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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인터뷰] 스피스스케이팅 장내 아나운서 이동준이 느낀 2018 평창 동계올림픽

발행일 : 2018-03-07 15:16:01

스포츠 경기에서 장내 아나운서는 경기장의 에너지를 모으고 활력을 불어넣는데 큰 역할을 한다. 장내 아나운싱에 따라 관객들의 흥분은 증폭돼 선수들에게 전달되고, 집에서 중계방송을 보는 시청자들에게도 그 생생한 감동은 전해진다.

0.01초의 현장에 누구보다도 밀착해 있던 스피드스케이팅 장내 아나운서 이동준이 느낀 2018 평창 동계올림픽은 어떨까? 어느 방송국에서 아나운서로 나오냐는 질문에 장내 아나운서이기 때문에 목소리는 3사 모든 방송에 나온다고 대답했던 이동준 아나운서를 올림픽 후 만나 소감을 공유한다.

유쾌한 선수들, 저희에겐 영광. 사진=이동준 제공 <유쾌한 선수들, 저희에겐 영광. 사진=이동준 제공>

이하 이동준 아나운서와의 일문일답

Q. 자기소개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이동준 아나운서입니다. 2018 평창 동계올림픽에서 스피드 스케이팅 장내 아나운싱을 담당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습니다. 그리고 이 기회에 추억을 정리할 수 있게 해 주시고 연락주신 기자님께 감사합니다.

모든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밟은 아이스링크. 사진=이동준 제공 <모든 경기가 끝나고 드디어 밟은 아이스링크. 사진=이동준 제공>

Q. 장내 아나운싱인데, 장내에서 선수 소개만 하는데 그치는 게 아니라 감정을 넣어서 직접 중계를 하셨더군요.

감정을 조절하는 것이 쉽지는 않았습니다. 약간 애매한 부분이기도 한데... 한국인 스태프들은 제가 흥분하면 흥분할수록 엄지를 치켜들었고 외국인 스태프들은 혹시나 저한테 피해가 가지 않을까 저를 걱정했습니다.

Q. 양측의 반응이 엇갈린 것인가요?

아무래도 국제 신호 화면을 보는 몇 억 명의 시청자들도 생각해야 하기 때문에 제가 심한 편파 중계를 하지 않는 것도 필요하죠.

수호랑과의 추억. 사진=이동준 제공 <수호랑과의 추억. 사진=이동준 제공>

Q. 가장 기억에 남는 순간이 있나요

잊히지 않는 순간이 있습니다. 이상화 선수가 올 시즌에 월드컵에 몇 번 나왔을 때 전부 2위를 기록했습니다. 1위는 그 때마다 고다이라 선수였습니다. 그리고 제가 기억하기로는 전부 100m기록에서 이상화 선수가 근소한 차이로 뒤졌습니다.

이번 500m 경기에서는 이상화 선수가 고다이라 선수 바로 다음 조로 뛰었는데, 고다이라 선수의 100m기록이 10초26이었습니다. 그 때까지 가장 빠른 기록이었죠. 그런데 그 다음 이상화 선수가 뛰었는데 100m기록이 10초20이 찍힌 겁니다, 그 상황에 어떻게 흥분을 하지 않을 수가 있나요?

Q. 한국인들은 흥분 안하면 안한다고 혼냈을 텐데요.

물론 그 후 400m구간에서 이상화 선수 본인으로서는 아쉽다고 표현한 레이스를 펼쳤지만. 저는 아쉽지 않았습니다. 그날의 관중들은 정말 대단했습니다.

성취감이란 걸 맛볼 수 있게 해준 우리 팀. 사진=이동준 제공 <성취감이란 걸 맛볼 수 있게 해준 우리 팀. 사진=이동준 제공>

Q. 어떨 때 가장 보람 있었나요?

올림픽이 즐거워지는데 조금이라도 보탬이 된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방송하고는 매커니즘이 완전히 다릅니다. 그동안 저는 방송을 주로 했는데, 이번엔 장내 캐스팅을 했기 때문에 쌍방향 소통이 가능했죠. 저의 말투나 흥분도, 내용에 따라서 관중들의 반응이 바로 바로 느껴졌습니다.

제가 살면서 이런 관중들을 두 번 다시 볼 수 있을까 하는 생각도 듭니다. “더 빨라졌습니다!”라는 멘트를 마치자마자, 함성 소리가 쫘악~올라오는 그때, 지금도 생각하면 소름이 돋습니다. 그리고 선수들이 인터뷰에서 “관중들의 응원 소리가 큰 힘이 됐습니다.”라고 이야기하면 괜히 뿌듯했습니다.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었던 시간. 사진=이동준 제공 <관중들과 호흡할 수 있었던 시간. 사진=이동준 제공>

Q. TV로도 함성 소리가 엄청 났었죠.

물론 당황했던 적도 있습니다. 여자 팀추월 경기날이었는데, 갑자기 여론이 좋지 않아져서. 원래 한국 선수들의 이름을 호명하면 큰 함성 소리가 들렸는데. 그 날은 한 선수의 이름을 불렀을 때 너무 조용해서 안타까웠고. 그 짧은 시간동안, 오늘은 어떤 톤으로 아나운싱을 해야 하나 생각했습니다. 다행히 그 다음 경기에서는 많은 응원을 보내주셨습니다.

이 경기장에 있었다는 걸 꼭 기억하고 싶어 찍은 사진. 사진=이동준 제공 <이 경기장에 있었다는 걸 꼭 기억하고 싶어 찍은 사진. 사진=이동준 제공>

Q. 선수들을 직접 보니 어떻던가요?

사실 긴장감과 압박감이 느껴졌기 때문에 웬만하면 선수들을 자극시키지 않으려고 노력했습니다. 선수들의 이름을 정확하게 발음하기 위해 180명 정도 되는 선수의 2/3정도는 만나본 것 같은데, 한국 선수들에게는 일부러 근처에도 가지 않았습니다. 혹시나 좋지 않은 영향을 줄 수도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특이했던 것은 우리나라 언론이나 일본어심의회에서는 성-이름순으로 쓰는 것이 원칙인데, 제가 만나본 일본 선수들은 전부 이름-성으로 불러달라고 했습니다. 회의 끝에 이름-성으로 불렀습니다. ‘나오 고다이라’라고. 그리고 선수들의 명성은 익히 들었지만, 모자와 선글라스를 쓰고 경기에 임하는 선수들이 많아서, 평상시에 볼 때 바로 알아보지 못할 때 굉장히 미안했습니다.

이건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광란의 뒷풀이. 사진=이동준 제공 <이건 공개해도 될지 모르겠지만... 광란의 뒷풀이. 사진=이동준 제공>

Q. 누구에게 가장 미안했나요?

음... 마르티나 사블리코바 선수, 이름부터 여쭤봐서 미안해요. 친절하게 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이번 올림픽에서 메달을 목에 못 걸어서 괜히 마음에 걸렸어요~.

Q. 오랜만에 가족과 떨어져 있었겠네요.

이렇게 긴 시간 떨어져 있는 건 결혼하고 나서 처음이었습니다. 이 자리를 빌려서 3주간 독박육아하신 아내님, 고맙습니다~! 챙겨주신 생식 잘 먹고 건강히 다녀왔어요.(웃음) 가족을 생각하는 마음이야 저뿐만 아니라 그 곳에 모인 모든 스태프분들 마찬가지 마음이었을 겁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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