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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무용] 안산국제거리극축제(2)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신체의 조건에 대한 물음을 던지다

발행일 : 2018-05-06 13:52:54

2018 안산국제거리극축제(Ansan Street Arts Festival 2018) 참가작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Body Building for The Head)>가 5월 5일부터 7일까지 안산문화광장에서 공연 중이다.
 
유지영 안무, 연출, 출연으로, 신체가 아닌 것을 어떻게 신체처럼 보이게 할 것인가에 대한 물음에 답하기 위해 시작한 작품으로 알려져 있다. 작품 속 비신체에 대한 신체의 운동성과 움직임은 신체의 조건과 의미, 역할에 대해 생각하게 만든다.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 마네킹 두상에 생명력을 불어넣기, 무용수가 보여주는 1인 무언극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에서 유지영은 양말만 신고 무대에 등장한다. 실내 공연장이 아닌 실외 무대에서 신발도 없이 공연을 하는 것은 야외 바닥의 질감과 촉감, 온도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인데, 신체의 움직임과 반응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는 것으로 생각된다.
 
유지영은 얼굴 모양의 마네킹 두상을 두 손으로 들고 안무를 시작한다. 이 작품은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보면 무용극의 안무로 볼 수도 있고, 무용수가 보여주는 1인 무언극, 1인 신체극으로 볼 수도 있다.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공연의 제목은 머리는 있으니 몸을 만들겠다는 뜻으로 보이기도 하는데, 유지영은 마네킹 두상에 자신의 머리를 내어주기도 한다. 자신의 머리를 완전히 보이지 않게 만드는 시간도 있고, 머리가 두 개 있는 사람처럼 보이게 만드는 시간도 있다.
 
마네킹 두상은 안무자의 일부인 것처럼 안무자의 꼬리가 되기도 하고, 몸통부터 머리의 역할을 모두 하기도 한다. 허리부터 완전히 앞으로 숙인 채 두 손을 뒤로 뻗어 움직이면서, 마치 두 손이 유지영의 손이 아닌 마네킹 두상의 손인 것처럼 움직이는 디테일에 감탄하게 된다.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본인이 안무와 연출을 맡은 유지영은 이 장면의 디테일을 스스로 구현한 것인데, 감정이입해 디테일에 집중한 관객은 더욱 감명 깊게 느꼈을 것이다. 허리부터 완전히 숙인 채 두 손을 뒤로 뻗었기 때문에 원래 팔의 길이보다는 짧게 마네킹 두상의 팔로 표현됐는데, 이 또한 비율을 맞추게 만드는 역할을 했다는 점이 주목된다.
 
◇ 신체의 조건은 무엇인가?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를 직접 관람하면 공연 초반은 마네킹 두상에 몸을 만들어주는 시간이라고 볼 수 있고, 공연 후반은 마네킹 두상을 내 몸에 적용해 몸을 만드는 시간이라고 볼 수도 있다.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 공연사진. 사진=안산문화재단 제공>

마네킹 두상에 아예 새롭게 몸을 만들어 주는 과정과 마네킹 두상에 맞도록 내 몸을 맞춰주는 과정을 통해 기존의 우리 신체에 대해 호기심을 갖도록 만든다. 유지영은 비신체에 신체의 운동성을 적용해 신체의 조건에 대한 물음을 던진다고 밝힌 바 있는데 그 물음을 관객들은 공연을 통해 듣게 된다.
 
<두(頭)를 위한 몸만들기>는 1명의 무용수로 표현된 공연인데, 만약 두 명, 세 명, 네 명이 동시에 같은 동작을 한다면 전달하는 메시지의 뉘앙스는 더욱 강렬해질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된다. 특정한 개인의 이야기가 아닌 일반적인 이야기로 관객이 받아들일 수 있기 때문이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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