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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김준수의 전국투어, 세계투어 완창판소리를 기대하며

발행일 : 2018-03-26 16:55:56

2018 국립창극단 ‘완창판소리’ 3월 공연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이하 ‘수궁가’)가 3월 24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됐다. 국악계의 아이돌로 불리는 소리꾼 김준수의 생애 첫 판소리 완창 무대로 공연 전부터 주목됐는데, 기대한 것만큼 훌륭한 공연을 보여줬고 기대한 것 이상으로 더 큰 기대를 가지게 만들었다.

국립창극단 김성녀 예술감독으로부터 ‘인성 착하고 따뜻한 사슴 같은 남자’라는 소개를 들은 김준수는, 이날 ‘수궁가’ 완창을 통해 소리꾼으로서의 정체성을 보여주며 대명창으로 가는 첫걸음을 내디뎠다는데 큰 의미가 있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가정했을 때, 김준수의 소리가 주는 감동

‘수궁가’는 애원성이 많은 소리, 여성스러운 소리로 디테일, 다양한 기교와 음역으로 남자 창자가 쉽게 소화하기 힘든 판소리로 알려져 있다. 창극에서 여장남자 역할을 하기도 했던 김준수는 특유의 섬세함과 예민함으로 전체적인 소리부터 디테일까지 훌륭하게 소화했다.

한국어를 모르는 외국인이라고 가정하고, ‘수궁가’의 내용도 미리 알지 못한다고 가정했을 때, 자막도 제공되지 않으므로 가사가 주는 느낌이 구체적으로 전달될 수 없었다고 가정하고, 소리가 주는 울림으로만 김준수의 완창을 감상한다면 어떨까?

김준수는 탁성이 아닌 맑은 소리를 구사하는데, 맑지만 밋밋하지 않고 맑은 목소리 속에 진한 울림을 가지고 있다. 저음에서는 미묘한 섬세함을 즐기기 좋고, 고음으로 갈수록 가슴을 흔드는 폭발력을 발휘한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수궁가’는 마치 탁한 막걸리를 마시는 게 아니라, 정제했으나 원래의 막걸리가 가진 진한 느낌을 그대로 간직한 맑고 고급인 막걸리를 김준수의 저음에서 음미하다가, 고음에서 주저하지 않고 크게 한 사발 들이켜는 느낌을 줬다. 판소리의 내용을 하나도 못 알아듣는다고 해도 음악 자체만으로도 김준수는 감동을 주고 있다.

◇ 목소리를 타고난 것인가? 내면의 슬픔과 한(恨)을 타고난 것인가? 죽을 만큼 힘든 연습을 거쳐 이룩한 노력의 결과인가?

김준수의 소리를 들으면 애절하면서도 구슬프고, 구슬프지만 언제든 폭발할 수 있는 잠재된 에너지를 가지고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다. 김준수는 판소리를 위한 목소리를 타고난 것인가? 내면의 슬픔과 한을 타고난 것인가? 아니면 죽을 만큼 힘든 연습을 거쳐 이룩한 결과인가? 어떤 경우이더라도 하나만으로는 다 설명할 수 없는 내면의 알갱이가 김준수의 소리 안에 있다.

살 만큼 살고 경험할 만큼 경험한 사람이 아닌, 젊고 대중적인 인기를 누리고 있는 아티스트이기 때문에 김준수의 가능성은 무궁무진하다고 생각된다. 밝고 잘생긴 표정 안에 숨겨진 내면의 정서는 김준수의 소리를 롱런하게 만들 것이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표정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면 중 하나를 꺼내 보여주는 듯한 김준수

‘수궁가’의 무대는 바닥과 단차를 두지 않고 만들어졌다. 완창 첫 무대를 대하는 김준수의 겸손함이라고 볼 수 있다. 창극 무대에도 자주 서고, 국립무용단 젊은 창작 프로젝트 ‘넥스트 스텝(Next Step)’ 중 ‘가무악칠재(Seven Beat)’에도 출연한 김준수는 창뿐만 아니라 연기로도 각광을 받고 있는데, ‘수궁가’에서는 표정연기를 하는 게 아니라 그냥 내면의 감정 중 하나를 그냥 꺼내 보여주는 것 같은 표정을 전달했다.

