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발레시어터의 <빨간구두-영원의 춤>은 2018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모공연으로 6월 4일과 5일 예술의전당 CJ 토월극장에서 공연 중이다. 이 작품은 <제4회 경기공연예술페스타>(부제 : ‘G-PAFe 2018’) 베스트컬렉션 공연 때 필자가 리뷰를 썼던 작품인데, 다른 장소에서 두 번째 보는 작품은 또 다른 느낌을 줬다.
안데르센의 잔혹동화 <빨간 구두>를 원작으로 했는데, 원작을 기반으로 해석할 수도 있고 원작의 내용과 연결하지 않고도 안무 속 스토리텔링을 상상할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는 점이 주목된다. 공연은 재공연을 통해 완성도를 높이는데, <빨간구두-영원의 춤>은 어디까지 발전하게 될지 궁금해진다.
◇ 시각적으로 화려한 움직임,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스토리텔링
<빨간구두-영원의 춤>은 안무가 차진엽, 음악감독 최우정, 프라임필하모닉오케스트라(27인조)의 협업으로 만들어진 작품이다. 라이브 연주로 공연은 시작됐는데, 시각적으로 화려한 움직임과 얽매이지 않는 안무, 그리고 지루할 틈을 주지 않는 스토리텔링은 인상적이다.
서곡 후 무대를 걸어 나가는 무용수들과는 달리 조명으로 표현된 흑백의 무대에 유일하게 빨간 조명을 받고 있는 빨간 드레스의 여인은 대비를 이룬다. 무대는 밝아지며 칼라의 세계로 변한다.
카렌이 빨간구두를 신은 후 다른 사람들은 소리 내서 걷는데, 실제로 다른 사람들이 내는 소리일 수도 있지만, 카렌이 그렇게 들린다고 느끼는 것을 표현했을 수도 있다. 음산한 음악과 함께 무대가 빨간색으로 변하기도 한다.
◇ 사형집행인이 표현하는 광기, 발목이 잘린 카렌의 빨간구두가 같은 상황의 다른 구두들과 함께 추는 춤
컨베이어 벨트를 따라 올라가는 각기 다른 빨간구두와 사행집행인의 모습은 집단 광기, 집단 최면을 연상하게 만드는데, 이때 무용수들이 추는 군무는 마치 빨간구두를 숭배하는 의식처럼 보이기도 한다. 라이브 연주가 그런 정서를 더욱 와닿게 만든다. 빨간구두의 의미는 무엇일까? 사형집행인이 표현하는 광기는 섬뜩하기도 하지만 카리스마가 느껴지기도 한다.
발목이 잘린 카렌의 빨간구두가 더 이상 혼자 춤추는 것이 아니라 같은 상황의 다른 구두들과 함께 춤추는 장면은 무척 아름답고 인상적인데, 그 시간의 안무가 내포한 의미와 이미지를 알게 되면 더욱 마음이 아프다. ‘찬란한 고통’이라는 표현이 떠오른다.
손으로 밟는 탭댄스는 뮤지컬 느낌, 특히 댄스 뮤지컬 느낌이 든다. 손으로 표현한 발의 느낌은 인형극이나 마임의 정서를 떠오르게 만들기도 한다. <빨간구두-영원의 춤>은 재공연이 진행될수록 디테일이 강해지는데, 어디까지 완성도를 높일지 기대가 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