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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당신의 부탁’(2) 임수정은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나?

발행일 : 2018-04-15 00:01:56

이동은 감독의 <당신의 부탁(Mothers)>은 생물학적 엄마가 아니더라도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엄마라는 것을 보여주는 작품이다. 보모, 할머니, 아빠, 친척, 선생님이 엄마의 역할을 할 수 있고, ‘충분히 좋은 엄마’가 될 수 있다.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Donald Winnicott)의 ‘멸절(annihilation)’과 ‘충분히 좋은 엄마(good enough mother)’라는 개념을 <당신의 부탁>에 적용하면 임수정(효진 역)이 얼마나 좋은 엄마인지 확인할 수 있고, 임수정이 전달하는 모성애에 눈물이 멈추지 않게 된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 대상관계이론 심리학자 도날드 위니콧의 ‘멸절’과 ‘충분히 좋은 엄마’

도날드 위니콧은 엄마의 뱃속에서 태어난 아이는 처음에 자아라는 개념을 아직 가지지 못한다고 가정한다. 엄마 몸에서부터 태어나기 전에 아이는 엄마와 하나의 존재였기 때문에, 태어난 후에도 자신을 인식하기 전에 상대인 엄마를 먼저 인식한다. 엄마와 자신을 동일시하던 아이가, 절대적 의존과 절대적 보호가 필요한 시기에 보살핌을 받지 못하면 자신의 존재 자체가 완전히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은 극도의 공포인 멸절을 경험하게 된다.

정서적, 육체적으로 한 몸이라고 생각했던 엄마와의 육체적인 분리를 인지하게 될 경우 어떻게 해야 하는지 모르기 때문에 자기가 안전하지 않다고 느끼는 것이 멸절이다. 아직 자아가 확립되지 않은 상태에서의 계속 보호받고 있지 않고 분리된다고 느껴지는 것은,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게 여겨지는 극한의 공포로 다가온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이때 ‘충분히 좋은 엄마’는 이런 경험으로부터 아이를 보호하고 예방한다. 이를 위해 ‘충분히 좋은 엄마’는 ‘안아주기(holding)’, ‘다루어주기(handling)’, ‘대상제시(object-presenting)’의 세 가지 방법을 사용한다고 위니콧은 제시한다.

안아주기는 신체적인 면과 정서적인 면을 모두 포함해 아이에게 필요한 전체적인 환경을 제시하는 것이며, 다루어주기는 민감한 손길과 신체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통해 통합된 방식으로 신체적, 정서적 만족을 경험하게 하는 것이며, 대상제시는 엄마가 외부 세계를 유아에게 가져다주는 방식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 임수정이 엄마가 되는 과정

<당신의 부탁>에서 임수정이 남편에 대한 마음은 미안함과 그리움이다. 현관에 죽은 남편의 신발을 계속 놓아두었다가 윤찬영(종욱 역)이 집으로 오면서 치우는데, 남편에 대한 마음을 일단 정리한 것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아빠의 신발을 보면서 아빠 생각이 난 윤찬영이 받을 상처를 생각해 신발을 치운 것이라고 볼 수 있다

윤찬영의 입장에서는 아빠를 빼앗아 갔던 새엄마가 이젠 진짜 엄마가 되는 과정이라고 볼 수 있는데, 아이가 말을 하지 않는 것은 또 버려질 수 있다는 두려움 때문이다. 또 버려지지 않기 위해 왜 버려졌는지 알고 싶었던 것이고, 왜 버려졌는지 알 수 있는 상황이 됐을 때는 그 이유를 직접 들을 용기가 나지 않았던 것이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엄마가 없어진다는 것은 세상이 없어지고 나 또한 하나도 남아있지 않은 멸절의 고통을 겪게 되는 것인데, 두 번의 경험을 통해 윤찬영은 이제 엄마가 생기는 것도 두렵고, 누가 꿈을 물을 때는 그냥 근근이 먹고사는 것이라고 말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 상처받지 않기 위해, 비난받지 않기 위해 자신을 축소하는 것이다.

◇ 임수정이 표현하는 모성애, 임수정이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개연성

위니콧의 개념을 적용할 때 임수정에게 엄마 오미연(명자 역)은 ‘충분히 좋은 엄마’가 아니라고 볼 수 있다. 신체적인 면에서 안아주기를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정신적인 면에서는 안아주기를 하지 않았고, 민감한 손길과 신체에 대한 섬세한 배려를 해 임수정의 존재감과 자존감을 높이기보다는 너 때문에 희생하고 살았다는 한탄을 자주 한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임수정이 하는 말과 행동은 항상 틀리고 잘못됐다고 말하면서 비난했기 때문에 임수정에게 적응할 수 있도록 외부 세계를 가져다주지도 않은 것이다. 엄마가 임수정을 사랑했던 것은 분명하지만, 임수정이 삐뚤어질 수 있는 충분한 조건을 엄마는 다 제시한 것이다.

그런, 임수정은 윤찬영에게 자신이 엄마에게 받은 방식과 반대의 방식으로 대한다. 대부분 반대로 한다고 하면서도 따라 할 수밖에 없다는 점을 생각하면, 임수정이 윤찬영에게 하는 방식은 임수정이 엄마로부터 받고 싶었던 방식 그대로 노력해서 행하는 것으로 보인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임수정은 고등학생이 된 윤찬영을 신체적으로 안아주는 스킨십을 활발하게 하지는 않지만, 정서적으로 이해하고 보듬어준다. 민감하고 섬세하게 배려하는 다루어주기를 위한 노력도 꾸준히 한다.

가장 훌륭하게 보이는 점은 임수정이 윤찬영에게 하는 대상제시이다. 윤찬영이 여자 친구를 만나러 가든, 친엄마를 찾으러 가든 인정하고 존중한다. 임수정에게 껄끄러울 수도 있는 외부 세계를 윤찬영에게 허용하고 제공한다. 몰래 수소문하고 다닌다는 것을 안 이후로, 친엄마를 직접 수소문해 데려다줄 정도로 임수정은 외부 세계를 가져다주는데 탁월함을 발휘한다.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당신의 부탁’ 스틸사진. 사진=명필름 제공>

만약 윤찬영을 더 어릴 적에 데려왔으면 안아주기와 다루어주기에 더 초점을 맞췄을 수도 있는데, 고등학생이기 때문에 대상제시를 잘해줬다는 점이 더욱 긍정적으로 작용한다.

임수정이 표현하는 모성애, 임수정이 표현할 수 있는 자연스러움과 개연성은 ‘충분히 좋은 엄마’ 임수정에 대한 감동을 높인다. ‘우리’라는 표현에 서로 감동하는 임수정과 윤찬영은 모두 “그동안 너 힘들었지?”라는 말을 듣고 싶었을 것이다. 충분히 좋은 엄마 효진과 과하지 않으면서도 효진을 다 표현한 임수정 모두 감동의 여운을 지속하게 만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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