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드라마

[ET-ENT 드라마] 배우 차재이의 되새김질: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4화 ‘해-피!’

발행일 : 2018-04-25 17:00:00

(편집자 주) 본지는 웹드라마 <낫베이직>에서 방잔수 역으로 출연하는 차재이 배우가 직접 쓴 리뷰를 게재합니다. 드라마 속 배우는 어떤 생각을 하는지 알 수 있는 시간이 될 것입니다. 제작 아씨네메죵, 감독/각본 김남매, 촬영감독 김기영, 네이버TV의 웹드라마 <낫베이직> 제4화는 ‘해-피!’입니다.

‘틀을 깬다’는 것은 혁신적인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뜻임과 동시에 평소 우리에게 익숙하지 않은 그 무언가를 생성한다는 중의적 의미를 가진다. 그런 면에서 주요 배역들의 위치가 완벽하게 군림하지 않은 듯 보임에도 매 회 새로운 인물들이 등장하는 <낫베이직>의 전개는 신선하면서도 동시에 이질적이다.

그러나 이러한 틀을 깨는 선택은 <낫베이직>이 추구하고자 하는 ‘평범하지 않은’ 구성, 그리고 드라마의 목표지점과 일치한다. 제4화 “해-피!”는 중구난방인 듯한 이야기 속에서도 의도된 웃음과 메시지를 확실히 전달하는 ‘앵커룸 27’의 인물들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대표적인 에피소드이다.

◇ ‘마블링(Marbling)’

물 위에 유화 물감을 색색이 뿌리고 그 위에 종이를 올려 여러 색감의 소용돌이를 표현하는 미술 기법을 ‘마블링’이라 한다. <낫베이직>의 캐릭터들은 마치 ‘마블링’ 기법으로 표현된 유화물감과 같다.

지난 회, 임봉(한강 분)을 사이에 두고 오해가 붉어져 다투었던 방잔수(차재이 분)와 몽지(조주리 분)는 언제 그랬냐는 듯 나란히 앉아 임봉의 생일을 축하한다. 잔수가 그토록 마음에 들지 않아 하던 몰리와의 긴장감도 제4화에서는 잔잔하게만 암시된다. 지난 방송까지만 해도 대결 구도를 이루던 몽지와 몰리를 잔수의 가까운 곳에 배치함으로써 <낫베이직>은 팀 내에 조용히 존재하던 팀워크를 화면 앞으로 끌고 온다.

‘낫베이직’ 잔수(차재이 분), 몽지(조주리 분), 임봉(한강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잔수(차재이 분), 몽지(조주리 분), 임봉(한강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잔수의 기에 밀려 자기 목소리를 내지 못하던 ‘앵커룸 27’ 영상팀 팀장 임봉도 오늘만큼은 주인공. 생일을 맞아 다 같이 모인 팀원들이 고맙기만 하다. 임봉의 평소답지 않은 당당한 태도와 팀원들 하나하나를 챙기는 부드러운 리더십은 까칠한 잔수와 몰리마저 부드럽게 만든다.

제4화 이전까지 서로의 개성을 뽐내느라 의견 충돌이 잦았던 ‘앵커룸 27’의 팀원들은 ‘임봉의 생일’이라는 종이를 통해 마치 ‘마블링’의 물과 기름처럼 어우러져 하나의 통일된 그림을 그린다. 각자의 개성이 죽지 않은 채, 하나의 캔버스 속에 화기애애하게 공존한다.

사실 시청자들이 기대했던 모습과는 조금 거리가 있어 보인다. 우리는 지금까지 그들의 개성이 부딪히고 다투는 과정 속에서 울고 웃으며 그들과 공감했다. 왜 갑자기 ‘앵커룸 27’의 팀원들이 하나의 앙상블이 되는가에 대한 답의 열쇠는 이내 등장하는 임봉의 라이벌 반기자(김시환 분)가 쥐고 있다.

◇ ‘비(B)’ 포 ‘반’데타

앞선 에피소드에서 이름은 많이 언급되었으나 실체를 드러내지 않았던 반기자가 제4화에서 비로소 모습을 드러낸다. 그가 왜 이제까지 나타나지 않았는지, 그는 왜 임봉의 라이벌이 되었는지에 대한 이유는 밝혀지지 않는다.

그러나 제4화에서 그의 역할은 분명하다. 바로 팀원들이 기면증이 있어 졸고 있는 ‘거미아찌’의 입에 손가락을 넣는 내기를 하도록 종용하는 것. ‘거미아찌’의 존재는 알아채고 있었으나, 딱히 어떠한 행동을 취하지 않았던 팀원들. 그러나 반기자의 “그렇게 용기가 없냐”라는 도발에 ‘거미아찌’의 입에 손가락 넣기 내기에 동참한다.

‘낫베이직’ 반기자(김시환 분), 대한(손문영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반기자(김시환 분), 대한(손문영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항상 그곳에 자신의 자리를 지키며 존재하나 어찌 보면 다소 위협적인 모습으로 입을 벌리고 팀원들의 뒤를 지키고 있는 ‘거미아찌’의 존재는 마치 우리 사회의 기득권 세력과 많이 닮아있다. 모두가 ‘거미아찌’의 존재를 인지하고, 그가 단순한 행동 하나 만으로 모두의 집중을 빼앗지만, 팀원 중 그 누구도 ‘거미아찌’에 대해 조치를 취하려 하지 않는다.

