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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뮤지컬] ‘언더그라운드’ 독특한 코드를 지향할 것인가? 일반적 호응을 받을 것인가?

발행일 : 2018-04-03 21:02:25

티앤비컴퍼니 제작, 박단추 작/연출, 엄소라 작곡/음악감독의 창작 뮤지컬 ‘언더그라운드’가 3월 23일부터 6월 24일까지 대학로 콘텐츠그라운드에서 공연 중이다. 빙하기가 찾아온 가까운 미래의 지구에 유일하게 생존한 마지막 인류의 지하도시 언더그라운드에서 펼쳐지는 이야기를 담고 있다.

‘언더그라운드’는 소재와 캐릭터에 있어서 분명히 독특한 면을 지니고 있지만, 설정과 구도가 일반 관객들의 호응을 얻을 수 있는지에 대해서는 이견이 있을 것이다. 한두 번의 무대가 아닌, 초연으로 세 달 동안 공연할 작품에 보편성보다는 취향적 특이성을 강조했다는 점은 관객의 반응이 어떻게 나올지 궁금하게 만든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 숨 막히는 삶 속에서 숨 쉴 수 있는 희망을 생각하게 만드는 뮤지컬

‘언더그라운드’는 무대 양쪽에서 2층으로 올라가는 계단이 있고, 무대를 바라보며 2층 좌측에 사각 스크린이 있다. 공간 구성과 영상 사용에 있어서 입체적인 표현을 해 관객이 다양하게 느낄 수 있도록 만들고 있는데, 어린 관객들을 포함해 관람하는 연령대 다양하다는 점도 눈에 띈다.

‘살아가는 일들 자체가 숨 막힌다.’라는 표현으로 대표되는 언더그라운드 이주민들의 삶은 실제 우리의 삶의 모습과 많이 닮아 있다. 언더그라운드는 누군가에게 희망의 땅이기도 하지만, 누군가에게는 희망조차 꿈꿀 수 없게 만드는 곳이기도 하다.

모든 외부 이주민을 시민으로 받아들일 것인가? 정책을 바꿀 것인가? 현재대로 질서를 지킬 것인가? ‘언더그라운드’에서 던지는 이러한 화두는 관객으로 하여금 많은 것을 생각하게 만든다. 이주민을 시민으로 받아들인다는 것도 ‘인도주의의 관점인가? 도시의 생존이라는 측면인가?’라는 측면에서 다시 생각할 수도 있다. 어떤 측면에서 보느냐에 따라 관조적으로 볼 수도 있고, 생존과 연관돼 절실하게 대할 수도 있다.

달빛의 그리움을 포함해 너무도 당연한 일상의 소중함을 부각한다는 점도 주목된다. 지상에서 살아남은 마지막 생존자 춘(곽나윤, 최예근 분)의 노래가 위로를 주고, 보이지 않아도 느낄 수 있는 달빛의 노래가 공감을 주는데, 평범한 일상이 얼마나 큰 행복을 주는지 그 가치를 알고 있고 그렇기 때문에 삶의 일정 부분이라도 평범해지기를 바라는 사람은 접근하는 디테일은 다르겠지만 ‘언더그라운드’에 크게 공감할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 아름답고 희망찬 정서를 구축하는 곽나윤, 뛰어난 노래 실력과 연기력

‘언더그라운드’는 아직 초연이고 공연 초반이라서 그런지 성악과 기악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고 뮤지컬 넘버를 부를 때 음악이 너무 윙윙거린다는 것이 거슬릴 수 있다. 너무 자주 장면 전환이 이뤄지기 때문에 노래가 정서를 만들지 못한다는 단점도 있다.

춘 역의 곽나윤은 그런 환경에도 불구하고 뛰어난 노래 실력을 발휘했는데, 가사전달력 또한 높다는 점이 더욱 긍정적으로 느껴진다. 기악과 성악의 볼륨 조절 등 음향이 뒷받침된다면 곽나윤의 노래는 더욱 절절한 감동을 줄 것이고 관객들을 울게 만들 수 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곽나윤의 노래와 연기는 ‘언더그라운드’의 B급 정서를 포용하고 완충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분위기에 휩싸이지 않고 중심을 유지하는데, 춘 캐릭터의 특징일 수도 있지만 곽나윤의 배역 해석력에 기인했을 가능성이 더 높다고 여겨진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 보편적이지 않은 코드의 사용, 독특함일 수는 있지만 관객의 공감이라는 측면에서는 긍정적이라고 보기 어려울 수도 있다

만약 ‘언더그라운드’가 B급 코드 지향이라면 지금부터의 언급은 전혀 의미가 없어진다. 그렇지만, 만약 일반 관객들의 입소문을 원한다면 바꿔야 할 설정도 많이 있다. 꼭 그래야만 한다는 것은 아니고, 맞거나 틀리다는 진리의 영역도 아니라, 선택의 문제이지만 공감과 흥행을 위해서라면 고려할 필요가 있다.

