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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국악] 국립창극단 ‘심청가’ 판소리 본연의 매력을 잘 살린 창극

발행일 : 2018-04-26 12:25:30

국립극장, (재)국립극단 주최, 국립창극단의 창극 <심청가>가 4월 25일부터 5월 6일까지 명동예술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판소리는 북을 치는 고수의 도움을 받기는 하지만 창자(소리꾼) 한 명이 모든 배역을 맡아 펼치는 극한의 예술이고, 창극은 여러 명의 창자가 각각 배역을 맡고 여러 악기가 함께 해 웅장함과 풍성함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라면, <심청가>는 창극과 판소리의 두 가지 형태를 넘나들면서 그 중간 형태로도 공연하기도 하는 특징을 보여준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판소리에 가까운 창극! 미니멀리즘을 잘 살리면서 판소리 고유의 정서를 표현하다

손진책 대본/연출, 안숙선 작창/도창의 <심청가>는 무대 소품 간소화하는 등 미니멀리즘을 보여준 작품이다. 도창은 안숙선 명창과 유수정 명창이 공연에 따라 번갈아 맡는다. 공간은 조명으로 색칠해 때로는 화려하게 때로는 매우 밝게 표현했는데, 극적인 재미보다 판소리 본연에 집중한 창극이라고 볼 수 있다.

대극장 오페라, 대극장 뮤지컬과 소극장 오페라, 소극장 뮤지컬이 다른 점은 단순히 상대적으로 작은 무대에서 공연하는 것이 아니라 축소와 생략, 선택과 집중 등 미니멀리즘을 제대로 추구할 때 빛이 나는데, 창극도 마찬가지이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명동예술극장이 소극장 규모의 극장은 아니지만 국립극장 해오름극장처럼 대극장이라고 볼 수는 없는 상황에서, <심청가>는 공연장의 상황을 잘 살려서 만든 작품, 혹은 작품의 취지를 잘 표현하기 위해 공연장을 잘 선택한 작품이다. 명동예술극장은 주로 연극 공연을 위해서 만들어졌기 때문에, 관객석 2층도 <심청가>를 관람하기에 좋고, 실제로 거리감으로 인한 생생함이 크게 줄지 않는다.

다른 연주자들은 무대 커튼 뒤에, 북을 치는 고수는 무대 앞부분에 위치하는데 아쟁, 피리, 거문고, 대금, 가야금, 타악, 장고, 해금의 연주로 창극적 공연이 펼쳐지기도 하지만, 고수의 북으로만 소리가 이어져 판소리 본연의 느낌을 살리는 시간도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창극이 전형적인 판소리와 다른 점은 창자(소리꾼)가 한 명이 아니라는 점인데, 판소리에서 창자의 수를 늘리고 악기를 늘린 형태가 창극이라고 한다면 <심청가>는 창극의 모습을 띄기도 하고, 판소리에서 창자의 수만 늘려 고수와 함께 소리를 펼치기도 하는 중간적 형태도 적절히 활용한다는 점이 특징적이다. 고수의 북만으로 독창의 소리가 펼쳐지는 시간은 전형적인 판소리에 가까운 시간이다.

6개의 벽 같은 무대 구조물 뒤에 얼굴을 내미는 등장인물들의 모습은 흥미로운데, 무대에 나오지 않으면서도 무대에 나와 소리를 하는 셈이다. 무대에 여백을 두면서도 많은 사람들이 함께 소리를 할 수 있도록 설정한 미니멀리즘의 대표적인 예라고 볼 수 있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간소화된 무대를 보완하기 위해 결정적일 때 영상 활용했는데, 지나치게 영상에 의존하지 않는 점도 긍정적이다. 파도치는 모습 등은 여러 명이 부채로 표현했는데 부채의 활용은 판소리의 발림을 잘 살리고 있는 것임과 동시에 다른 무대 장치 없이 극의 내용을 효과적으로 표현하는 미니멀리즘의 또 다른 예라고 볼 수 있다. 안숙선 명창은 대사전달력과 가사전달력이 좋아 관객이 이야기를 잘 따라가기 편하게 도움을 주는데, 그럼에도 한글 자막을 제공한 것은 똑똑한 선택이라고 여겨진다.

<심청가-강산제>로 완창판소리 무대에 섰던 민은경(어린심청 역), 국립창극단 신(新)창극시리즈1 <소녀가>에서 1인극 형식의 창극을 소화해 호평을 받았던 이소연(황후심청 역), 창극 <트로이의 여인들>에서 헤큐바 역을 맡아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줬던 김금미(뺑덕 역), 능청스러운 연기를 보여준 유태평양(심봉사 역) 등 실력파 소리꾼들의 소리와 정서를 명동예술극장에서는 더 가까이에서 느낄 수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 주연으로 참여하지 않은 김준수! 조연과 앙상블을 넘나들 수 있는 자신감과 겸손함은 그를 롱런하는 아티스트로 만드는데 일조할 것이다

이번 <심청가>에서 김준수가 주인공이 아니라는 점은 김준수의 입장에서 볼 때 긍정적인 기회라고 생각된다. 주조연을 넘나들 수 있는 자신감과 겸손함은 김준수를 롱런할 수 있도록 만들 것이다. 주연만 하기보다는 조연과 앙상블을 포함해 다작 출연 추천하는데, 느끼는 시야가 주연 때와는 다를 것이기 때문에 김준수를 더욱 성장시킬 것이다.

주인공은 분량이 많아 자기 역할을 하기에도 바쁜데, 조연 혹은 앙상블의 경우에도 본인이 소리를 할 때는 바쁘지만 무대 밖에서 기다리는 시간, 무대 위에서 주인공을 바라보는 시간 등 여백의 시간을 가지고 있다.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심청가’ 공연사진. 사진=국립극장 제공>

이런 여백의 시간은 작품을 전체적이고 객관적으로 볼 수 있도록 만들어줄 것이고, 결국 더욱더 작품에 밀착해 무대에 오를 수 있는 시야와 실력을 만들어줄 것이다. 주연이 아닌 조연에 감정이입해 작품을 관람하는 사람이 더욱 객관적으로 관람하기도 한다는 점은 이와 일맥상통한다고 볼 수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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