 사람들에게 마음이 편해지는 진짜 이별을 할 수 있도록 길을 보여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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