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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판소리 다섯마당을 시작하는 생애 첫 완창판소리

발행일 : 2018-04-24 11:44:49

2018 국립창극단 <완창판소리> 4월 공연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이하 <춘향가>)가 4월 21일 국립극장 하늘극장에서 공연됐다. 국악계의 스타 소리꾼 박애리가 생애 첫 완창판소리 무대에서 <춘향가>의 한 대목도 생략하지 않고 6시간 동안 완창했다는 점이 무척 돋보였다.

명고 김청만·이태백·김태영 세 사람이 고수로 나서 박애리의 첫 완창판소리 무대를 더욱 빛나게 했는데, 때로는 배우처럼 때로는 무용수처럼 움직이면서 명창 박애리는 종합예술로서의 완창판소리가 얼마나 매력적인지 보여주고 들려줬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해설과 사회를 맡은 국립창극단 예술감독 김성녀! 편하게 설명해주면서 정말 아끼는 스승의 마음을 전달하다

<춘향가>의 해설 및 사회는 국립창극단의 김성녀 예술감독이 맡았다. 김성녀는 평론가나 학자의 이론적인 설명보다 더 편하게 가이드 했는데, 작품 해설과 함께 아티스트에 대한 실질적인 소개, 아티스트이자 예술감독으로서의 본인의 경험을 알려줘 공연 전 해설 시간이 공부하는 시간이 아닌 공연을 즐길 수 있는 워밍업 시간이 되도록 만들었다.

9살부터 판소리를 시작한 박애리는 국립창극단 무대에 17년 동안 올랐는데, 초긍정의 여왕으로 도전하는 긍정의 아이콘이라고 김성녀는 알려줬다. 박애리에 대한 설명을 검색 수준으로 알려주는 게 아니라, 예술가로서의 정체성을 통해 롱런할 수 있는 이미지를 구축해 줬다는 점이 주목됐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생물학적으로 엄마만 엄마가 아니라 엄마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엄마이고, 생물학적 자녀만 자녀가 아니라 자녀의 역할을 하는 사람이 자녀라는 점을 고려하면, 김성녀는 예술감독의 마음, 스승의 마음과 함께 엄마 같은 마음으로 박애리를 응원하고 있는 것이다. 스타 소리꾼을 완창판소리 무대에 서도록 해 초심을 유지하게 하면서 명창으로서 입지를 다지게 만들 수 있는 기회를 줄 수 있는 것은 김성녀의 사랑과 자신감 때문일 것이다.

<완창판소리> 3월 공연 <김준수의 수궁가-미산제>때부터 김성녀는 김준수와 박애리를 무대에 오르는 소리꾼, 제자로만 여기는 게 아니라 부모의 마음으로 응원했다고 볼 수 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김성녀가 만든 이런 정서는 공감한 관객들 또한 김준수와 박애리를 아끼면서 공연을 관람하도록 만들었는데, 김성녀에게 이 시대의 진정한 스승의 모습이 보인다. 김성녀 예술감독이 <완창판소리>의 해설과 사회를 맡았을 때 관객들의 호응이 더 좋았다는 점을 생각하면서, 앞으로도 계속 해설과 사회를 맡기를 바라는 마음이 생긴다.

◇ 멋스럽고 재미난 소리를 구성지게 들려준 명창 박애리! ‘박애리의 판소리 다섯마당’을 더욱 기대하게 만들다

공연을 준비하면서 많은 사랑을 받고 있다는 것을 느꼈다고 말하는 박애리의 목소리에는 떨림이 있었는데, <춘향가>를 시작하면서 들려준 그녀의 판소리는 첫 완창판소리가 아닌 농익은 소리라고 느끼게 했다. 공식적으로는 첫 완창판소리인데, 연습하면서 비공식적으로 얼마나 많이 연습했을까 생각하게 만들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박애리의 목소리는 힘 있고, 울림 있고, 가사전달력이 좋아 듣기 편하면서도 감정이입하기에도 좋았다. 지나치게 여유롭지 않으면서도 당당한 모습을 보여줬는데, 가사전달력 좋은 맑은 목소리의 판소리는 깊은 울림과 연극적 재미를 모두 전달했다.