‘언더그라운드’에서 사투리 사용은 선택의 문제이지만, 사투리를 사용하려고 했다면 노래 또한 사투리로 하는 일관성을 지녀야 한다. 같은 톤으로 펼쳐졌다면 노래와 대사 사이에서 관객의 감정선이 튀지는 않았을 것이다. 관객이 감정선에서 빠져나오지 않도록 일관성을 유지하려는 노력을 할 필요가 있는데, ‘언더그라운드’의 제작진은 이런 점을 간과하고 있다.

메이컵(혁주, 구옥분 분)의 발음을 일부러 이상하게 하는 등 메이컵 캐릭터를 희화화한 방법도 세련되지 못하다. 악당 캐릭터는 영웅 못지않게 매력적으로 표현돼야 작품이 큰 호응을 얻을 수 있다. 부시장이었던 메이컵 시장은 언제나 시장이 진리라고 노래를 부르는데, 관객 또한 일단은 그렇게 느낄 수도 있는 면을 만들 필요가 있다.

만약 그런 심리적 개연성을 주지 않으려면, 메이컵을 극악무도한 폭군으로 설정했어야 한다. 메이컵의 권위가 매우 떨어진다는 점은 극의 긴장감이라는 측면에서 볼 때 안타깝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지하도시 가스 방출센터 소장이자 극의 해설자 역할을 하는 왕씨(조휘, 왕시명 분)와 비밀요원 싸일런스는 1인 2역이다. 조휘가 싸일런스 역할로 무대에 오를 때는 웃기지 않으려고 하면서도 관객을 웃겼다. 진지한 움직임 속에 웃음을 자연스럽게 얹은 것이다.

반면 왕씨는 대놓고 웃기려고 하는데 관객들이 웃지 않는 경우가 더 많았다. 왕씨 자체의 행동이 억지스러운 면이 많기 때문이기도 하고, 극의 해설자 역할을 하면서 너무 많이 개입하고 있기 때문이다.

영화나 드라마. 연극, 뮤지컬에 모두 해당되는 내용인데 우리나라 관객은 감정을 표현하는 내레이션에는 감동하면서도, 사건을 설명하는 내레이션은 극도로 싫어한다. 보여주면 되는 것을 가지고 왜 말로 하냐는 반응인데, 스포일러를 극도로 싫어하는 성향과도 연결된다.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언더그라운드’의 해설자는 매우 잘못된 선택일 수 있다.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언더그라운드’ 공연사진. 사진=티앤비컴퍼니 제공>

너무 자주 개입하는 왕씨가 단 한 번 나왔으면 재미있었을 수도 있다. 인터미션에 쉬는 시간이 없다는 식으로 관객에게 공지 사항 또는 하소연을 하는 것 같은 뮤지컬 넘버는 다른 넘버들까지 훼손하게 만든다. 아동극에서 이런 기법을 적확하게 사용했으면 통했을 수도 있지만, 일반적인 우리나라 유료 어른 관객들은 매우 싫어하는 스타일이라는 점을 염두에 두어야 한다.

각 장의 제목을 자막으로 설명해주는 것은 좋으나, 흐름을 딱딱 끊는 느낌을 준다는 점 또한 아쉬운 대목이다. 게다가 실제 내용과 별 상관없이 웃기려고만 하는 자막은 극의 진정성을 의심하게 만들 수도 있다.

‘언더그라운드’는 흥미로운 소재, 매력 있는 캐릭터 등 긍정적인 요소를 가지고 있지만 설정 자체의 특이성으로 인해 일반적인 관객의 호응을 크게 받지는 못하고 있다. 창작 초연이기 때문에 시즌이 마무리될 때는 더 좋은 작품으로 진화돼 있을 것이라고 기대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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