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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여름밤의 소리’(감독 정민희)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79)

발행일 : 2018-02-09 08:23:49

정민희 감독의 ‘여름밤의 소리(Last Summer)’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영석(구준우 분)의 할머니(박정숙 분)는 낡은 유모차를 끌고 다닌다. 할머니를 사랑하지만, 친구들의 시선으로 보는 할머니에 대해 9살 영석은 묘한 부끄러움을 느끼기 시작한다. 영석은 할머니의 유모차를 고장 내고 만다.

영석이라는 개인의 특별한 이야기가 아닌 어린아이들의 이야기가 될 수 있도록 이미지적 전사를 깔고 가는 모습이 시작부터 인상적인데, 아이의 내면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는 이야기는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마음을 아프게 한다.

‘여름밤의 소리’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름밤의 소리’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영석 개인으로 시작하기 전, 어린아이라는 전사를 깔고 들어가다

여름밤에 친구들과 같이 노는 모습으로 영화는 시작한다. 영석 개인의 이야기를 시작하기 전에 아이들의 일반적인 정서를 보여준 후 영석의 이야기로 들어간다는데 주목할 필요가 있다.

영석 개인의 이야기라는 측면에서만 진행되기보다는, 아이라면 그럴 수 있는데 그게 영석이라는 시점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그게 무슨 차이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는데, 관객이 감정이입할 때 어떤 마음일지를 가이드하는 역할을 한다는 점에서 중요한 포인트의 차이를 가지고 있다.

영석의 행동에 바로 감정이입할 수 있거나 아니면 비슷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영석 자체에 바로 몰입할 수 있지만, 아이라는 뉘앙스가 먼저 깔렸기 때문에 제3자의 시야로 볼 수 있는 관객들이 더 많이 감정이입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아진다는데 의의가 있다.

◇ 아이의 내면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한 이야기,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마음 아픈 이야기

‘여름밤의 소리’는 영석이라는 대표적인 인물을 내세워 아이의 내면 심리를 솔직하게 표현했다.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마음 아픈 이야기이기 때문에 관객은 영석의 행동을 보며 양가감정(兩價感情, ambivalence)을 느낄 수 있다. 양가감정은 서로 대립되거나 모순, 상반되는 두 가지의 감정이 공존하는 상태를 의미한다.

양가감정은 영화 속에서 영석이 할머니에 대해 느끼는 감정이기도 하다. 사랑하는 마음과 부끄러워하는 마음이 같이 공존하는 것인데, 이런 영석을 이해할 수 있으면서도 인정하면 안 되고 교육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마음 또한 양가감정의 하나이다.

이 영화에서 하나의 감정에만 치우치게 하지 않고 양가감정을 느끼게 만드는 이유는, 개연성 있게 더욱 현실적으로 몰입하게 만들어주기 위함도 있지만 지나친 비난과 훈계로 인해 동심이 파괴되는 것을 막으려고 하는 의도도 포함돼 있다고 생각된다.

‘여름밤의 소리’ 정민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여름밤의 소리’ 정민희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도심에서 사는 아이가 아닌 시골에서 사는 아이라는 점도 관객의 마음을 완충하게 만드는 역할을 한다

‘여름밤의 소리’에서 영석이 도심에 사는 아이였으면 요즘 아이들은 그렇거나, 도심에 사는 아이들은 그렇다는 뉘앙스로 축소됐을 수도 있는데, 아름다운 자연 그대로의 모습을 간직한 시골이 장소이기 때문에 그냥 아이가 가진 일반적인 내면의 모습이라고 생각할 수 있다는 점 또한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감독이 관객을 어디로 데리고 가서 영화를 시작하느냐에 따라 느낌은 확연하게 달라지는데, 배경과 장소가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여름밤의 소리’는 곰곰이 생각하게 만든다.

영석 역의 아역배우 구준우가 영석을 독특하거나 특출한 사람으로 표현하지 않고 그냥 있는 듯 없는 듯한 인물로 자연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것도 영화의 정서를 잘 살리고 있다.

존재감이 없는 듯 존재감을 발휘한 구준우의 연기 톤 선택은 무척 훌륭하다고 볼 수 있는데, 감독의 디렉팅일 수도 있고 배우의 감각일 수도 있다. 영석이 그린 그림 속 매미와 원경의 자연환경에서 바라보는 영석의 모습에서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는 것 또한 같은 감성으로 받아들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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