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영화

[ET-ENT 영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건드린 히어로와 악당

발행일 : 2018-04-28 00:50:33

안소니 루소, 조 루소 감독의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는 우주 공간으로 날아간 어벤져스의 화려한 액션을 보여주면서, 확신에 찬 명분의 오용과 남용, 악용이 얼마나 위험한지를 알려주는 작품이다.

주연으로 분류되는 등장인물만 25명인 대작에서, 히어로와 악당 모두 인간의 우울한 감정을 건드리고 있다는 점이 주목된다.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과 무기력함, 자신 안의 분노를 끌어내는 것에 대한 두려움 등 평범하면서도 소심한 일반인들이 가질 감정을 히어로들이 집단으로 가지고 있는데, 설마설마하는 마음으로 관람한 관객들에 대한 영화의 마지막 선물은 다음 편이 나올 때까지 참고 기다리게 만드는 간절함이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어벤져스와 악당 타노스 모두 무기력함과 좌절감을 가지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옳다고 느끼지만 실패했을 때의 좌절감을 처음부터 영화 속 어벤져스와 관객들이 같이 느끼게 만든다. 실패와 무기력을 심어줘 흩어져 있는 어벤져스와 관객들이 뭉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고 목표를 부여하는 역할을 하기도 한다.

영화 속 어벤져스와 악당 타노스는 모두 좌절감을 가지고 있다. 스스로의 힘으로 상대를 제압하거나 막지 못하고 여섯 개의 인피니티 스톤에 의존한다. 히어로가 살아있는 신의 역할을 하는 다른 히어로물과는 확연한 차이점을 가지고 있는 것이다. 각각의 히어로물에서 가장 센 영웅이었던 그들은 좌절감을 공통적으로 느끼며 공감하는 대상이 되고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마치 고등학교 때 전교 1등을 하던 사람들도 대학을 진학한 이후에는 자존감을 상실하고 콤플렉스에 힘들어하는 것처럼, 아직 확실히 몰락하지도 않은 히어로들이 자신의 능력과 역할에 힘들어한다.

관객들은 이상적으로 생각했던 히어로들에게서 자신의 연약한 모습을 발견하게 되면서 공감과 위안을 얻게 되는데, 그 위안은 다시 좌절과 무기력함으로 이어진다. 다음 편의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 몰입해 감정이입한 관객들은 한동안 힘든 시간을 보낼 수도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악당도 명분을 가지고 있는데, 그 명분이 맞는 것이 아닌가 생각될 수도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악당 타노스는 우주를 구한다는 신념을 가지고 있다. 한정된 자원에 늘어난 개체수를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은 무차별적으로 인구를 반으로 줄이는 것이라는 명분을 가지고 있다. 균형을 지키겠다는 명분을 타노스는 반복해 강조한다.

그 명분을 들으면 미친 소리라고 생각할 수도 있지만, 혹시 맞는 이야기가 아닌가 잠시 생각하게 될 수도 있다. 타노스가 연민을 가지고 있다는 점과 함께 타노스의 철학과 명분은 관객이 타노스에게 오히려 동정과 연민을 느끼도록 만들 수도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생존을 위해 대량학살을 하더라도 인구를 줄여야 한다고 영화에서 말한 인물은 타노스가 처음은 아니다. ‘매너가 사람을 만든다’라는 말로 유명한 영화 <킹스맨 : 시크릿 에이전트(Kingsman: The Secret Service)>의 악당들도 같은 명분과 논리를 가지고 있었는데, 여러 영화 속에서 이런 명분의 반복은 관객들로 하여금 혹시 그래야 되는 것 아니냐는 생각을 하게 만들 수 있다.

◇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결이 아닌 선과 악이 혼재된 캐릭터, 관객의 마음을 더욱 아프게 만든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처음에는 절대선과 절대악의 대결처럼 보이기 때문에 편하게 한쪽에 감정이입해 관람할 수 있는데, 타노스가 선과 악이 혼재된 캐릭터이고 연민의 감정에 휩싸일 경우 내면의 악이 진압될 수 있다는 점이 드러나면서 관객의 마음은 복잡해질 수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무기력함, 선과 악의 혼재, 명확한 선악의 싸움처럼 보이지만 계속 들어가면 그렇지마는 않을 수도 있는 상황은 캐릭터의 분리를 명확하지 않게 할 수도 있는데, 그런 면에서 보면 무수히 많은 영웅들이 등장하는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는 캐릭터의 중복과 혼재를 극복한 명작이라고 볼 수 있다.

애니메이션의 악당은 실사영화의 악당과는 다르게 인간적인 면을 가지고 있는 경우가 일반적이다. 절대악으로 표현될 경우 아이들의 동심을 지나치게 파괴할 수 있기 때문에, 애니메이션의 악당은 기본적으로 못됐지만 인간적인 면도 있고 허당기도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타노스는 애니메이션의 악당도 아닌데 애니메이션의 악당과 같은 면을 가지도 있다. 어른들이 가진 동심을 지켜주기 위한 제작진의 배려일 수도 있고, 감각적인 액션으로만 영화의 정서를 이끌지 않기 위해 노력한 설정일 수도 있다.

어벤져스 오역 논란이 청와대 청원으로 이어질 정도로 뜨겁다는 것은 우리나라 관객들이 어벤져스 시리즈를 단순한 히어로 팝콘 무비로 여기지 않는다는 결정적인 근거라고 볼 수 있다. 그런 면에서 볼 때 타노스에게 애니메이션의 악당과 같은 면이 있다는 점은 의미하는 바가 크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 나오기 싫어하는 헐크! 헐크가 두려워하는 것은 무엇일까?

브루스 배너와 헐크는 같은 인물이다. 분노한 브루스 배너의 내면이 헐크로 나오는 것인데, 그 분노는 이전의 어벤져스 시리즈에서 악당을 물리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그런데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헐크는 밖으로 나오기를 주저하고 두려워한다. 브루스 배너가 자신의 내면에 요청을 할 때 헐크는 흔들리기는 하지만 예전처럼 등장하지 않는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내면의 분노를 참을 수 없을 때 헐크가 나오는데, 그 헐크가 나오기 싫어한다. 자신의 분노를 폭발하기 위해 만들어진 인격체인 헐크가 분노가 아닌 공포를 느끼는 것이다. 분노를 참는 게 더 낫다는 내면의 선택이 헐크를 주저하게 만들었을 수 있다.

억지로 끌어낸 헐크는 맞고 상처 입으면서 소중한 것을 지키지만 영광을 헐크 본인이 누리지는 못했었던 것을 생각하면, 브루스 배너와 헐크가 결국 한 몸이라고는 하지만, 보상 없이 극한의 위험에 처해지는 것에 대한 두려움을 헐크가 가지고 있는 것이다. 브루스 배너는 억제된 욕망을 품고 있으며 스스로의 감정 기복에 소심해지는 인물이라는 점을 생각하면, 헐크 내면에 공포와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인정할 수 있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 스틸사진. 사진=월트 디즈니 컴퍼니 코리아 제공>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에서 히어로와 악당이 모두 우울함, 무기력함, 좌절감을 가지고 있다는 것과 헐크가 브루스 배너의 몸 밖으로 나오기를 두려워한다는 점은 일맥상통한다.

이들의 마음과 정서, 생각의 변화는 다음 편 어벤져스 시리즈의 스토리텔링에 결정적인 영향을 줄 것으로 생각된다. 빨리 다음 편을 보고 싶다는 마음과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를 다시 한 번 보면서 마음을 추슬러야 한다는 생각이 같이 든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