닫기

RPM9

문화예술
HOME > 문화예술 > ET-ENT갤러리

[ET-ENT 갤러리] 박경순 초대 개인전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나비와 같이 날아다니는 여인이 바로 나이고 싶다

발행일 : 2018-05-05 10:56:37

제16회 박경순 초대 개인전 <비천(飛天, Floating Dreams)>이 갤러리 미술세계 제2전시장에서 5월 2일부터 7일까지 전시 중이다. ‘비천’은 ‘하늘에 살며 하늘을 날아다닌다는 선녀인 천녀(天女)’를 뜻하기도 하고, 작가의 영어 표현에 초점을 맞추면 ‘떠다니는 꿈들’을 뜻한다고 볼 수 있다.
 
같은 제목을 가진 <비천>의 많은 작품들은 작가가 직간접적으로 경험한 세계이고 상상이 가미된 세계이기도 하지만, 작가 자신의 모습이 투영된 자화상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속에서 날아다니는 모습에는 아름다운 음악과 향기가 머금어 있고, 작가노트에서 작가가 “나비와 같이 날아다니는 여인은 바로 나이고 싶었다”라고 밝힌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45.5×53cm, Acrylic on wood pannel’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45.5×53cm, Acrylic on wood pannel’에서 악기를 연주하면서 하늘을 날아다니는 여인의 움직임의 곡선과 주변에 표현된 곡선의 정서는 일치하는데, 여인은 낯선 세계에 날아다니는 게 아니라 그녀의 세계를 향유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45.5×53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45.5×53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아크릴의 색을 모두 제거한다고 가정하면 거친 바닥면이 나타날 것이고, 거친 바닥면을 모두 생략한다면 부드러운 평면적 느낌을 줄 수도 있을 것으로 예상되는데, 이런 조화는 그림의 역동성과 안정감을 동시에 구현하면서, 작가의 내면과 정서가 날아다니고 싶은 세상이 아예 다른 세상이 아닌 거칠고 굴곡이 있지만 아름답게 색칠할 수 있는 현재일 수도 있다고 추정하게 만든다.
 
작가는 자유롭기를 원하는데, 그 자유는 현실에서 벗어난 상상 속의 이상적인 자유일 수도 있지만, 현재의 삶 속에서 자유롭기를 원할 수도 있다는 것이 그림에 보인다. 여인은 날아다니는 것에만 집중하지 않고 악기를 연주하면서 미적 자태를 뽐내는데 이 또한 현재에서 자유로워지면서 더 큰 예술혼을 발휘하고 싶은 작가의 마음일 수 있다.
 
◇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72.7×60.6cm, Acrylic on wood pannel’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72.7×60.6cm, Acrylic on wood pannel’은 연꽃의 자태가 아름답고 화려하게 표현돼 시선을 끄는데, 첫인상의 감동을 유지한 채 차분히 바라보면 그 밑에 있는 다섯 여인들의 자태가 호기심을 유발한다.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72.7×60.6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72.7×60.6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밝고 환한 연꽃 안에서 여인이 나오거나 혹은 그런 연꽃을 들고 아름다움을 더욱 발산하는 게 일반적이라면, 그림 속 여인들은 얼핏 봐서는 보이지 않게 검은색으로 표현돼 있고 연꽃보다 상대적으로 작게 표현돼 있다. 더 자세히 보면 다섯 여인은 모두 다른 움직임의 디테일을 표현하고 있는데, 여인의 발끝 움직임을 표현한 방법도 모두 겹치지 않는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크고 화려하고 밝지 않아도 누군가의 첫 시선을 받지 못 해도 흥겹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것, 그것도 특정한 사람만 그럴 수 있는 게 아니라 주위의 사람들과 같이 향유할 수 있다는 것을 작가는 표현하려고 한 것으로 생각된다.
 
다섯 여인들을 검은색으로 표현했지만 각기 다른 모습으로 모두 행복하게 나타낸 것은 작가의 긍정성을 알려준다. 밝을 때만 긍정적인 게 아니라, 연꽃처럼 화려한 색을 띠는 주변에 비해 잘 보이지 않는 곳에 있더라도 충분히 행복하고 아름다울 수 있다는 긍정성을 작가는 전달한다.
 
◇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25.8×17.9cm, Acrylic on wood pannel’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25.8×17.9cm, Acrylic on wood pannel’은 그야말로 작가의 자화상이라고 생각된다. 하늘을 날아다니던 여인, 연꽃 밑에서 춤추던 여인이 바로 나라는 것을 얼굴을 공개하면서 알려주는 듯하다.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25.8×17.9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비천(飛天, Floating Dreams), 25.8×17.9cm, Acrylic on wood pannel’. 사진=박경순 제공>

얼핏 보면 화려한 색감으로 아름답게 여인을 표현했다고 보인다. 그림의 질감을 고려해 바라보면 얼굴의 밝은 피부에는 상처가 남아 있는 흔적이라고 볼 수도 있는데, 여인 얼굴에 실제로 난 상처일 수도 있지만, 나를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으로 인해 내 마음에 난 상처일 수도 있다.
 
만약 내 마음에 난 상처라면 그 상처를 더 이상 숨기지 않고 목과 얼굴까지 꺼냈다는 것을 뜻하는데, 이 또한 긍정성과 자신감의 표현이라고 볼 수 있다. 그림 속 여인의 아름다움은 밋밋한 아름다움이 아닌 입체적 아름다움인데, 그 입체성에는 예술적 화려함과 내면의 굴곡에서 오는 차이가 모두 담겨 있는 것으로 여겨진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최신포토뉴스

위방향 화살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