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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사랑에 심취한 지휘를 펼친 이규서

발행일 : 2018-03-05 10:34:38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이하 ‘쇤베르크 정화된 밤’)이 3월 2일 예술의전당 IBK챔버홀에서 공연됐다. 음악감독인 이규서의 지휘로 정규 프로그램부터 앙코르까지 ‘사랑’이라는 주제를 담은 감미로운 시간이었다.

명확한 해석 속에 섬세한 디테일과 완급조절, 몰아침의 열정적 지휘로 유명한 이규서는, 이날 공연에서 기존 자신의 스타일에 더해 새로운 황홀감에 도취된 몰입감으로 관객들에게 감정이입하게 만들었다.

‘사랑’이란 주제의 시간에 지휘자가 보여준 심취는 사람에 대한 사랑의 심취 혹은 음악(범위를 좁히면 지휘)에 대한 사랑의 심취일 수 있다고도 예상하게 만들었다. 실제로 사람이나 음악에 대한 진한 사랑을 하고 있어서 그렇게 표출됐을 수도 있고, 내면에 사랑은 가득 차 있는데 밖으로 아직 채 분출되기 전이어서 심취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까 생각할 수도 있었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 안톤 베베른의 ‘느린 악장(1905)’, 작곡가의 취지에 연기자처럼 몰입한 지휘자 이규서

‘쇤베르크 정화된 밤’의 첫 곡은 안톤 베베른의 ‘느린 악장(1905)’이었다. 이규서는 대체적으로 부드럽게 지휘했는데, 시선은 악보만 바라보는 것도 아니고 연주자를 직시하는 것도 아닌, 특히 느리게 연주되는 부분에서는 악보와 연주자를 동시에 바라보는 중간적 시선을 유지했다.

이규서는 때론 눈을 감고 심취한 지휘를 했는데, 정확한 지휘의 메시지를 주는 이규서는, 동작뿐만 아니라 공연장을 감싸는 에너지로 연주자들, 그리고 관객들과 공명하게 만든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곡을 무척 조심스럽게 다루는 모습은 언제 잠에서 완전히 깰지 모르는 맹수가 잠에서 덜 깬 상태에서 자식들을 부드럽게 감싸 안는 것 같은 뉘앙스를 이미지적으로 전달했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부드러우면서도 힘을 빼고 자연스럽게 지휘하는 것처럼 보였는데, 다른 모습을 제외하고 지휘봉을 든 이규서의 오른손만 집중해서 바라보면 절대 약하지 않은 지휘를 하고 있다는 것도 볼 수 있었다.

‘쇤베르크 정화된 밤’ 공연 안내 리플렛에는 ‘느린 악장(1905)’에 대해 이렇게 말한다.

“...우리의 사랑은 끝없이 높게 솟구치며 온 우주를 가득 채운다. 두 개의 영혼은 황홀 속에 도취되어...” 안톤 베베른은 자신의 일기에 이 작품을 이런 시로써 설명하고 있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각각의 곡뿐만 아니라 각 악장마다 다른 지휘 콘셉트를 잡기도 하는 이규서가 지휘의 콘셉트를 잡을 때 작곡가 베베른에 취지에 맞췄다면 뛰어난 연기자적 소질을 가지고 있다고 볼 수 있는데, 실제로 연기를 하지 않더라도 음악을 통해 표현하고 해석하는데 정말 탁월한 장점으로 발휘되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재능 있는 아티스트는 자신의 주 분야가 아닌 다른 예술 영역의 능력 또한 가지고 있다는 것을 고려하면, 쉽게 이해할 수 있다.

‘느린 악장(1905)’의 연주를 마친 후 이규서는 곡에서 바로 빠져나오지 않고 잠깐의 그렇지만 길게 느껴질 수도 있는 시간을 뒀는데, 연주의 마지막 음을 더 깊게 간직하려는 관객에 대한 배려이자, 다른 관객들에게도 그 느낌을 공유하고자 하는 여운을 준 시간이었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 백병동/전상직의 ‘현을 위한 파사칼리아(1997/2006)’, 후배의 후배, 제자의 제자로 이어진 음악적 감성

백병동/전상직의 ‘현을 위한 파사칼리아(1997/2006)’은 백병동이 1997년에 동아(현 서울)국제음악콩쿠르의 위촉을 받아 작곡한 바이올린 독주곡을, 그의 제자인 작곡가 전상직(현 서울대 음대 학장)이 현악 오케스트라를 위한 버전으로 편곡한 곡으로 알려져 있다.

