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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연극] 2018 산울림 고전극장(5) ‘줄리엣과 줄리엣’ 사전 완판 소극장 연극의 위력

발행일 : 2018-03-27 11:59:16

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주최 2018 산울림 고전극장 ‘셰익스피어를 만나다’의 마지막 다섯 번째 작품인 이기쁨 연출, 한송희 각색, 창작집단 LAS의 ‘줄리엣과 줄리엣’이 3월 21일부터 4월 1일까지 소극장 산울림에서 공연 중이다.

예술집단 페테 & 극단 세즈헤브 ‘오셀로의 식탁’(1/17~1/28), creative 틈 ‘소네트’(1/31~2/11), 블루바이씨클프로덕션 ‘5필리어’(2/21~3/4), 극단 노마드 ‘멈추고, 생각하고, 햄릿’(3/7~3/18)에 이은 ‘줄리엣과 줄리엣’은 소극장 연극임에도 불구하고 3월 21일 첫날 공연이 무대에 오르기도 전에 4월 1일까지의 공연이 모두 예매 완료돼 소극장 연극 사전 완판이라는 경이적인 관심으로 시작해 현재 실관람객의 호평이 이어지고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 간단한 소품으로 이뤄진 깔끔한 무대,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줄리엣과 줄리엣이 사랑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원작에 충실한 구성

‘줄리엣과 줄리엣’의 무대는 간단하면서도 깔끔한데 작품의 내용을 표현하기에 부족함이 없다는 점이 눈에 띈다. 작은 의자 3개, 두 개를 모아 만든 작은 의자 1개, 사각형의 구조물, 변형이 가능한 직사각형 구조물 모두 흰색을 띠고 있으며, 천장에 달린 실 커튼 또한 흰색으로 통일성을 이룬다.

로미오와 줄리엣이 사랑하는 게 아니라 이름이 같은 두 줄리엣이 사랑한다는 것을 제외하면 셰익스피어의 원작 ‘로미오와 줄리엣’에 충실한 구성을 하고 있는데, 산울림 고전극장의 취지와 부합된다고 볼 수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 몬테규(한송희 분)와 줄리엣 캐플렛(김희연 분)은 연인이다. 줄리엣 몬테규의 똘똘한 동생 로미오 몬테규(조용경 분)는 누나의 의견을 존중하며, 줄리엣 캐플렛의 동생바보 오빠 티볼리 캐플렛(이강우 분)과 딸바보 아빠 캐플렛(조영규 분)은 줄리엣 캐플렛을 사랑하고 위한다. 언니 같은 하녀 네릿서(김하리 분)는 줄리엣 캐플렛을 지지하고, 의문의 조력자인 승려(장세환 분)는 극의 반전을 매개한다.

◇ 대사 하나하나가 작업 멘트, 남녀의 대사였으면 오글거린다는 반응이 나왔을 수도 있지만, 심리에 초점을 둔 대본과 연출은 관객을 더욱 몰입하게 한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대사 하나하나가 작업 멘트처럼 들린다.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보다 현대적으로 더 발전된 대사로 느껴진다. 줄리엣과 줄리엣의 대화는 여자와 여자라는 것을 제외하고 들으면, 사랑에 빠진 남녀의 대화와 똑같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주인공들의 내면을 섬세하고 솔직하게 표현하고 있기에 동성애 코드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사랑의 진실함과 진정성에 더욱 초점을 맞추게 된다는 점도 주목된다. 우울함과 답답함이 지워지지 않는다는 대사는 두 사람의 이끌림이 단순히 사회적인 일탈이 아닌, 답답한 현실에서의 탈출구가 되기도 한다는 점을 어필해 관객의 공감을 이끌고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에서 여자를 사랑한다고 커밍아웃한 딸의 말을 아버지는 믿지 않고 회피하려고 한다. 이 작품에 나오는 주인공들의 주변 사람들은 주인공을 정말 아끼고 사랑한다. 자신의 체면 때문에 딸과 동생, 누나를 가문에서 제외하려고 하지는 않는다는 점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두 줄리엣을 갈라놓기 위해 상대방을 훼손하려고 하기는 하지만, 각각 자기 가문의 줄리엣은 보호하려고 한다. 이기적으로 보일 수도 있지만, 이런 보호는 줄리엣뿐만 아니라 관객의 마음을 사로잡는다. 누군가 나를 끝까지 보호해주기를 바라는 것은 모든 사람들의 판타지일 수 있다.

줄리엣을 보호하기에 줄리엣의 오빠와 아빠를 대놓고 미워할 수도 없게 만들고 있는데, 줄리엣은 아빠가 수치스러워하는 딸, 오빠가 증오하는 동생이라고 스스로를 표현하는데, 내용의 디테일을 보면 ‘줄리엣과 줄리엣’보다는 ‘로미오와 줄리엣’에 더 적합한 표현이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 시대에 따른 금기의 뉘앙스를 반영하다

원작인 ‘로미오와 줄리엣’의 시대에는 앙숙인 가문의 사람을 사랑한다는 게 쉽게 받아들일 수 없는 금기였다면, ‘줄리엣과 줄리엣’은 동성이 사랑하는 게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는 금기라는 점을 반영하고 있다.

당시의 금기를 각각 담고 있기 때문에 두 작품은 각각의 시대에서 주목받을 수 있다. 신선하고 속이 다 시원하다는 반응을 얻을 수도 있지만, 매우 불편하거나 혹은 받아들일 수 있을 것 같은데 찜찜함이 남아있을 수도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로미오와 줄리엣’ 당시에는 첨예한 화두였던 가문 지향적인 마인드가 이제는 상당 부분 약해졌기 때문에, 현대의 관객들은 로미오와 줄리엣이 꼭 죽었어야만 하는가에 대해 의문을 가지기도 한다. 마찬가지로 추정하면, 시간이 꽤 많이 지난 후에는 ‘줄리엣과 줄리엣’의 사랑은 그냥 아름다운 사랑이지 저렇게 결사적으로 반대하고, 목숨을 바칠 정도의 사건인지 질문을 던지는 시대가 올 수도 있다.

◇ 배우들의 연기력, 창작집단 LAS로 뭉쳐진 힘

‘줄리엣과 줄리엣’은 내용도 내용이지만 배우들의 연기력 좋다는 점이 보는 즐거움을 높이고 있다. 창작집단 LAS의 소속 배우들은 각각의 연기력과 연기의 조합 모두에서 뛰어남을 보여주고 있기에 실관람객의 호평이 이어진다고 볼 수 있다.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줄리엣과 줄리엣’ 공연사진. 사진=극단/소극장 산울림, 아트판 제공>

자연스러운 대화와 연극적인 대사 모두 감정이입에 도움을 주는데, 김희연은 결혼이라는 이야기를 꺼내며 다소 급진적이고 과격해진다. 소프트하고 로맨틱했던 줄리엣이 드라마틱한 줄리엣으로 바뀌어 가면서 목소리도 변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줄리엣과 줄리엣’은 색으로 여운을 남긴 점 또한 인상적이다, 노란색 옷과 초록색 옷으로 갈아입은 두 줄리엣은 시간의 변화, 시대의 변화와 시점의 변화를 이미지적으로 표현해 관객들이 연극에서 빠져나올 수 있도록 친절히 돕는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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