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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발행일 : 2018-04-08 03:20:42

4월 6일부터 15일까지 유니버설아트센터에서 공연 중인 유니버설발레단의 <지젤(Giselle)>에서 주인공 지젤(나탈리아 쿠쉬, 홍향기, 강미선, 조이 워막, 예카테리나 오스몰키나 분)의 내면을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에 적용해 바라보면 지젤이 사랑과 죽음, 용서의 과정을 겪으면서 얼마나 내면의 고통과 갈등을 겪었는지 알 수 있다.

◇ 로날드 페어베언의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

로날드 페어베언 분열성 양태 모델의 핵심은 리비도적 자아/흥분시키는 대상, 반리비도적 자아/거부의 대상이다. 여기서 리비도라는 용어를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는데, 프로이트(Sigmund Freud)에게 리비도는 쾌락 추구였는데 반해, 페어베언에게 리비도는 대상 추구이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다른 분야의 학문도 그럴 수 있지만 특히 심리학은 같은 용어라도 학자에 따라 다르게 사용하는 경우가 많기 때문에 주의해야 한다. 용어가 주는 선입견은 잘못된 해석을 내리게 만들 수도 있다는 점에 유의해야 한다.

페어베언의 분열성 양태 모델에서 완전한 고유의 자아는 본래 고유의 대상인 다른 사람과 완전하고 문제없는 관계를 리비도적 연결로 형성한다고 전제한다. 대상과의 완벽한 리비도적 연결이 침해받을 경우, 자아는 스스로를 보호하기 위해 자아와 대상을 각각 견딜 수 있는 부분과 견딜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눈다.

자아는 스스로 견딜 수 있는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와 견디기 힘든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로 분리되는데, 이는 각각 대상이 되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과 연결된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즉, 강하게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는 나의 부분인 ‘리비도적 자아’는 나를 애타고 감질나게 만드는 타인의 부분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연결된다. 의존적인 나에 대한 혐오와 거부 또한 같이 형성되는데 나의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가 돼 상대방을 ‘거부의 대상’으로 대하게 된다. 다시 한 번 집고 넘어가면 이때 사용되는 리비도는 쾌락 추구가 아닌 대상 추구이다.

나와 리비도적 자아, 반리비도적 자아가 어떤 차이가 있는지 궁금할 수도 있고, 상대방과 흥분시키는 대상, 거부의 대상이 모두 다른 사람인지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지 궁금해질 수도 있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는 모두 나이자, 내 안에 있는 나의 일부분이다. 흥분시키는 대상과 거부의 대상 역시 나와 관계를 맺고 있는 한 사람이라고 볼 수도 있고, 그 사람 내면에 있는 다른 면을 뜻한다고 볼 수도 있다. 원래의 자아와 대상이 나눠진 것이라는 점을 상기하면 같은 결국 같은 사람의 다른 면인 것이다.

◇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지젤>은 신분이 다르면 결혼을 할 수 없었던 과거 유럽을 배경으로 하고 있다. 귀족인 알브레히트(매튜 골딩, 이현준, 이동탁, 마밍, 김기민, 콘스탄틴 노브셀로프 분)는 지젤로부터 사랑을 얻기 위해 신분을 낮춘다. 실제로 신분을 낮춘 것은 아니고 낮은 신분의 사람으로 자신을 위장한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지젤에 대한 알브레히트의 잘못은 신분을 속인 것과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감춘 것이다. 또 하나가 있는데, 제1막 마지막에 지젤이 쓰러진 것을 보고 그 자리를 일단 피한 것이다. 무조건 남아서 해결했어야 하는데, 감당하지 못할 상황이 되자 자리를 피한 것이다.

지젤은 알브레히트가 결혼이 가능한 같은 계층의 사람이고, 자신만을 바라보는 사람이라고 생각했을 것이다. 지젤은 처음에는 알브레히트와 아무런 문제가 없는 리비도적 연결이 이뤄졌다고 받아들였을 것이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알브레이크가 신분을 속였고, 약혼자가 있다는 것을 감췄다는 것을 알게 된 지젤의 마음은 알브레히트에 대해 감당할 수 있는 부분과 감당할 수 없는 부분으로 나뉘게 된다.

알브레히트를 아직도 사랑하는 지젤 내면의 일부인 ‘리비도적 자아’는 지젤이 알브레히트에 대해 느끼는 내면의 일부인 ‘흥분시키는 대상’과 연결된다. 그러나 약혼자가 있음에도 알브레히트에게 속아서 끌린 자기 자신에 대해 혐오와 거부 또한 가지게 되는데 이는 감당하기 힘든 내면인 ‘반리비도적 자아’가 되고, 알브레히트를 ‘거부의 대상’으로 보는 것과 연결된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체력이 약한 지젤은 알브레히트의 숨겨진 비밀을 알게 되면서 반리비도적 자아가 급격히 커졌고 그 충격을 감당하지 못해 죽게 된다. 만약 지젤의 반리비도적 자아가 제2막에서도 주된 정서를 이뤘다면 알브레히트는 악령이자 처녀귀신 윌리들로부터 복수를 받아 죽게 됐을 것이다.

살아있던 마지막에 지젤에게는 리비도적 자아보다 반리비도적 자아가 훨씬 커졌고, 이를 마음과 체력이 감당하지 못해 죽게 됐는데, 죽어서는 알브레히트의 사랑하고 회계하는 마음을 더욱 소중하게 여겨 배신을 용서하는데, 리비도적 자아가 더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다. 결국 지젤이 모든 것을 용서하는 모습은 지젤 내면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가 통합될 것이라는 암시를 준다.

[ET-ENT 발레] 유니버설발레단 ‘지젤’(2) 지젤의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

지젤의 내면이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로 나눠진 이유는 알브레히트와의 관계가 훼손되면서 지젤의 내면이 견딜 수 있는 부분과 견딜 수 없는 부분으로 나눠졌기 때문인데, 모든 것을 용서할 수 있게 되면서 이제 더 이상 견딜 수 없는 부분인 반리비도적 자아를 그대로 유지할 이유가 없어졌기 때문이다.

만약 지젤이 알브레히트의 목숨을 빼앗는 복수를 했어도, 온 마음이 모두 분노와 복수로만 가득 찬 게 아니라 리비도적 자아와 반리비도적 자아로 내면이 나눠졌던 상황에서 이었다면, 복수를 하는 순간 그리고 그 이후에도 지젤은 매우 힘들어했을 수 있다. 복수로 마음의 자유를 찾는 게 아니라 또 다른 불편함을 겪게 됐을 수도 있다.

처음에 리비도적 연결로 이어진 관계가 훼손되면서 복수가 이뤄지는 상황과 리비도적 연결이 없었던 상태에서 무참하게 짓밟힌 것에 대한 복수가 이뤄지는 상황에서, 복수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큰 차이가 있다는 것을 페어베언의 분열성 양태 모델을 <지젤>에 적용하면 확인할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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