진정성을 별도로 언급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진정성이 느껴졌는데, 김준수는 소리를 못했어도 배우 또는 무용수로 성공했을 것이라고 예상될 정도로 훌륭한 움직임을 보여준다.

부채를 든 오른손과 왼손을 동시에 앞으로 향하게 하거나 옆으로 펼치기도 하지만, 왼손과 왼팔로만 절절한 떨림을 표현하기도 했다. 정면만 바라보지 않고 좌우로 적절하게 방향을 바꿔 어떤 위치에 있는 관객도 소외감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감각 또한 뛰어났다. ‘수궁가’ 내내 김준수는 연신 땀을 닦으며 소리를 펼쳤는데, 얼마나 몰입해서 가지고 있는 에너지를 다 쓰고 있는지 느껴졌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준수의 정서 속에는 남성적 정서와 함께 여성적 정서도 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야들야들한 정서, 억울함과 답답함의 한의 정서, 결혼한 주부 같은 정서를 ‘수궁가’에서 모두 보여줬다. 여성적 정서를 표현할 때는 바닥에 털썩 앉아 소리를 하기도 했다. 토끼를 흉내 내며 앙증맞은 동작을 하며 관객들을 즐겁게 만들었다.

◇ 김준수가 훨훨 날아갈 수 있도록 만든 명고수 이태백과 박병준

‘수궁가’에서 김준수는 관객과 눈을 맞추기도 하고, 고수와 눈을 맞추기도 했다. 어릴 적부터 김준수와 같이 한 형 박병준이 먼저 고수로 무대에 함께 했는데, 준수가 하고 싶은 대로 내가 다 맞춰주겠다는 표정으로 시선을 김준수에 집중했다.

인터미션 후 보라색 옷으로 갈아입은 김준수를 보고 공작새 같다고 말한 관객이 있었고, 김준수는 감사의 인사를 건넸다. 그 순간을 놓치지 않고 공연의 후반부를 맡은 명고수 이태백은 김준수에게 “나를 두고 한 말이야.”라고 하는 재치를 발휘해 공연장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인터미션 후 김준수의 목소리는 더 열렸고 에너지는 더 넘쳤다. 연기력 또한 본격적으로 발휘했다. 이태백은 김준수에게 집중했는데, 김준수의 완급조절에 맞춰 이태백이 강약조절을 하며 훌륭한 무대를 만들었다. 김준수는 명고수 이태백 앞에서 주눅 드는 게 아니라 더 훨훨 날아갔다.

고수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창자 한 명이 모든 것을 책임지는 극한의 예술인 판소리, 그것도 완창판소리를 하면서 김준수는 가까스로 해내는 것이 아니라 리드미컬하고 드라마틱하게 무대를 만들었다. 인터미션 후 김준수의 표정은 더 좋아졌는데, 인터미션 전 김준수는 한의 소리꾼이었다면, 인터미션 후 김준수는 흥이 넘치는 소리꾼이었다.

◇ 김준수의 완창판소리 전국투어 공연, 세계투어 공연을 기대하며

‘수궁가’는 완창판소리가 얼마나 재미있고 즐거운 시간인지 느끼게 한 시간이었다. 이해력과 해석력이 좋은 젊은 소리꾼의, 잘생긴 외모로도 가려지지 않는 뛰어난 판소리 실력을 만끽하면서, 이 엄청난 감동을 국립극장을 찾은 관객들만 느끼는데 머물지 않고, 전 국민, 전 세계 사람들이 같이 공유할 수 있으면 얼마나 좋을까 생각해본다.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3월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방송으로는 느낄 수 없는 라이브의 묘미를 김준수는 보여줬는데, 그간 들었던 판소리가 재미없었다면 판소리 자체가 지루하고 재미없는 게 아니라 재미없는 공연을 봤기 때문이라는 것을 김준수를 실감 나게 알려줄 것이다.

김준수의 완창판소리가 전국투어, 나아가 해외투어 공연을 하게 된다면, 우리 소리에 대한 관심을 불러일으킬 수도 있고 한류의 또 하나의 축으로 판소리가 자리 잡을 수도 있을 것이다. 10년 후에는 ‘김준수 키드’가 오늘의 김준수보다 더 젊은 소리꾼으로 완창판소리 무대에 도전할 수도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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