판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창자(소리꾼) 1인이 모든 것을 소화하는 극한의 예술이다. 판소리에서 발림은 창자가 소리의 극적인 전개를 돕기 위해 하는 몸짓이나 표정, 소도구인 부채를 이용한 동작을 뜻하는데, <춘향가>에서 박애리의 발림은 때로는 배우의 움직임 같고, 때로는 무용수의 움직임 같기도 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움직임 자체에서 충분한 리듬감을 표현하면서 박애리는 무대를 다채롭게 채웠는데, <춘향가>의 관객은 내용에 집중해 스토리텔링을 즐길 수도 있고, 소리 자체의 매력에 빠질 수도 있고, 연극적이면서도 무용적인 움직임을 즐길 수도 있었다. 판소리는 노래인 창(唱)과 이야기를 풀어놓는 대사인 사설(辭說)로 이뤄지는데, 박애리가 사설을 할 때, 특히 춘향이 목소리를 낼 때 관객들은 크게 웃으며 즐거워했다.

‘사랑가’를 부를 때 관객들은 큰 환호를 보냈는데, 아는 만큼 반갑고 더 재미있게 느끼는 것이다. 우는 장면 등 한이 어린 장면을 표현할 때 감정이입한 박애리는 앉아서 바닥을 내려다보며 처량하게 표현하기도 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설움에 겨운 대목을 부를 때 바닥에 앉아서 소리를 한 것인데, 가슴이 답답하고 억장이 무너지는 것 같아서 서 있지도 못 하는 모습을 박애리는 실감 나게 표현했다. 반면에 ‘농부가’를 관객들과 같이 부를 때는 흥겨운 분위기를 축적하기도 했다.

◇ 하늘극장의 하늘이 열린 인터미션 시간

<춘향가>의 인터미션 시간에 국립극장 하늘극장의 천장이 열리고 닫히는 것은 일부 관객들의 호기심을 자극했는데, 인터미션 시간이 시작하자마자 공연장 밖으로 나가 끝나기 직전에 들어온 관객은 하늘극장 천장이 열렸던 것조차 모를 수 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미리 관객석에 들어온 관객들은 그 모습에도 감탄했는데, 환기를 시키면서 하늘극장에 계속 앉아있는 관객에게 자연 채광을 경험하게 하는 시간이었다. 해가 떴을 때부터 해가 진 후까지 계속되는 공연의 경우, 해가 진 후에는 하늘극장의 천장을 열어 야외무대 같은 낭만적 분위기를 만들어도 관객들에게 호응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는 상상해본다.

<춘향가>는 방송에 나오는 스타라고 과대 포장할 필요도 없지만, 방송에 나오는 스타라는 선입견에 예술성을 함부로 예측해서도 안 된다는 것을 보여준 실력파 소리꾼과 함께 한 시간이었다.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완창판소리’ 4월 ‘박애리의 춘향가-김세종제’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쉬는 시간을 빼고도 6시간 동안 공연이 이어졌는데, 만약 관객이 박수칠 시간을 충분히 주면서 공연을 했다면 7시간도 넘게 걸렸을 것이다. 박애리는 박수받는 시간, 물 마시는 시간까지도 아껴가면서 짧지 않은 시간을 촘촘하게 판소리로 채웠다.

이번 <춘향가>을 시작으로 40대에 판소리 다섯마당의 완창을 모두 펼치겠다고 박애리는 밝혔는데, 박애리의 이러한 도전을 관객들에게 즐거움을 주면서 미래의 국악 주역에게 꿈을 줘 박애리 키드를 만들 수도 있을 것이다.

박애리의 배우자인 팝핀현준은 이날 <춘향가>에 대한 영상 촬영을 직접 했고 박애리를 향해 엄지손가락을 치켜들며 응원과 칭찬을 아끼지 않았는데, 저런 적극적인 사랑의 표현과 지원이 훌륭한 아티스트가 훌륭하게 인정받을 수 있도록 만든다는 점은 완창판소리의 여운과 함께 아름답고 의미 있게 감동을 준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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