평소 정의감에 불타는 잔수와 몰리도 테이블 세 개를 독차지하고 아무것도 시키지 않은 채 창문에 누워 기대자고 있는 ‘거미아찌’를 저지하지 않는다. ‘거미아찌’의 행동과 그의 벌어져 있는 입은, 끊임없이 주장과 의견을 내세우는 권력자의 그것들과 비슷하다. 수 적으로는 절대로 열세가 아니지만, 오묘한 에너지를 뿜는 ‘거미아찌’의 존재 앞에서 한낱 방송국 직원일 뿐인 팀원들은 웅크려 든다.

그러나 반기자는 다르다. 역할의 이름과 걸맞게 모두의 의견에 ‘반(反)’한다. 본인도 두려움을 내비치면서도 자기의 자리를 확고히 지키고 있는 ‘거미아찌’의 입에 손가락을 넣자 한다. 마치 절대로 흔들리지 않을 것 같은 특정 사람의 의견을 흔들어 놓고 싶다는 듯, 반기자는 일종의 ‘쿠데타’를 제안한다.

주목해야 할 점은, 반기자가 제안한 내기를 가장 먼저 성공하는 인물이 영상팀의 대표 소심쟁이, 임봉 팀장이라는 것. 여기에 <낫베이직> 제4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의 주축이 있다. 본인의 의견을 내지 못하고 항상 대세를 따르는 것 같았던 임봉 팀장의 자그마한 반란은 이내 다른 팀원들의 용기로 이어지고, 임봉을 따라 몽지와 다른 팀원들도 ‘거미아찌’에게 반하는 데에 동참한다. 가장 소심하고 억압받았던 ‘소수’의 정의(正義). 그 정의가 제4화에서는 빛을 바란다.

◇ 재판 없는 구금, 그리고 석방

‘거미아찌’의 입에 손가락 넣는 장난을 계속하던 임봉은 이내 자신의 존재를 속이고 모든 걸 지켜보고 있던 ‘거미아찌’의 부인에게 잡혀간다. 황당한 상황에 화가 난 잔수가 이를 막아 보려 하지만, 재판장 없는 재판에서 증인으로 나선 그녀는 이길 재간이 없다.

‘낫베이직’ 대한(손문영 분), 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대한(손문영 분), 잔수(차재이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최대한(손문영 분)은 실은 자신과 부인이 짜고 벌인 일이라고 실토한다. 그러나 부인은 대한과 한 약속을 지키지 않는다. 그녀는 특이한 혈액형을 가진 임봉을 끌고 가 값나가는 그의 피를 착취하는데 성공한다. 참 허탈하다. ‘앵커룸 27’ 팀원들이 회사를 떠나 처음으로 즐거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는데, 결국 끝이 ‘착취’라니. 그들의 작지만 빛났던 용기와 웃음은 그렇게 사그라지는 듯 보인다.

실망감이 고조돼 아쉬움으로 바뀌려는 순간, 임봉은 돌아온다. 피의 대가를 치르고 ‘거미아찌’의 가족에게서 석방된 그는 상당히 초췌해 보인다. 그리고 그런 그를 팀원들은 두부 대신 생일 케이크로 맞이한다.

‘낫베이직’ 모이(요미 분), 잔수(차재이 분), 대한(손문영 분), 몽지(조주리 분), 임봉(한강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낫베이직’ 모이(요미 분), 잔수(차재이 분), 대한(손문영 분), 몽지(조주리 분), 임봉(한강 분). 사진=‘낫베이직’ 방송 캡처>

팀원들은 그 어느 때보다 임봉을 반기지만, 임봉의 웃음은 못내 씁쓸하다. 그러나 그 씁쓸한 웃음 또한 참으로 가치가 있다. 그의 황당한 장난과 뜬금없는 용기는 팀원들 모두에게 용기와 희망을 줬으니.

‘거미아찌’의 입에 손가락을 넣는 것, ‘거미아찌’가 커피숍이라는 공공장소에서 입을 벌리고 자는 것, 그리고 그의 부인이 임봉의 피를 뽑아가는 것 등 에피소드 내 나열된 일련의 사건들의 잘잘못의 무게를 따지기란 어렵다.

또한 누가 옳고 그르냐의 잣대를 세우자는 것이 <낫베이직> 제4화가 말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분명히 아니다. 제4화는 조직 사회에서 억압된 개개인의 목소리가 한순간 빛을 바랄 수 있다는 것을 위 사건들의 나열을 통해 이야기하고자 한다. ‘앵커룸 27’ 팀원들, 특히 임봉의 행동은 분명 변화를 꾀했다.

과연 ‘거미아찌’가 다른 공공장소에서 입을 벌리고 당당히 자리를 차지하는 일이 있을까? 아마 ‘앵커룸 27’의 팀원들처럼 개성 있는 개개인들의 손가락 맛을 보기 싫어서라도 당분간 그의 기면증은 집 안에서만 도지지 않을까. 소수의 정의도 빛을 바랄 수 있다는 걸 알기에, <낫베이직>의 팀원들은 오늘도 “해-피!” 할 수 있는 것이 아닐까 한다.

◇ 배우의 한마디 : 한강

‘낫베이직’ 한강(임봉 역). 사진=‘낫베이직’ 제공 <‘낫베이직’ 한강(임봉 역). 사진=‘낫베이직’ 제공>

“임봉의 캐릭터는 뭔가 허술하지만 자기만의 색깔을 분명히 가지고 있는 것 같아요. 제4화를 촬영하면서 저의 내면에 숨어있던 감정들을 임봉의 캐릭터를 통해 표현해보려고 노력했습니다. 아직 미숙하지만 앞으로 더 채워나가고 싶습니다.”

작성 차재이 배우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