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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오페라] 서울시오페라단 ‘투란도트’(1) 원작의 정서와 매력을 무시하고, 시각적 변화에만 초점을 맞추다

발행일 : 2018-04-27 11:27:29

서울시오페라단(예술총감독 이경재, 연출 장수동)의 <투란도트(TURANDOT)>가 4월 26일부터 29일까지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한국오페라 70주년 & 푸치니 탄생 160주년 기념, 개관 40주년을 맞은 세종문화회관 상반기 대작, 1985년 창단 이래 지난 33년간 한국 오페라계 초연을 이끌며 고전의 재해석에 힘쓴 서울시오페라단이 처음 시도하는 작품이라는 기대를 모았지만, 첫 공연 후 ‘푸치니의 정서는 없어지고, 공장 무대만 남았다’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기계문명의 파괴와 재앙으로 삶의 터전을 잃은 칼라프 왕자(테너 한윤석, 박지응 분)가 빙하로 뒤덮인 생존자들의 땅에서 투란도트 공주(소프라노 이화영, 김라희 분)와 만나는 설정을 통해 원작을 변경한 것은 공연 전에 큰 호기심을 불러일으켰는데, 미래 도시도 아닌 산업사회의 공장 분위기의 배경에서 스테디셀러 오페라 <투란도트>가 가진 핵심 가치와 매력, 정서를 없앤, 단지 무대의 시각적 화려함만 남은 공연으로 전락했다는 점이 매우 안타깝다. 본지는 <투란도트>의 리뷰를 2회에 걸쳐 공유한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 <투란도트>를 처음 관람한 관객과 재관람을 통해 익숙해진 관객

무대의 막이 오르면 <투란도트>를 이미 여러 번 관람한 적이 있는 관객에게는 이번 서울시오페라단의 공연이 신선하게 다가왔을 것이다. 그렇지만, 시각적 새로움과 음산한 화려함에 치중한 나머지 원작이 가진 핵심적인 매력은 찾아보기 힘든 공연이 됐다.

서울시오페라단의 이번 <투란도트>를 처음 관람한 관객은 원래 이 작품이 이런 작품이라고 생각할 수 있고, 오페라는 무겁기만 하지 그다지 재미있거나 감동적이지는 않다고 여길 수도 있을 것이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렇지만 <투란도트>가 전 세계에서 왜 지속적으로 재공연이 되는지 알고 있는 관객은 실망을 금치 못할 것이다. 26일 첫 공연에서 관객들은 정말 유명해 많이 알고 있는 아리아 ‘공주는 잠 못 이루고(Nessun dorma, 아무도 잠들지 말라)’를 한윤석이 정말 멋지게 불렀을 때도 박수는 쳤지만 환호하거나 흥분하지 않았는데, 뛰어난 실력을 가진 성악가가 가장 중요한 아리아를 불렀을 때도 관객들이 흥분하지 않은 것은, 공연 곳곳에 감정이입을 방해하는 수많은 요소들이 배치돼 있기 때문이었다.

◇ 그렇다면,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전달됐나?

이번 <투란도트>가 근본 정서와 스토리텔링에 전혀 부합되지 않았더라도 시각적인 즐거움은 충분히 줬을 것이라고 예상할 수도 있지만, 제1막 무대부터 지나치게 어둡게 만들어 무대 장치와 등장인물의 움직임의 디테일이 관객들에게 전달되지 않았다는 점은 시각적인 어필조차 제대로 하지 못 했다는 것을 의미한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연습을 할 때는 조명을 본공연 무대처럼 어둡게 만든 상태에서 하지 않았을 것인데, 실제 무대에서 어떻게 보일지에 대한 예측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것이다. 필자가 관람한 2층 B열 11번 좌석은 2층 맨 앞에서 두 번째 좌석으로 오페라글라스 없이도 전체적인 시야가 확보되는 좌석임에도 불구하고 어두워서 잘 보이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하면, 3층 좌석에서는 더욱 그러했을 것이라고 예상된다.

다른 오페라 전용극장과는 달리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관객석마다 자막을 보여주는 모니터가 설치돼 있기 때문에 자막 모니터의 불빛으로 관객석은 어떤 극장의 오페라 공연보다 밝게 세팅된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그런 상황에서 무대가 보이지 않을 정도로 어둡게 만들었기 때문에 더욱더 무대의 디테일을 보기 힘들게 됐고, 집중해서 관람하려는 관객은 피곤해질 수밖에 없는 것이다.

◇ 무대의 디테일이 잘 안 보여도 오케스트라 연주와 아리아 감상에 집중할 수 있는 것이 아니냐?

오페라 공연에서 1층 좌석이 아닌 2층, 3층 좌석을 관객이 선택하는 이유는 기본적으로 티켓값 때문이지만, 멀어서 잘 보이지는 않지만 아리아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의 감동을 라이브로 듣는데 괜찮기 때문이기도 하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서울시오페라단의 <투란도트>는 최희준의 지휘로 성남시립교향악단이 연주했다. 마이크를 통해 소리를 확성하지 않는 오페라의 특성상 성악과 기악의 조화는 핵심적으로 중요한 사항인데, 첫날 공연에서 오케스트라의 관악기와 타악기가 연주되는 시간에는 시쳇말과 관악기와 타악기 소리가 아리아를 모두 잡아먹었다.

세종문화회관 대극장은 오페라 전용극장도 아니고 마이크를 사용하지 않고 연주 소리로 큰 극장을 채우기 위해 관악기와 타악기는 최선을 다해 높은 소리를 냈을 수 있지만, 차라리 현악기만으로 연주가 이뤄지거나 기악 연주 없이 아리아만 들었으면 좋겠다고 느끼게 만들었는데, 특히 제1막에서 가장 심했다. 오페라와 발레의 관객 중에는 오케스트라의 라이브 연주를 들으러 간다는 사람이 분명히 존재하는데, 그런 관객들은 더욱 실망했을 수 있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절절한 서글픔과 애절함으로 관객의 마음을 파고드는 푸치니의 음악을 실력파 성악가들이 훌륭하게 소화했음에도 불구하고 관객이 감동받아 흥분하지 않은 이유는, 작품 본연의 정서가 축적되지 않고 왜곡됐으며, 기악과 성악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았기 때문이다.

기악과 성악의 조화가 이뤄지지 않은 것은 실력의 문제가 아니라 성의의 문제라고 생각된다. 리허설을 분명히 했을 것인데, 1층 관객석의 앞좌석과 중간좌석, 뒷좌석 그리고 좌우를 기준으로 볼 때 우측 좌석과 좌측 좌석, 2층과 3층의 중간, 좌측, 우측 좌석에서 음향 테스트를 했다면 서울시오페라단의 실력으로 볼 때 이런 문제는 절대 일어나지 않았을 것이다. 음향 테스트를 했으면 무대가 지나치게 어두워서 생기는 문제 또한 해결됐을 것이라는 점은 매우 안타깝다.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투란도트’ 공연사진. 사진=세종문화회관 제공>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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