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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연극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 연출 김민경! 연극을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사명감

발행일 : 2018-02-28 12:57:15

“몇 백 년 전의 작품을 현대의 이야기로 바꾸어 동시대 관객을 만나는 것. 그것이 고전을 가치 있게 이어나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누구나 읽어본 적은 있지만 제대로 읽어본 적이 없는 고전을 좀 더 쉽게 보다 감성적으로 무대 위에서 만날 수 있는 산울림 고전극장. 2018 산울림 고전극장의 네 번째 작품, 3월 7일부터 18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되는 극단 노마드의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의 각색과 연출을 맡은 김민경 연출과 함께 작품에 관한 이야기를 나눴다.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이하 김민경 연출과의 일문일답

Q. 처음 햄릿을 읽었을 때 첫인상은 어떠했나요?

첫인상을 기억해 내는 건 첫 받아쓰기 시험, 유치원 첫 짝꿍 등을 떠올리는 것과 비슷한 계제의 일입니다. 사실 셰익스피어 작품을 개인적으로 좋아하진 않습니다. 아니, 연출로서 흥미를 느끼지 못한다고 말 하는 게 맞을 것 같아요. 너무 빈틈없이 꽉 차 있는 텍스트에 가끔 답답함을 느끼기도 합니다.

Q. 이번 고전극장에서 셰익스피어의 작품 중 햄릿을 선택한 특별한 이유가 있을까요?

셰익스피어의 작품에 그다지 매력을 느끼지 못함에도 불구하고 햄릿 작품을 선택한 이유는 이 작품이 쓰인 동기에 대하여 이야기를 듣고 난 후입니다. 행동하는 데에만 치중하는 야만적인 인간에 모멸감을 느낀 작가가 생각하는 사람 햄릿을 만들었다는 이야기. 그 이유가 현대의 우리의 모습과 많이 닮아있다고 생각했어요. 그래서 이 작품을 선택하였고 꽉 차 있는 텍스트에 구멍을 만들기로 결심했습니다.

Q. 작년 권리장전에도 고전인 보이체크를 기반으로 보이체크 신드롬을 올리셨잖아요. 고전을 기반으로 작업하는 이유가 있나요?

고전 작품이 가치가 있다는 것은 역사가 증명합니다. 오랜 시간동안 많은 사람들에게 읽히고 보전된다는 것은 그 이유가 필연적으로 존재한다는 것을 반증하는 것이니까요. 역사를 관통하는 보편적 의미, 그 진리를 현대의 가치에 치환하여 재창작하는 작업에 전 큰 흥미를 느낍니다.

물론 과정이 쉽진 않지만 그 작업은 저에게 마치 수수께끼를 푸는 것 같은 즐거움과 희열을 줍니다. 몇 백 년 전의 작품을 현대의 이야기로 바꾸어 동시대 관객을 만나는 것. 그것이 고전을 가치 있게 이어나가는 방법 중에 하나가 아닐까 생각합니다.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 이번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에서 멈추고, 생각하고의 의미를 이야기해주세요!

사실 처음에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을 시작하고 준비했을 때와 지금, 작품의 방향성이 많이 바뀌었습니다. 얼마 전부터 시작된 연극계 성추행, 성폭행 폭로. 그리고 파문. #me too와 #with you를 통해 드러나는 진상들.

이 사건들은 우리가 뿌리를 내리고 터전으로 삼고 있는 연극계의 민낯을 여지없이 보여주었습니다. 그 사건들을 맞닥뜨리고 나서 어떤 혼란을 느꼈고 어떤 울렁증도 생겼어요.

이것은 연극을 하는, 연극인으로서의 삶을 살아가는 나에게 정체성의 혼란을 가져다주었습니다. ‘난 대체 어디에 발을 딛고 서 있는 것인가?’ 이건 비단 나뿐만이 아니라 우리 팀원들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아니, 어쩌면 연극인 모두에게 치유할 수 없는 상처를 주지 않았나 싶어요.

그런데 그 시기에 스스로 되뇌는 질문이 하나 있었습니다. ‘나는 정말 모르고 있었나?’, ‘어쩌면 공경 내지는 존중이라는 이름하에 알면서도 눈감은 것은 아닌가?’ 거기에 대한 스스로의 대답은 ‘알잖아! 알고 있었잖아!’

술자리에서 뒷담화처럼 오가던 얘기들, 누가 그랬다더라, 누가 당했다더라, 어디가 그런다더라. 구체적이진 않았지만 아름아름 들었던 이야기들이 구체성을 띄고 수면위로 떠오른 것뿐이었고 그렇다면 나 역시도 가해자이다. 방관이 그 죄다.

그래서 많은 고민 끝에, 물리적 시간의 부족을 감내하고라도 햄릿을 통해 이 이야기를 해보려 결심했습니다. 굳이 의미를 찾진 않겠습니다. 다만 이 작업은 연극인으로서, 연극을 계속 해 나가야 할 우리들이, 연극을 통해 이야기를 해야 한다는 일종의 사명감으로 시작되었고 여전히 진행 중입니다.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극단 노마드.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제공>

Q. 마지막으로 공연을 보러 오실 관객분들께 말씀해주신다면?

이 작품은 꽤나 불편하고 혹은 불쾌할 수도 있는 이야기입니다. 한사람을 타깃으로 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그 타깃을 바라보는 우리의 이야기입니다. 관객분들게 드리고 싶은 말씀은 이 불편함을 회피하지 말고, 직시해달라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같은 일들이 또다시 일어나지 않도록 스스로 대비해달라는 말을 전하고 싶습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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