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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구글신은 알고 있다’(감독 정준화) 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81)

발행일 : 2018-02-09 17:47:23

정준화 감독의 ‘구글신은 알고 있다’는 2018 한국예술종합학교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상영작인 단편영화이다. 진욱(윤성원 분)은 우영(하윤경 분)에게 자신은 사람에게 관심이 없는 것 같다는 뜬금없는 고백을 해버린다. 기분이 상해 떠나려는 우영을 진욱은 붙잡고 오해를 풀기 위해 하루 종일 함께 걸으며 자기에 대해 설명한다. 우연찮게 진욱은 ‘곤경’에 처한 우영을 구하게 된다.

‘허구가 가미된 극중 상호와 상황’이라는 자막이 영화 초반에 제공되는데, 아예 새로운 상호와 상황이 아니기 때문에 어느 정도 실제라고 대입해서 생각하게 되는 것이 관람하면서 느껴지는 자연스러운 현실이다.

‘구글신은 알고 있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구글신은 알고 있다’ 스틸사진.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감정기억력이 약하다는 자기개방

‘구글신은 알고 있다’에서 진욱은 황당한 고백을 한다. 뜬금없는 고백은 관심이 없다는 것이다. 둘의 만남은 거기에서 끝날 것 같지만, 카페에서 시작한 영화는 같이 걸으며 가는 로드무비로 진행된다는 것이 영화 초반의 작은 반전이다.

일상의 공간인데 영화 속에 아름답게 담기는데, 사진 찍기를 좋아하는 우영의 습관을 통해 길에서 만나는 크고 작은 장면들에 시선의 초점을 맞추게 된다. 어떤 마음으로 누구와 걷느냐에 따라 어느 공간이든 아름다워질 수 있다는 생각을 ‘구글신은 알고 있다’는 하게 만든다.

비논리적인 것 같은 이야기를 논리적으로 진지하게 이야기하는 것은 관객의 호기심과 궁금증을 자극할 수 있다. 사람에게 애착이 없고 사물에 애착이 있다는 진욱은 폐쇄적일 것 같지만, 자기의 숨겨진 이야기를 꺼내는 자기개방에는 오히려 강하다는 것이 눈에 띈다.

감정기억력이 약하다는 말은 실제로 꺼내기 힘든 이야기 중 하나인데 이것을 당당하게 꺼내는 것을 보면 진욱은 다른 면에서는 자신감이 충만한 사람일 것이라고 예상된다.

◇ 영화를 보는 도중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구글신은 알고 있다’에서 우영이 곤란해진 상황을 보면, 영화를 보는 중간에 나가서 내 스마트폰을 꺼내 확인하겠다는 생각이 강렬하게 든다. 시대가 바야흐로 제4차 산업혁명 시대이기 때문에 흔한 사고라고 진욱은 말하는데, 사회가 발전할수록 나도 모르게 내가 노출된다는 것을 알고 있었더라도 영화에서 다시 확인하면 놀라움을 금할 수가 없다.

진욱이 오프라인에서 자발적으로 자기개방을 한 것이라면, 우영은 온라인에서 자신도 모른 채 자기노출이 된 것이다. 우영의 이야기를 꺼내기 위해, 사람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지만 자기개방을 잘하는 캐릭터로 진욱을 설정한 것은 정말 똑똑한 선택이라고 생각된다.

‘구글신은 알고 있다’ 정준화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구글신은 알고 있다’ 정준화 감독. 사진=2018 한예종 영상원 영화과 졸업영화제 제공>

◇ 다양한 변신, 동시에 이중적인 내면의 표현이 가능한 하윤경의 연기력

‘구글신은 알고 있다’에서 눈을 크게 뜨고 상대방을 똑바로 쳐다보는 하윤경의 모습은 마치 관객과 아이 콘택트를 하는 것처럼 느껴진다. 일인 다역을 소화한 하윤경은 영화의 에너지 레벨을 높이고 있다.

똑똑하고 착해 보이기도 하지만, 똑똑하고 표독스러워 보이기도 하고, 당당한 것 같지만 자신감이 없고, 할 말 다하지만 그러면서 스스로 상처받고, 예쁘지만 가식이 넘치는 것 같기도 한 역할을 하윤경은 모두 잘 소화하는 배우로 알려져 있다.

하윤경이 이런 다른 캐릭터 설정, 한 캐릭터 내에서의 이중적인 내면 표현을 자연스럽게 소화하는 것을 보면 감정의 점핑 또한 잘 소화하는 것인데, 뛰어난 연기력일 수도 있고 실제 내면에 그런 면이 있기 때문에 연기에 도움이 되는 것일 수도 있다.

‘구글신은 알고 있다’에서도 하윤경의 그런 연기력은 빛나는데, 윤성원이 자신을 어떻게 알고 생각하느냐에 따라 다른 모습을 실감 나게 표현했다. 하윤경의 다양성 있는 연기는 액션 연기를 할 때도 잘 어울릴 것이라고 예상되는데,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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