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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이보미를 위한 성찬(盛饌)

발행일 : 2018-05-21 16:53:58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이보미를 위한 성찬(盛饌)

일본 후쿠오카 히가시구(東区) 가미와지로(上和白)라는 마을엔 67년 된 골프장이 있다. 이곳에선 매년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 골프대회가 열린다. 올해는 지난 11일부터 사흘간 열려 일본의 에이스 스즈키 아이(24)가 시즌 세 번째 우승컵을 가져갔다.

1952년 문을 연 이 골프장은 1973년 일본프로골프투어(JGTO) 특급 대회인 KBC 오거스타를 처음 개최한 코스이기도 하다. 개장 당시는 후쿠오카 외곽 한적한 시골마을에 자리한 평범한 코스였지만 굵직한 프로골프대회를 잇따라 성공 개최하면서 규슈 명문으로 발돋움했다. 그 역사적 무대는 후쿠오카컨트리클럽 와지로 코스다. 현지 사람들은 와지로 코스라고 줄여 부른다.

지금은 도시 개발로 주택가 밀집 지역에 힘겹게 둥지를 튼 모양새가 됐지만, 덕분에 대회 기간에는 주말·휴일 할 것 없이 갤러리로 북새통을 이룬다. 연중 후쿠오카에서 열리는 유일한 JLPGA 투어 대회라는 점도 축제 분위기를 거들었다.

와지로 코스가 이 대회를 처음 유치한 건 2012년 훈도킨 레이디스가 시작이다. 이듬해인 2013년부터 호켄노마도구치 레이디스로 대회명이 바뀌었고, 올해로 6년째 흥행을 이어갔다. 흥미로운 건 이 대회와 ‘스마일 캔디’ 이보미(30·노부타 그룹)의 인연이다. 2014년과 2015년 2년 연속 우승했고, 갤러리 투표로 결정되는 베스트 스마일 상과 베스트 드레서 상은 늘 이보미의 몫이었다.

베스트 스마일 상은 2014년부터 5년 연속 받았고, 2015년부터는 베스트 드레서 상까지 수상했다. 지난해와 올해는 성적 부진으로 최종 라운드 진출에 실패했지만 경쟁자들을 많은 표 차로 따돌리고 두 상의 주인공이 됐다.

압도적 갤러리 투표 결과는 어쩌면 일본인들의 이보미에 대한 고마운 마음일지도 모르겠다. 동갑내기 두 골프영웅 미야자토 아이와 요코미네 사쿠라(이상 32)를 미국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로 떠나보낸 뒤 자국 스타 없는 불안한 흥행을 이어가던 JLPGA 투어에 새바람을 불어넣었기 때문이다.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이보미를 위한 성찬(盛饌)

하지만 최근에는 이보미의 부진 속에서 두 상의 변별력과 존재 가치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이 크게 늘었다. 변별력을 이유로 폐지해야 하다는 주장부터 컷 탈락한 선수는 후보에서 제외해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다.

베스트 스마일 상과 베스트 드레서 상은 갤러리 서비스 질 향상을 위해 마련된 이벤트지만 요즘은 ‘인기상의 중복 수여’라는 지적이 고개를 들기 시작했다. 전문가의 의견이 전혀 반영되지 않는 두 상 사이의 경계가 미묘해서 각기 다른 선수가 두 상을 나눠 가진 경우는 2013년과 2014년뿐이다.

무엇보다 ‘또 다른 형태의 인기투표’라는 꼬리표를 떼기 어렵다. 사실상 인기투표로 비쳐지고 있는 두 상이 일부 선수들에겐 좌절감을 안기기도 한다. ‘나는 절대 받을 수 없는 상이니까…’라며 애써 고개를 돌리는 선두가 있는가 하면 사흘 동안 입을 옷을 정성스럽게 준비했지만 투표 결과 확인 후에는 ‘어차피 기대하지 않았다’며 태연한 척 표정을 관리하는 선수도 있다.

요즘 스포츠스타는 경기력뿐 아니라 갖춰야 할 것이 많다. 플레이 자세와 성실성, 팬을 대하는 태도, 인터뷰 매너 등이 대표적이다. 거기에 준수한 외모까지 더한다면 금상첨화다. 그만큼 팬들과 후원 기업의 눈높이가 높아졌다.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이보미를 위한 성찬(盛饌)

하지만 흥행을 이유로 동등한 기회 제공과 공정성이라는 스포츠의 기본정신마저 훼손한다면 팬-선수-스폰서 사이 괴리감과 갈등의 원인이 된다.

그런 면에서 두 상의 변질은 이미 예고된 수순이었다. 결국 특정 선수 포상 몰아주기라는 오점만 채 주목받지 못하는 일부 선수는 경기 시작 전부터 상대적 박탈감을 경험해야 했다. 고바야시 히로미 JLPGA 회장이 신년사에서 강조한 ‘모든 선수에게 동등한 기회 제공’이란 말이 무색하게 느껴진다.

흥행 고공행진을 이어가고 있는 JLPGA 투어는 올해 51주년을 맞았다. 숱한 시행착오를 겪으며 50년이 넘는 세월을 견뎌왔지만 아직도 과제가 많아 보인다. 규슈 명문 와지로 코스에 차려진 이보미를 위한 성찬(盛饌)도 그 중 하나다.

필자소개 / 오상민

골프·스포츠 칼럼니스트(ohsm31@yahoo.co.jp). 일본 데일리사 한국지사장 겸 일본 골프전문지 월간 ‘슈퍼골프’의 한국어판 발행인·편집장 출신이다. 주로 일본 현지 골프업계 및 대회장을 취재한다. 일본 가압골프추진기구에서 골프 전문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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