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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겨울왕국의 무민’ 스톱모션과 그래픽의 장점을 모아, 무민의 정서를 펼치다

발행일 : 2018-02-11 12:32:37

이라 카르페란, 야쿱 론스키 감독의 ‘겨울왕국의 무민(Muumien joulu, Moomins and the Winter Wonderland)’은 무민이 가장 소중하게 생각했던 해님까지 몰래 숨겨버린 꽁꽁 얼린 겨울에, 무민이 친구 투티키와 함께 해님을 찾기 위한 특별한 도전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Stop Motion Animation)과 그래픽 애니메이션, 2D 애니메이션과 3D 애니메이션의 장점을 모아 무민의 정서를 펼치는 점은 훌륭하나 연결과 설정의 디테일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느끼는 감정이라는 측면에서 제고할 필요가 있는 작품이다. 감정과 내면 표출의 내레이션이 아닌 사건 위주의 내레이션을 사용했다는 점도 우리나라 관객들이 흥분하지 않는 이유이기도 하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작품

‘겨울왕국의 무민’은 스톱모션 애니메이션과 그래픽 애니메이션이 혼합된 작품이라고 볼 수 있다. 스톱모션 애니메이션은 등장인물을 움직임에 맞춰 각각의 인형으로 제작해 그 인형의 작은 움직임을 모두 사진으로 찍은 후 연결해 만든 애니메이션을 뜻한다.

머리카락, 옷의 질감, 동물의 털, 수풀과 잔디 등 자연의 있는 그대로의 모습, 불이 타오르는 모습, 파도 등은 실사영화로 찍어서 있는 그대로를 표현하기는 쉬우나 애니메이션으로 사실적인 표현을 하기에는 무척 어렵다. 2D 애니메이션에서 3D 애니메이션으로 추세가 옮겨가며 이런 경향은 더욱 커지는데, 다양한 기법과 기술력의 발전으로 해결해가고 있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은 스톱모션의 기법을 활용해 등장인물이 입은 옷의 질감이 주는 느낌을 잘 살리고 있는데, 배경화면은 그래픽 기술로 합성했다. 마치 그린 스크린(green screen) 앞에서 배우가 연기를 하고 다른 배경 영상과 합성한 느낌을 주고 있다.

파란색 벽으로 만들어진 공간인 블루 스크린(blue screen)에서 연기를 한 뒤, 파란색이 있는 공간에 다른 화면을 합성하는 크로마키(chroma-key) 기법을 사용할 때, 서양 배우들의 눈이 파란색이 많아서 눈동자 안에 배경 공간이 들어가는 해프닝이 발생해 그린 스크린으로 바뀌었다는 점은 흥미롭다. 사람의 몸에서 자연적으로 가장 찾기 어려운 색이 초록색이라는 점이 반영됐다고 한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은 2D 기법과 3D 기법이 모두 사용된 애니메이션인데, 스톱모션을 적용할 때 동작의 간격을 촘촘히 하지 않아 연속 애니메이션이 아닌 만화 슬라이드 사진을 빨리 돌려보는 것 같은 느낌을 받을 수도 있다.

스톱모션의 간격을 촘촘히 하면 할수록 자본력과 노동력, 제작기간이 늘어나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을 수도 있고, 다양한 기법을 살리면서 종이 만화 혹은 인형극, 로봇의 움직임 같은 느낌을 주기 위해 의도적으로 설정한 것일 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이는 관객의 성향에 따라 불편하게 느껴질 수도 있고, 신선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다른 관점에서 보면 영화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TV에서 자주 만날 수 있는 스타일의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다.

◇ 읽어주는 동화책, 읽어주는 만화책 느낌의 서정적인 영화

‘겨울왕국의 무민’에서 내레이션은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 작품에서의 내레이션은 이야기를 축약해 설명하는 사건 중심으로 이어지는데, 이는 읽어주는 동화책, 읽어주는 만화책 느낌의 서정성을 형성한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내레이션이 사건 설명 중심이라는 점은 동화책, 만화책을 읽어주는 리딩극의 장점을 가지고 있지만, 우리나라 관객들은 좋아하지 않을 요소 또한 가지고 있다. 우리나라 관객은 내레이션을 극도로 싫어하는 경향을 보이면서도, 내레이션에 감동의 눈물을 흘리기도 한다.

주로 사건 위주의 내레이션은 내레이션을 통해 직접적으로 설명을 투입하는데, 우리나라 관객들은 스토리텔링을 통해 보여주면 되는 것을 말로 설명하는 것을 일반적으로 매우 싫어하는 경우가 많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반면에 감정과 내면의 생각을 차분히 드러내는 내레이션은 무척 좋아하는데, 그런 내레이션은 감정이입한 관객과 교감하며 공감하는 효과를 높이기 때문이다. 이런 관점에서 볼 때, ‘무민’이라는 정서와 ‘겨울왕국’이라는 정서가 만났음에도 불구하고 관객들이 흥분하지 않는 이유는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도 있다.

◇ 관객에게 호응을 받기 위해, 우리나라 애니메이션이 가야 할 길

할리우드의 3D 애니메이션 기술의 발전으로 인해 우리나라 관객들의 눈높이는 무척 높아졌다. 스토리텔링을 중시하는 측면도 고려해, 스토리텔링과 기술력 모두를 충족하는 애니메이션을 만들어야 내수 시장에서 국내 관객에게 어필할 수 있을 것이고, 외국에도 수출될 수 있을 것이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실사영화도 마찬가지이긴 하지만, 애니메이션은 기술집약적인 분야이면서 동시에 노동집약적인 분야의 예술이다. 설정이 틀렸을 경우 일부분만 수정하면 되는 게 아니라 몇 년 몇 달 동안 잠도 못 자고 노력했던 성과를 하나도 못 쓰고 처음부터 새로 다시 만들어야 하는 장르가 애니메이션, 특히 3D 애니메이션이다.

애니메이션에서 읽어주는 느낌은 잘 살리면 좋은 효과를 발휘하는데, 사건 위주의 내레이션은 가능한 자제하는 것이 좋다. 이것은 애니메이션과 실사영화에서 관객들이 공통적으로 보이는 거부감을 줄이기 위해 필수적인 선택이다.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 스틸사진. 사진=안다미로 제공>

‘겨울왕국의 무민’을 보고 관객들의 반응을 살펴보면, 만약 이 작품이 할리우드에서 만들어졌으면 전혀 다르게 우리에게 어필했을 것이라는 예상을 할 수 있다. 우리나라에서 애니메이션을 만들 때, 이런 평가를 나중에 받을 위험성이 있는지 기획 단계부터 꼼꼼하게 살펴보는 것도 필요하다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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