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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국립오페라단 ‘마농’(4) 마농에게 힘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요

발행일 : 2018-04-08 03:59:12

예술의전당 오페라극장에서 4월 5일부터 8일까지 공연 중인 국립오페라단 <마농(Manon)>의 네 번째 리뷰는 남녀 주인공인 마농(소프라노 크리스티나 파사로이우, 손지혜 분)과 데 그리외 기사(테너 이즈마엘 요르디, 국윤종 분)(이하 데 그리외)보다는 그 주변 인물인 기요(테너 노경범 분)와 레스코(바리톤 공병우 분)를 중심으로 살핀다.

심리학 중 관계성에 중심을 둔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중 멜라니 클라인(Melanie Klein)의 ‘투사적 동일시(projective identification)’를 통해 주변 인물들이 주인공에 어떤 영향을 미치고 싶어 했는지 알아본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본지는 이전 리뷰에서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참 자기(true self)와 거짓 자기(false self)’, 로날드 페어베언(W. Ronald D. Fairbairn)의 ‘분열성 양태(split position)’ 모델을 통해 마농과 데 그리외의 내면을 알아봤는데, ‘투사적 동일시’를 통한 주변 인물을 살핀 후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통해 마농과 데 그리외의 내면으로 다시 돌아올 예정이다.

◇ 대상관계이론, 멜라니 클라인의 투사적 동일시

멜라니 클라인은 투사(projection)가 투사적 동일시로 이어지는 원리를 정립한 학자이다. 투사는 자기 내면에 있는 스스로 견디기 힘든 부분을 무의식적으로 다른 사람에게 전가해 고통과 괴로움을 줄이려는 것을 뜻한다. 자기 마음 안에 있는 것을 외부 세계에 있는 대상으로 돌리려는 것인데, 주로 죄의식, 열등감, 공격성, 수치심 등 직면하기 어려운 면들이 투사된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실제로는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데, 자신감 부족, 사회적 제약 등의 이유로 상대방에게 내 마음을 투영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한다고 생각하는 것이 투사이다. 투사는 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지기보다는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진다. 의식의 세계에서는 내가 감당할 수 없기에 무의식이 발휘하게 되는 것이다.

내가 투사한 대상을 내 마음이 투사한 상태로 그냥 두지 않고 투사한 것이 실제로 일어나도록 만드는 적극적인 투사가 이뤄질 수 있는데, 클라인은 이를 투사적 동일시라고 했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내가 상대방을 좋아하는데 상대가 나를 좋아한다고 감정을 전이한 것이 투사라면, 전이된 상태로만 있으면 불안하고 안전감이 확보되지 못하기 때문에 실제로 상대가 나를 좋아하게 만드는 것이 투사적 동일시인 것이다. 투사와 투사적 동일시는 모두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실제로 행한 사람은 의식적으로 알지 못한다.

만약, 의식적으로 상대방을 유혹했다면 그것은 투사적 동일시가 아니다. 투사적 동일시는 실제적으로 시작한 것은 나이지만, 무의식의 영역에서 이뤄지기 때문에 상대방이 나에게 마음을 주고 있다고 자기 스스로도 착각하게 만드는 위력을 발휘한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투사적 동일시의 대표적인 네 가지 종류 :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

투사적 동일시는 수많은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그중 대표적인 네 가지는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 힘 투사적 동일시, 성적 투사적 동일시,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이다.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무의식적 상태에서 “나는 너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고 의존하는 마음을 상대에게 전가해 상대방이 나를 도와줄 수밖에 없도록 만드는 것이다. 반대로, 힘 투사적 동일시는 “너는 나 없이는 살 수가 없어”라는 힘의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전달해 상대방을 자신의 통제 하에 두려고 하는 것을 뜻한다. 힘 투사적 동일시는 상대방을 불완전한 존재로 보며, 의존적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를 불완전한 존재로 본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성적 투사적 동일시는 나도 모르게 표현하는 유혹적인 몸짓과 움직임을 통해 상대방을 완벽하게 성적으로 각성하게 만드는 것이다. 성적 투사적 동일시를 당한 상대방은 스스로의 자발적 선택으로 행동한 것이 아니 아니기 때문에, 나도 모르게 투사적 동일시를 행한 사람을 유혹했다는 인정하기 힘든 불편한 마음을 가질 수 있다.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는 자기의 헌신과 공로를 상대방이 인지하게 한다. 상대가 자기에게 빚진 마음으로 늘 미안해하게 만드는데, 많은 자기희생적 행동을 인정받기를 원하는 사람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행하는 경우가 많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 마농에게 어필하기 위해 힘 투사적 동일시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동시에 사용하는 기요

<마농>에서 기요는 마농에게 자신을 어필하고 싶어 한다. 대놓고 마농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기요는 은근히 자신을 어필하는 방법으로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는데, 힘 투사적 동일시와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를 같이 사용한다는 점이 주목된다.

하나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할 때보다 두 가지 이상을 동시에 사용할 때 더욱 복잡하고 치명적인 투사적 동일시가 될 수 있는데, 직접적으로 매력을 어필하지 못하는 기요가 사용하는 힘과 환심사기 투사적 동일시는 모두 돈으로만 이뤄지기 때문에 마농에게는 큰 영향력을 발휘하지 못한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기요는 자신에게 잘 보이는 사람에게는 다 해줄 수 있다는 뉘앙스를 전달하고, 마농을 위해 불러와 공연을 보여준다. 기요는 나는 이 정도로 정성을 다하고 있으며, 이 정도 능력이 충분히 있다는 것을 마농에게 어필하고 있는데, 마농의 내면이 원하는 방법으로 투사적 동일시가 이뤄지지 않았기에 두 가지 투사적 동일시가 사용됐음에도 불구하고 큰 효능을 발휘하지 못한 것이다.

◇ 돈으로 힘 투사적 동일시를 사용하는 또 다른 인물은 레스코

<마농>에는 기요 외에도 자신이 가진 돈을 어필하는 사람이 있는데 마농의 사촌 오빠인 레스코이다. 레스코는 돈으로 마농에게 어필하지는 않는다는 차이점을 가지고 있다.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마농’ 공연사진. 사진=국립오페라단 제공>

쇼핑에 관련된 노래를 부를 때 레스코는 “고를 필요가 뭐가 있냐, 다 사면 되지.”라고 한다. 오페라를 사고 치는 소프라노와 테너, 그리고 중심을 잡는 바리톤이 만드는 예술이라고 가정하면, <마농> 초반에 레스코는 그런 역할을 하고 있지만 후반부로 가면서 다른 정서를 만든다는 점이 눈에 띈다.

<마농>에서 마농은 투사를 하기는 하지만 투사적 동일시를 적극적으로 사용하지는 않는 것으로 보인다. 자신감이 없긴 하지만 아예 없는 것은 아닌 캐릭터라고 볼 수도 있고, 무의식의 세계에서 적극적인 행동으로 성취하지 않아도 의식의 세계에서 어느 정도 가능하기 때문에 그렇다고 볼 수도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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