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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숫자녀 계숙자’(2) 전혜빈의 사리대화와 심정대화

발행일 : 2018-03-26 01:39:04

김형규 제작, 김형섭 각본/연출, MAKETH(메익스)의 웹드라마 ‘숫자녀 계숙자’ 제2회 의 부제는 ‘컨저링’이다. 컨저링(conjuring)은 마술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는데, 제임스 완 감독이 만든 동명의 공포영화도 있다. 마술을 뜻하는 단어 중 매직(magic)은 주술적 마술을 뜻한다면, 컨저링을 비롯해 트릭(trick), 일루전(illusion)은 예능으로서의 마술을 뜻한다는 차이를 가지고 있다.

‘숫자녀 계숙자’ 제2회의 첫 장면은 공포영화와 같은 음산하고 무서운 분위기로 시작한다. 계숙자(전혜빈 분)가 있는 사무실은 찬바람이 휙휙 분다는 것을 이미지적으로 암시하는 표현이기도 하지만, 마법 같은 일이 펼쳐진다는 반전을 표현하기 위한 사전에 미리 반전을 표현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 연극에서 관객만 들으라고 하는 대사인 방백같이, 카메라를 보고 시청자들에게 직접 이야기하는 숙자

방백은 연극 무대에서 등장인물이 말을 하지만 무대 위의 다른 인물에게는 들리지 않고 관객만 들을 수 있는 대사를 뜻한다. 독백은 혼자 하는 말이라면, 방백은 대놓고 관객에게 들으라고 하는 말이다. 공연장에서 둘 다 관객이 듣는다는 공통점은 있지만, 독백이 내면을 표현한다면, 방백은 내면이나 행동에 대해 관객과 대화함으로써 직접적인 동의와 공감을 얻으려고 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숫자녀 계숙자’ 제2회에서 보낸 사람의 이름 없이 숙자의 사무실로 배달 온 꽃 패키지에 대해, 누가 보냈는지 추정하는 과정에서 숙자의 추론은 방백과 같은 대사를 카메라를 바라보면서 한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만약, 내레이션으로 독백을 표현했으면 숙자가 말하는 톤과 얼굴 방향, 표정은 달라졌을 것이다. ‘숫자녀 계숙자’가 웹드라마라는 장르적 여유를 사용해 시트콤적인 재미, 예능 프로그램 같은 묘미를 살리고 있는데, 시청자의 경우 숙자의 방백에 대답하면서 보면 훨씬 더 재미있을 수 있다.

만약, 일반 드라마였으면 시청자들은 본방 시간에 실시간 채팅창에서 서로의 느낌과 생각을 주고받으며 볼 수 있지만, 웹드라마의 경우 시청자가 각각 처음 클릭하는 그 순간이 본방 시간이라고 볼 수 있기 때문에 동시다발적인 채팅이 원활하기 어려운데, 방백적 대사는 이런 욕구를 대리충족하는 역할을 한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 전혜빈의 사리대화와 심정대화

‘사리대화(事理對話)’는 이야기 표면의 지식과 정보를 주고받는 대화를 뜻하며, ‘심정대화(心情對話)’는 그 안에 있는 내면의 진짜 바람까지 반영한 대화를 뜻한다. 누군가 꽃을 보내며 마음을 표현했을 때 꽃을 받았다는 것 자체로 행복해하거나 보낸 사람의 마음을 알아보기보다는, 누가 보냈는지를 추적하는데 숙자는 집중한다.

모든 것을 숫자로 대하는 숙자는 심정대화보다는 사리대화에 익숙해져 대화는 물론, 몸과 마음, 생각이 움직인다. 그렇지만 사리대화에만 집중하는 숙자가 심정대화를 하기 시작하면, 그녀의 숫자 로맨스 또한 시작될 것이라고 예상된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제2회에서 골목에서 따라오는 사람을 치한이라고 오해해 겁을 내면서도 어떻게 이 장면을 피할 수 있는지 철저하게 숫자로 계산하는 장면에서만 봐도 숙자가 당분간 사리대화에만 전념할 것이라고 예상되기도 한다.

주인공이 숫자남이 아닌 숫자녀인 설정은 신선하다고 생각되는데, 주인공이 숫자남이었으면 너무 뻔한 설정이 됐을 위험성도 있다. 바뀐 역할로 인해 영화나 드라마에서 흔히 볼 수 있는 상황을 바꿔 상대방의 입장에서 생각해 볼 수 있다는 점도 의의가 있다.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숫자녀 계숙자’ 스틸사진. 사진=oksusu 채널 캡처>

제1회에서 숙자와 주철(박정복 분)이 만난 과거 회상 장면은 흑백으로 표현됐었는데, 같은 장면이 흑백에서 칼라로 변하는 것은 과거의 흑역사가 더 이상 이어지지는 않는다는 이미지적 암시일 수도 있고, 과거와 똑같은 장면이 연출될 수도 있다는 암시일 수도 있었다. 5년 전을 계기로 숙자는 남자가 아닌 일에 몰두하면서 철저하게 사리대화를 하는 인물이 됐다는 추정을 할 수 있는데, 숙자가 심정대화를 하게 된다면 5년 전 감성이 자극돼 그때의 마음이 살아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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