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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국립합창단 제172회 정기연주회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낯선 조합, 거대한 시너지와 재미

발행일 : 2018-03-28 16:01:33

국립합창단 제172회 정기연주회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가 3월 27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공연됐다. 한국적 창작칸타타와 아르헨티나 탱고미사곡으로 이뤄졌으며, 지휘자 윤의중, 바리톤 김동섭, 메조소프라노 김정미, 반도네온(Bandoneon) 후앙호 모살리니(Juanjo Mosalini), 국립합창단, 안양시립합창단,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가 함께 무대를 꾸몄다.

마지막 곡인 ‘조국의 혼’에서는 200명이 넘는 출연진이 무대에 오르는 대규모의 공연이었는데, 다양한 출연진의 조합과 시너지와 함께 미사음악과 탱고, 한민족의 흥과 애환 등 서로 다른 정서가 합창과 오케스트라의 웅장함으로 펼쳐졌다는 점이 주목된 시간이었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 규모의 예술, 서로 다른 장르가 가진 정서를 아우르는 감동의 무대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는 일단 규모 면에서 볼 때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펼칠 수 있는 가장 압도적인 스케일을 보여줬다. 풀 오케스트라와 합창단이 함께 했고, 성악가와 반도네온 협연자, 국악 연주자 또한 공동의 무대를 꾸몄다.

서양 악기와 동양 악기의 공동 연주는 시너지를 내기도 하지만 디테일에 있어서 밀착된 감동을 극대화하지는 못할 수도 있는데, 합창이 함께 하면서 각각의 소리를 모두 아울렀다는 점이 주목된다. 사람의 소리는 서양 악기와 동양 악기 사이의 공간을 메우고 연결하는 역할을 했는데, 독창이 아닌 전체적인 조화를 기본으로 하는 합창이기 때문에 가능했다고 생각된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 미사음악과 탱고의 절묘한 조합, 새로운 정서에 대한 경험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의 제1부는 세계적인 영화음악가이자 작곡가 루이스 바칼로프(Luis Bacalov)의 ‘미사탱고(Misa Tango)’로 구성됐다. 탱고는 열정적이며 인간 내면의 깊은 밀착을 연상하게 하고, 미사곡은 경건하고 성스러운 느낌이 먼저 떠오르는데, 미사탱고곡이라는 자체만으로도 어떤 곡인지 호기심을 자아냈다.

종교의식에 사용되는 미사곡을 만들면서도 아르헨티나 고유의 탱고 정서를 포함하고 있다는 점이 주목되는데, 미사탱고곡을 우리 식으로 응용하면 미사국악곡을 떠올릴 수 있다. 제2부 공연이 우리의 고유 정서를 포함한 곡으로 구성됐다는 점은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가 만든 스토리텔링을 인지하게 만든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첫 곡인 ‘Kyrie’는 오케스트라 연주, 합창, 성악과 함께 반도네온 협연으로 이뤄졌는데, 합창단과 오케스트라 앞에선 반도네온은 협연 악기라기보다는 협연 성악가처럼 느껴졌다.

‘Gloria’에 이은 ‘Credo’는 미사의 노래인데도 밝고 경쾌했고 타악의 리듬이 살아있었는데, 탱고의 정서가 이렇게 녹아들어 있다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Santus’에서는 반도네온과 첼로 솔리가 초반에 연주를 주고받으면서 마치 탱고를 추는 남녀 무용수가 홀딩 동작을 하기 전에 독무를 추는 것 같이 상상하게 만들었다. ‘Agnus Dei’까지 웅장함은 이어졌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 한국적 창작칸타타, 국립합창단 전임 작곡가 오병희의 ‘달의 춤’과 우효원의 ‘조국의 혼’

인터미션에 이은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제2부는 한국적 창작칸타타로 이어졌다. 전통악기 연주자가 무대에 올라 서양 오케스트라와 함께 연주를 펼쳤다. 제2부 공연은 우리의 정서를 담고 있기 때문에 자막으로 표현된 가사가 음악과 함께 더욱 심금을 울렸다.

‘새야 새야’에서 “새야 새야 눈물 많은 새야 꿈길에서라도 날개 접고 쉬려 무나”라는 가사에서 새는 사람의 마음을 투사한 존재일 수도 있다고 느껴졌다. 실제 새에 사람의 마음을 투사했을 수도 있고, 새라고 표현된 사람일수도 있다고 생각된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환영’은 역동적이고 강렬한 긴박감을 전달했다. 처음부터 오케스트라의 연주와 합창은 모두 치고 들어가며 질주했는데, “아비규환 비명소리 통곡하네”, “불과 불이 싸우네”라는 가사는 연주가 주는 감정의 건드림을 더욱 와닿게 만들었다.

‘달의 춤’은 연주가 끝나고 큰 환호를 받았고, 더 많은 인원이 보강된 ‘조국의 혼’은 공연의 대미를 장식했다. ‘조국의 혼’은 ‘흥(興)’, ‘한(恨)’, ‘비(悲)’, ‘희(希)’로 구성돼 있다. ‘흥(興)’에서 가사는 ‘아리 아리랑’인데 진군가의 느낌을 주며, 북이 타악의 흥을 돋우어 관객의 큰 호응을 받았다. 마지막 ‘희(希)’는 무대에 나와 있는 모든 인원이 연주에 참여해 인상적인 마무리를 보여줬다.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 공연사진. 사진=국립합창단 제공>

‘열정의 탱고와 한국의 얼의 조우’는 국립합창단이 다양한 레퍼토리와 연주자의 조합으로 시너지를 낼 수 있다는 것을 보여준 무대였다. 컬래버레이션은 물론이고 자체로도 다양한 장르의 합창을 재미있게 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의 있는 시간이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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