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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갤러리] 박수진 개인전 ‘금지된 문맥’ 양가감정이 표현된 작품에 투영된 작가의 내면은?

발행일 : 2018-04-26 14:52:42

박수진 개인전 <금지된 문맥(The Forbidden Context)>이 4월 18일부터 5월 1일까지 인사아트센터 4층 제2특별관에서 전시 중이다. 전시 제목 앞에 ‘해방과 통일의 경계를 넘어선’이라는 수식어를 포함하고 있는데, 박수진은 ‘독립운동가들이 바라던 모습이 과연 현재의 모습일까?’라는 질문에서 전시를 기획했다고 밝힌 바 있다.

<금지된 문맥>은 화려하고 아름다운 색감 안에 어디엔가 걸려 있어 마음과 정신을 붙잡고 있는 내면을 인상적으로 표현하고 있는데, 작가가 그림으로 승화한 정신세계는 작품을 만들 수 있는 예술적 원천이 되지만 실제 삶에서는 얼마나 마음 아프게 살도록 만들고 있는지를 생각하면 같이 마음이 아파진다.

◇ ‘탈 유배지(Escape from The Exile), 캔버스에 유채, 58×145.5cm, 2015’

‘탈 유배지(Escape from The Exile), 캔버스에 유채, 58×145.5cm, 2015’는 섬뜩한 아름다움을 담고 있는 작품이다. 파란색 바다도 아닌 빨간색 소용돌이는 분노로 느껴지기도 하고 생존을 위한 역동적 움직임으로 보이기도 한다.

‘탈 유배지(Escape from The Exile), 캔버스에 유채, 58×145.5cm, 2015’. 사진=박수진 제공 <‘탈 유배지(Escape from The Exile), 캔버스에 유채, 58×145.5cm, 2015’. 사진=박수진 제공>

빨간색의 물속에서 솟아 나온 근육 위 여러 개의 손가락에 이어진 끈은 구름과 두 여인을 묶고 있는데, 묶인 채 쓰러져 있는 여인과 서서 있는 여인은 다른 사람이 아닌 같은 사람일 수도 있다. 마음의 한 쪽은 극복하고 벗어날 수 있지만, 어떤 한 쪽은 무기력하게 잡혀있는 것으로 보이는데, 과거와 현재, 그리고 그 안에서의 우리의 모습일 수도 있을 것이라고 추측된다.

쓰러져 있는 여인의 머리에 있는 탈의 색깔 또한 빨간색인데, 피로 물들인 바다를 민낯으로 바라볼 수 없어서 쓰게 된 탈 또한 핏빛이고, 핏빛 바다는 그 탈의 핏빛 유배지라고 정서로 작품을 바라보면 가슴을 후벼 파는 듯한 아픔이 느껴진다.

◇ ‘거짓 거울(The Fake Mirror), 64.7×64.7cm, 캔버스에 유채, 2016’

‘거짓 거울(The Fake Mirror), 64.7×64.7cm, 캔버스에 유채, 2016’은 시리즈로 만들어진 4개의 작품으로 구성돼 있다. 작가의 자화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그림 속 여인이 들고 있는 그리고 그 주변에 놓인 탈은 왜곡의 의미로 바라볼 수도 있고, 자아를 지키기 위한 방어도구라고 상상할 수도 있다.

‘거짓 거울(The Fake Mirror), 64.7×64.7cm, 캔버스에 유채, 2016’. 사진=박수진 제공 <‘거짓 거울(The Fake Mirror), 64.7×64.7cm, 캔버스에 유채, 2016’. 사진=박수진 제공>

작가는 중학생 시절에 이육사 시인의 <꽃>을 인상 깊게 읽었다고 했는데, 아름다운 구절 속에 다 담기지 못했던 ‘금지된 문맥’을 마음속에 계속 생각하며 살았던 것으로 생각된다.

가면을 쓴 모습이 왜곡이라고 가정한다면, 그림 속 여인은 무척 슬프거나 비참해야 할 것 같은데, 여인의 표정은 호기심을 가지고 있다고 보이기도 한다는 점과, 꽃무늬의 옷을 입고 있다는 점을 고려하면 작가는 긍정적으로 풀어가려는 내면의 노력을 꾸준히 하고 있다고 여겨진다.

◇ ‘위장된 아름다움(The Camaouflaged Beauty),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 ‘허용된 풍경(The Permitted Landscape),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위장된 아름다움(The Camaouflaged Beauty),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과 ‘허용된 풍경(The Permitted Landscape),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은 카네이션 꽃을 소재로 만들어진 작품인데, 서로 다른 정서를 표현하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위장된 아름다움(The Camaouflaged Beauty),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 ‘허용된 풍경(The Permitted Landscape),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사진=박수진 제공 <‘위장된 아름다움(The Camaouflaged Beauty),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 ‘허용된 풍경(The Permitted Landscape), 130.3×78cm, 캔버스에 유채, 2016’. 사진=박수진 제공>

‘위장된 아름다움’의 카네이션은 좀 더 밝은 색을 띠고 있고 꽃만 보면 밝고 아름답고 화사하지만 새를 날지 못하게 묶고 있다는 점을 발견할 수 있다. 반면에 ‘허용된 풍경’의 카네이션은 좀 더 냉정하고 엄숙할 것 같지만 새의 자유와 날고 싶은 본능을 억압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의 대상에 대해 서로 상반되는 감정을 동시에 가지는 것을 양가감정이라고 하는데, 작가는 다른 작품에서도 그런 모습을 보였지만 특히 ‘위장된 아픔다움’과 ‘허용된 풍경’을 통해 그런 양가감정의 내면을 동시에 보여주고 있다고 생각된다.

<금지된 문맥>을 보면 작가의 양가감정은 팽팽하게 대립과 균형을 이루고 있다고 보이는데, 그 균형은 작품에 다양성을 불어넣고 생명력을 넣을 것이지만 작가의 내적 갈등과 아픔은 그럴수록 더 커질 수도 있다. 서양화를 통해 동양적 정서를 깊이 표현하는 작가의 작품세계가 앞으로 어떻게 발전할지 궁금해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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