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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덕구’ 남자 기자도 울게 만드는 영화, 그러나 대상관계이론 도날드 위니콧의 ‘멸절’과 ‘충분히 좋은 엄마’라는 관점에서는

발행일 : 2018-04-02 00:25:41

방수인 감독의 ‘덕구(Stand by me)’에서 어린 손주 덕구(정지훈 분), 덕희(박지윤 분)와 함께 살고 있는 일흔 살 덕구 할배(이순재 분)는 자신에게 주어진 시간이 얼마 남지 않음을 알게 되면서, 세상에 덩그러니 남겨질 두 아이들을 위해 자신을 대신할 사람을 찾아주기로 결심한다.

‘덕구’는 내가 덕구 할배일 수도 있고, 내가 덕구일 수도 있다는 생각에 남자 기자도 울게 만드는 영화이다. 영화 속에서 덕구 할배는 엄마의 역할을 하는데 실제 엄마만큼 하지는 못하는데,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멸절(annihilation)’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관점에서 덕구 할배를 살펴보려고 한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의, 멸절과 충분히 좋은 엄마의 개념

위니콧에 의하면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처음에 자아라는 개념을 아직 가지지 못한다. 엄마 몸에서부터 태어나기 전에 엄마와 자신은 하나의 존재였기 때문에, 태어난 후에도 자신을 인식하기 전에 상대인 엄마를 먼저 인식한다.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던 아이가, 절대적 의존과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은 극도의 공포인 멸절을 경험하게 된다.

멸절을 느끼는 이유는 정서적, 육체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육체적인 분리를 인지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기 때문이다.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계속 보호받고 있지 않고 분리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여겨지는 극한의 공포가 된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이때 ‘충분히 좋은 엄마’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예방한다. 이를 위해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안아 주기(holding)’, ‘다루어 주기(handling)’, ‘대상 제시(object-presenting)’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위니콧은 제시한다. 안아 주기는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하며, 대상 제시는 엄마가 외부 세계를 유아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 한국어 제목보다 영어 제목이 주는 의미가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더 강하게 와닿는다

‘덕구’의 영어 제목은 ‘Stand by me’이다. 내 곁에 있어달라는 것은 물리적인 면을 포함해서 심리적인 면까지 모두 해당한다고 볼 수 있는데, 한국어 제목보다 영어 제목이 주는 의미가 심리학적 측면에서 볼 때 더 강하게 와닿는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에서 덕구 엄마는 오해를 받아 덕구 할배로부터 쫓겨난다. 시야에 따라 오해라고 볼 수도 오해가 아니라고 볼 수도 있는데, 충분히 납득할 수 있도록 설명하지 않은 덕구 엄마와 이유를 충분히 듣지 않은 덕구 할배 모두 책임이 있다고 볼 수 있다.

멀쩡히 있는 엄마로부터 떼어놓는 과정에서 덕구와 덕희는 멸절의 공포를 느낀다. 엄마가 없어진다는 것은 아이의 입장에서는 보호를 받지 못한다는 것을 뜻한다. 할아버지로부터 보호를 받기는 하지만 보호를 받던 안전감이 사라지는데, 새로운 대상으로부터 보호를 받는 것이지 엄마의 보호를 받는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할배가 싫다고 할배랑 살지 않겠다고 했던 덕구가, 다른 가정에서 덕구를 맡아준다고 했을 때 할아버지와 떨어지지 않겠다고 하는 것은 익숙해져 안전감을 느끼는 대상으로부터 다시 떨어지는 두 번째 멸절의 고통이 두렵기 때문이다.

한 번 겪은 멸절의 고통을 두 번째 겪을 때는 어느 정도 단련됐을 것이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아이이기 때문에 한 번 겪은 멸절의 공포는 두 번째 멸절을 더욱 크게 느끼게 만드는 것이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새로운 부모가 얼마나 좋은 사람인지 얼마나 잘 해주는지를 고려하기 이전에 나를 보호해주는 대상이 바뀐다는 것만으로도 아이에게는 공포스러운 경험이 된다. 이사를 가고, 전학을 갈 때만 해도 익숙하지 않기에 안전하지 않다고 느껴지는 환경이 충분히 두렵다는 것을 염두에 둘 필요가 있다. 어른이 되면 다 잊어버리지만 당시에는 정말 큰 두려움인 것이다. 이사와 전학도 그런데, 가족 특히 엄마가 사라진다는 두려움과 상실감이 주는 공포는 아이에게는 세상이 전부 없어지는 것 같은 공포로 다가오게 된다.

