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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클래식]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드라마틱한 전율, 앙코르곡의 감동

발행일 : 2018-04-10 07:48:34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Soprano Lee Yoon Sook Recital)>가 4월 9일 세종문화회관 체임버홀에서 열렸다. 피아니스트 김소강 외에도 클래식 기타리스트 배장흠이 함께 해 신선한 조합을 선보인 시간이었다.

이윤숙은 저음에서의 묵직함과 고음에서의 맑고 높게 뻗어나가는 시원스럽고 감동적인 전율을 선사해, 음에 따른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관객들의 정서를 자극했다. 가장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부른 앙코르곡이 숨겨 있던 제일 중요한 곡이라고 생각될 정도로 마지막이 인상적인 공연이었다.

소프라노 이윤숙. 사진=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제공 <소프라노 이윤숙. 사진=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제공>

◇ 저음을 표현할 때는 메조소프라노 같은 묵직함도 있는, 고음을 향해 거침없이 도약하는 소프라노 이윤숙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의 첫 곡은 레날도 안(Reynaldo Hahn)의 ‘클로리스에게’, ‘우아한 축제’, ‘사랑에 들뜬 사람’, ‘내가 정자에 초대되었을 때’, ‘5월’이었다. 이윤숙은 저음에서는 메조소프라노 같은 묵직함도 표현하고, 고음에서는 맑고 시원하고 높게 뻗어나가는 모습을 통해, 음의 차이를 드라마틱하게 만들어 호기심을 자아내고 음에 집중하게 만들었다.

프란체스코 파올로 토스티(Francesco Paolo Tosti)의 ‘4개의 슬픈 사랑의 연가’를 부를 때 이윤숙은 ‘나를 내버려 두오’부터 노래의 감정 속으로 훅 들어간 모습을 보여줬다.

이 곡은 이탈리아의 시인, 소설가, 극작가이자 데카당스(Décadence) 문학의 대표자로 유명한 가브리엘레 단눈치오의 시에 붙인 가곡이다. 원어로 노래됐기 때문에 가사의 내용이 직접 전달되지는 않았지만 이윤숙을 통해 시적인 운율과 정서가 깊이 전달된 시간이었다.

◇ 윤학준의 ‘마중’, 이안삼의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

윤학중의 ‘마중’과 이안삼의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를 부를 때 이윤숙은 편하게 부르면서 높은 가사 전달력과 깊은 가사 표현력을 들려줬다. ‘마중’에서 “그리워지는 날에는 그대여 내가 먼저 달려가 꽃으로 서 있을게”라는 가사는 무대에서 직접 들을 때가 가장 감동적이겠지만, 이윤숙의 목소리로 라디오에서 흘러나오는 음악으로 들어도 좋을 것이라고 느껴졌다.

‘그대 어디쯤 오고 있을까’에서 “애타게 기다리는 황홀한 그대”라는 표현은 나의 마음과 임을 바라보는 나의 시선을 함축적으로 나타낸 말로, 정말 오고 있는 임을 빨리 보고 싶어 한다는 것으로 받아들일 수도 있고 언제 올지 모르는 임을 한결같은 마음으로 기다린다고 받아들일 수도 있었다.

◇ 강렬한 빨간색의 반짝이는 의상으로 갈아입은 이윤숙, 클래식 기타와 호흡을 맞추다

인터미션 후 강렬한 빨간색의 반짝이는 의상으로 갈아입고 무대에 등장한 이윤숙은 랜던 로널드(Landon Ronald)의 ‘삶의 순환’까지는 피아니스트 김소강과 함께 했는데, 마누엘 데 파야(Manuel de Falla)의 ‘7개의 스페인 민요’는 클래식 기타리스트 배장흠과 호흡을 맞췄다.

전체적으로 공통된 정서를 가지고 있지만 디테일한 차이를 보이는 7개 곡을 표현하며 이윤숙은 때로는 열정적이고 강렬하고 빠르게, 때로는 경쾌하면서도 산뜻하게 표현했다. 클래식 기타와 이윤숙의 목소리는 잘 어울렸는데, 직접 기타를 치면서 저렇게 스페인 민요를 소화한다면 관객석은 흥분의 도가니가 될 수도 있겠다고 상상이 된다.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공연사진. 사진=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제공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공연사진. 사진=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 제공>

◇ 봄의 기쁨 속에 부른 이윤숙의 앙코르곡이자 공연의 하이라이트, 이율구의 ‘주의 은혜라’

정규 프로그램의 연주가 모두 끝난 후 큰 환호를 받고 무대에 다시 오른 이윤숙은 관객들에게 고마움을 표현하면서 봄의 기쁨을 함께 하기를 권했다. 앙코르곡은 찬양곡인 이율구의 ‘주의 은혜라’였는데, 노래와 표정, 동작 모두 가장 자연스럽고 당당하게 불러 관객들을 빠져들게 만들었다.

평소에도 참 많이 부른 곡으로 생각될 정도로 이윤숙은 몰입된 집중력을 발휘했는데, 남은 에너지를 다 쏟는 모습은 앙코르곡을 위해 연주가 달려온 것이 아닐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소프라노 이윤숙 독창회>를 참여하니, 음역을 넘나드는 표현을 구사하는 이윤숙은 오페라 무대에서는 아리아를 어떻게 소화할지 궁금해졌다. 오페라 <카르멘>에서 주인공 카르멘은 원래 메조소프라노 역할인데 소프라노가 맡기도 하며, 메조소프라노와 소프라노 모두 각각의 매력을 보여줄 수 있다. 저음에서 메조소프라노와 같은 편안하고 묵직한 감성을 표현하는 고음의 소프라노 이윤숙의 카르멘은 어떨까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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