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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영화] ‘마징가 Z: 인피니티’ 예전 동심을 자극할 수도, 파괴할 수도 있는 애니메이션

발행일 : 2018-05-12 11:31:06

시미즈 준지 감독의 <마징가 Z: 인피니티(劇場版 マジンガーZ / INFINITY, Mazinger Z Infinity)>는 마징가 Z 탄생 45주년 기념작으로 세기의 전쟁 10년 후 지구에 닥친 최대 위기에 인류를 구하기 위한 최후의 출격을 담고 있는 애니메이션이다.
 
아이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기보다는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생각되기도 하는데, 어른들의 예전 동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오히려 파괴할 수도 있다는 점이 주목되는 작품이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 1972년에 태어난 마징가 Z, 어른들을 위해 돌아온 <마징가 Z: 인피니티>
 
<마징가 Z: 인피니티>는 종이 만화 스타일의 2D 애니메이션이다. 아군이나 적군 모두 공격 직전에 공격의 방법이나 무기를 알려주는 친절함을 보여준다. 서로 정직하게 싸우는 이야기라고도 볼 수 있는데, 이 동작이 무슨 동작인지 그냥 보여주기보다 명확한 용어로 알려주는 것은 애니메이션보다는 만화적인 느낌을 준다.
 
<어벤져스: 인피니티 워(Avengers: Infinity War)>의 액션과 영상을 무한 감탄이 아닌 당연한 것으로 생각할 정도로 익숙한 세대에게 <마징가 Z: 인피니티>는 밋밋한 영상과 이야기일 수도 있다. 그렇다고 서정성만으로 승부할 수 있는 감성적인 애니메이션도 아니기에 추억을 간직한 어른들을 위한 애니메이션이라고 볼 수 있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는 세계 최초의 탑승형 로봇이라는 의미를 가지고 있는데, <아이언맨(Iron Man)>의 아이언맨을 슈트 탑승형 로봇이라고 볼 수 있다는 점을 고려할 때 <아이언맨>의 화려함에 익숙한 관객은 <마징가 Z: 인피니티>의 로봇 탑승이 신기하지도 신선하지도 않을 수 있다.
 
<마징가 Z>부터 같이 자라온 어른들은 이제는 <마징가 Z: 인피니티>에서 전쟁에 참여하게 만드는 명분을 제시하는 것을 단지 영화적으로만 받아들이지 않을 만큼 순진하지 않은 나이가 됐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주인공들이 한국 이름으로 우리나라에 개봉됐기에 일본 애니메이션인지 모르고 봤던 어린 시절과는 달리, <마징가 Z: 인피니티>에서는 일본의 군국주의 야망을 뉘앙스적으로 느낄 수도 있다.
 
영화 속에서는 다양성과 다양한 정의가 인류의 최대 문제점이라는 문제가 제기된다. 악당인 헬 박사에 의해 제기됐기 때문에 잘못된 것이라는 생각을 하게 됨과 동시에 다양성이 위험하다는 인식을 은연중에 관객에게 전달하는 것이다. <마징가 Z: 인피니티>는 어른 관객들이 잊고 지낸 동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동심을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 액션을 다루면서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긴 애니메이션
 
<마징가 Z: 인피니티>는 액션을 다루면서도 사람의 마음을 중요하게 여기고 있다는 점은 긍정적이다. 마음의 상처를 중요하게 다루고, 눈에 보이는 희망이 필요하다고 이야기한다. 사회적 책임과 개인의 행복에 대한 화두도 던진다. 인간은 신도 악마도 아니고 그 두 가지를 모두 가지고 있는 존재라는 철학도 전달한다.
 
‘인접 차원 가설’과 같이 호기심을 자아내는 설정도 눈에 띄지만, 헬 박사가 인류가 존재가치가 있는지에 대한 질문을 계속 던진다는 점도 의미 있게 들린다. 헬 박사는 돈, 권력, 명예를 중요하게 여기지 않는데, 단순한 악당이라기보다는 웬만한 히어로를 뛰어넘는 정신세계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할 수도 있다. 악당에 대한 미화일 수도 있고, 고차원적인 악당을 만들어내기 위한 설정일 수도 있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이 세상은 존재할 가치가 있나요?”라는 질문에 리사와 코우지가 그렇다고 대답하는 것은 표면적으로 볼 때 긍정적이라고 볼 수도 있지만, 냉정하게 보면 이것도 무척 위험한 질문과 대답이다.
 
이 질문에는 전 인류가 각자 답할 사항이지 특정 한두 사람이 그걸 결정한다는 것 자체가 매우 위험한 일이다. 코우지와 리사는 그렇다고 하고, 헬 박사는 아니라고 하는데, 그들이 이 세상의 존재 가치를 결정할 수 있을까?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영화 속 다른 사람들은 이 질문을 받지도 않고 그렇기 때문에 대답하지도 않는다. <마징가 Z: 인피니티>는 인류를 지킨다는 명분을 제공하고 있으면서도 인간의 존엄성에 대한 존중을 하지 않는다고 볼 수 있다. 특정한 몇몇이 결정한 것을 무조건 따라야 한다는 철학은 매우 위험할 수 있는데, 일본 애니메이션이라는 점을 고려하면 더욱 그렇게 여겨진다.
 
72년에 <마징가 Z>로 태어나 여기까지 온 <마징가 Z: 인피니티>는 예전 동심을 자극할 수도 있지만, 어쩌면 그때 잘 모르고 느꼈던 동심이 잘못됐다는 것을 일깨우며 72년 인근에 태어났거나 그 이후를 산 어른들의 동심을 파괴하는 역할을 할 수도 있다.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마징가 Z: 인피니티’ 스틸사진. 사진=우키픽쳐스 제공>

◇ 평범함의 가치, 평범함의 소중함
 
인간형 안드로이드 로봇 리사는 감정이 있는 기계이다. 리사는 라면을 먹으며 좋아하고, 바닷가에서 작은 파도가 발끝으로 밀려오는 모습에 즐거워한다. 리사는 인간이 가진 평범함이 얼마나 가치 있고 소중한지 보여주는데, 실제 인간들이 그런 생각을 하는 모습을 애니메이션에서 찾아볼 수는 없다.
 
평범함을 너무나도 당연하게 생각하는 사람들로 묘사된 것일 수도 있는데, 전쟁이 발발하면 그 평범함의 가치와 소중함은 어디서도 찾을 수 없게 된다는 점을 <마징가 Z: 인피니티>는 간접적으로 알려주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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