◇ 덕구가 느끼는 상대적 박탈감, 덕희의 반응성 애착장애

‘덕구’에서 직접적으로 다른 사람으로부터 괴롭힘을 당하지 않더라도, 다른 가족들의 평범하면서도 행복한 모습을 보는 것만으로도 덕구는 힘들다는 것을 볼 수 있다. 나의 행복을 만끽하는 것 자체가 누군가에게는 크나큰 상대적 박탈감을 안겨줄 수 있다는 것을 ‘덕구’는 알려준다. 나는 전혀 인지하지도 기억하지 못하고 상황 속에서 누군가에게 상처를 주는 일을 했을 수도, 할 수도 있는 것이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엄마가 필요한 덕희는 반응성 애착장애를 보이는데, 반응성 애착장애는 애착 형성의 실패로 인해 사회적 관계 형성에서 문제를 일으키는 장애를 뜻한다. 엄마와의 충분한 관심과 스킨십, 지속적인 자극과 애정이 결핍될 수밖에 없기 때문에 덕희에게 그런 증상이 생긴 것이다.

생물학적 엄마가 가장 중요하지만 생물학적 엄마가 아닌 엄마 역할을 하는 사람은 모두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보모, 할머니, 선생님, 이모, 고모, 아빠, 할아버지 모두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는 실질적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는 있다. 그런데, 남자들은 스킨십에 상대적으로 약하고 큰 사랑을 중요하게 여겨 디테일 강한 반응과 자극을 주지 못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아빠와 할아버지는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되기에 부족함이 있을 수 있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충분히 좋은 엄마’의 관점에서 볼 때 덕구 할배에게서 느껴지는 결핍

‘덕구’에서 덕구 할배는 손주들에게 헌신적인 할아버지이다. 그렇지만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하기에는 부족함이 있는 것도 사실이다. 영화에 흠집을 내고자 언급하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이 부분을 짚고 넘어가는 것이 부담스럽긴 하지만, 상처받고 있을 누군가에게 작은 도움이 될 수도 있다는 마음으로 살펴본다.

충분히 좋은 엄마는 생물학적 엄마뿐만 아니라 엄마 역할을 하는 모든 사람이 그 대상의 범위에 든다. 영화 속에서 덕구 할배가 충분히 좋은 엄마의 역할을 대부분 하고 있지만, 디테일에 있어서는 충족하지 못하는 부분이 있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첫째, 덕구 할배는 덕구와 덕희에게 원하는 대로 잘해주지도 따끔하게 혼내지도 못하는 처지에 있다. 손주들의 반말을 그냥 받아주는데, ‘충분히 좋은 엄마’의 ‘다루어 주기’라는 측면에서 볼 때 문제가 될 수 있다. 비인간적으로 다뤄지지 않는 게 아니라 비통제적으로 다뤄지고 있기 때문에, 덕구와 덕희가 다른 곳에 가서 비인간적으로 다뤄질 수도 있는 위험을 그대로 방치하고 있기 때문이다.

둘째, 덕구 할배는 덕구를 울지 못하게 한다. 이것은 남자 어른들이(혹은 여자 어른들이) 남자아이에게 요구하는 대표적으로 잘못된 선택이다. “(남자는) 그렇게 우는 게 아니다.”라고 하면서 덕구를 울지 못하게 해 마음의 응어리를 지게 만든다. 강하게 키워야 한다는 이유로 감정을 억제시키는 것인데, 안 그래도 감정을 제대로 표현하기 힘든 상태의 덕구에게 감정 축소를 강요하는 셈이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셋째, 덕구 할배는 덕구에게 가장의 역할과 함께 엄마의 역할을 주입하고 강요한다. 보호를 받아야 하는 처지인데, 보호를 해야 한다고 하면 너무 힘들어진다. 스스로 느낄 수 있을 때까지 기다려줘야 하는데, 삶이 얼마 남지 않은 덕구 할배에게는 기다릴 수도 다른 뾰족한 방법을 적용할 수도 없다는 현실적인 한계는 있다.

그렇다 하더라도 덕구에게 과도한 중압감으로 인한 죄책감을 강요하기보다는 편하게 이해하고 받아들일 수 있도록 했으면 더 좋았을 것이다. 유아가 배고파하기 전에 밥을 주고, 깨기도 전에 들어 올리는 초조한 엄마처럼, 덕구 할배는 외부 세계를 덕구에게 안전하게 가져다주는 ‘대상 제시’를 하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안타깝다.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덕구’ 스틸사진. 사진=영화사 두둥 제공>

◇ 외국에서 온 며느리에 대한 인식 변화를 기대하며

‘덕구’는 극단적으로 표현하기보다는 자연스럽게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띄는데, 스토리텔링, 아역을 포함한 배우들의 연기, 외국에서 온 사람들을 표현할 때도 동일하게 적용하고 있다는 점이 무척 긍정적으로 생각된다.

외국에서 온 며느리를 볼 때 극단의 시야가 아닌 ‘덕구’처럼 일반적이고 보편적인 동일한 시야로 보는 것부터 출발할 필요가 있다고 생각된다. 영화를 보면서 덕구와 덕희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고, 덕희 할배에게 감정이입할 수도 있는데, 덕희 엄마에게 감정이입하면 외국에서 온 며느리에 대한 인식 변화는 함께 사는 사회를 다양성의 행복한 사회로 만드는 첫걸음이 될 수 있을 것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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