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지안 발레단의 <윤이상의 귀향> 2018 대한민국발레축제의 공모공연으로 6월 5일과 6일 예술의전당 자유소극장에서 공연됐다. 고국을 떠난 지 49년, 사후 23년 만에 고향인 통영으로 돌아온 윤이상을 주제로 한 최초의 발레 작품으로, ‘광주여, 영원히’, ‘무악’ 등 그의 명곡을 함께 들을 수 있는 시간이었다.
◇ 스토리텔링이 있는 안무, 천재적 작곡가 윤이상을 생각하게 만든 시간
<윤이상의 귀향>은 영상과 함께 무대 위에서 첼로의 연주로 시작한다. 안무를 소화하기에 편하지는 않은 양복을 입은 남자 무용수는 무대 위에서 고뇌하기도 하고, 지휘봉을 들고 연주를 하기도 한다. 그에게 다른 무용수들은 악보이자 음악이라고 생각된다.
스토리텔링이 있는 안무는 윤이상의 생애를 발레화한 것 같기도 하고, 윤이상의 음악을 시각화한 것처럼 느껴지기도 한다. 윤이상의 귀향은 육체의 귀향임과 동시에, 음악세계, 예술혼의 귀화인데, 발레로 표현돼 이색적이면서도 어쩌면 더 편하게 받아들일 수 있다.
<윤이상의 귀향>에서 꽃을 바치는 헌화 장면은 마음을 바치는 헌화로 느껴지는데, 윤이상의 음악 자체에만 집중해도 논란이 되지 않을 정도로 우리 사회가 자신감 넘치며 포용적이 되기를 바라는 마음의 헌화라고 생각되기도 한다.
◇ 다운바운스의 느낌으로 표현된 발레, 공중 동작 또한 다운바운스의 느낌으로
<윤이상의 귀향>은 중력을 거스르며 하늘을 향한 정서를 표출하는 업바운스의 춤이라기보다는 중력에 순응하는 다운바운스의 춤이라고 볼 수 있다. 바닥을 박차오르기보다는 바닥을 부드럽게 딛는 동작이 눈에 띄는데, <윤이상의 귀향>이 선택한 다운바운스의 정서는 윤이상의 생애, 음악과의 연관성을 찾을 수도 있다.
행진곡풍의 음악이 나올 때 등장한 무용수들의 의상은 무사를 연상하게 만드는데, 영상의 벽화는 이를 뒷받침한다. 무사의 강렬한 기개를 표현하면서도 다운바운스의 차분한 정서를 유지하는 것은, 윤이상에 대한 경건한 마음이 안무에 포함돼 있기 때문일 것이다.
안무가 김지안은 평소 음악가들에 관심이 많았던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음악가들의 삶이 영화나 뮤지컬로 표현되는 경우는 많지만, 무용으로 표현되는 경우는 상대적으로 흔하지 않다는 점을 고려하면, 김지안의 시도는 의미 있는 행보라고 생각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