이 곡은 불안감을 조성하는 화음이 사람의 마음을 건드리는데, 하나의 악기가 연주하는 것 같다가도 합주를 하는 것 같은 느낌을 교차해 전달했는데, 장은정의 바이올린 솔리 부분에서는 원곡의 톤을 예상할 수 있었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 슬픈 선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눈물을 흐르게 만든 연주

인터미션 후에 이어진 곡은 아르놀트 쇤베르크의 ‘정화된 밤’이었다. ‘정화된 밤’은 표제음악인데, 표제음악은 절대음악과 대립되는 개념으로 쉽게 말하면 다른 장르의 예술을 음악으로 표현한 것을 뜻한다.

이 곡은 쇤베르크가 무조주의를 받아들이기 전의 음악으로 알려져 있는데, 무조음악은 악곡의 중심이 되는 조성을 부정하는 음악으로 현대음악에서 발달한 음악 양식을 뜻한다.

18명의 OES 연주자들이 이규서와 함께 연주한 이 곡은 명확하게 슬픈 선율이라고 생각되지는 않는데, 눈물이 흐르게 만든 곡이었다. 표제음악이 내포하고 있는 음악 속의 스토리텔링, 무조주의를 받아들이기 전에 쇤베르크가 가졌을 이중적이고 복합적인 양가감정이 OES와 만나 무언가를 만들었던 것 같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이번 ‘쇤베르크 정화된 밤’은 바이올리니스트 장은정, 조인영, 천현지, 이수민, 마계원, 김지민, 권재현, 김경민, 이현지, 이화진, 비올리스트 최민경, 한진호, 정수민, 첼리스트 임재린, 고영주, 김효정, 콘트라베이시스트 남한나, 김민철이 함께 했다.

‘정화된 밤’은 곡 초반에는 전반적으로 차분하게 진행되다가 모든 현악기가 동시에 질주하는 시간도 있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평화롭게 돌아오기도 했는데, ‘정화된 밤’의 이런 모습은 이규서의 완급조절과도 잘 어울린다.

몇 년간 꾸준히 OES의 연주를 들으면서, 수준급 연주자들에서 정상급 연주자들로 성장해간다는 것을 느낄 수 있는데, 사람을 움직이게 만드는 것은 개인의 기교와 진심일 수도 있지만 함께 하는 사람들이 증폭해 만들어낸 감성일 수도 있다는 것을 느끼게 한다.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오케스트라 앙상블 서울 OES의 쇤베르크 정화된 밤’ 리허설사진. 사진=김신중 제공>

◇ 두 손을 모아 지휘하면서 손하트를 만든 이규서

‘쇤베르크 정화된 밤’에서 앙코르 곡을 연주하기 전에 이규서는 쇤베르크가 생애에 존경했던 인물이 브람스라는 것을 알려주면서, 이번 연주회의 큰 주제는 ‘사랑’이라는 것을 설명했다.

이규서는 올해 하반기부터 OES가 2020년까지 3년간 ‘베토벤 교향곡 전곡 시리즈’를 선보일 것이라며 기대를 갖게 했고, NCM KLASSIK과 계약을 맺고 OES의 첫 스튜디오 레코딩 앨범인 ‘모차르트 : 교향곡 제29번 & 현을 위한 세레나데’ “아이네 클라이네 나하트무지크”가 발매됐다는 것 또한 알려줬다.

앙코르 곡을 이규서는 지휘봉과 악보 없이 연주했는데, 두 손으로 지휘하면서 두 손이 함께 만드는 손하트를 연상하게 만드는 동작을 취한다는 점이 돋보였다. OES의 연주가 앞으로 더욱 감성적인 감동을 줄 수 있다는 것을 예상하게 만들었는데, 정교한 소리, 압축된 음악을 선사하는 앙상블이 얼마나 풍성해질지 기대하게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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