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수동 윈도우를 모르는 기자들도 많다는데요?”
“정말요?”
“예전엔 자동 윈도우처럼 보이려고 수동 윈도우 조작할 때 손을 일정하게 움직였잖아요.”
“그거, ‘야타’할 때 많이 써먹었는데.”
“수동 기어 다룰 줄 모르는 기자도 많아요.”
“상무님은 첫 차가 뭐였어요?”
“난 현대 엘란트라였죠.”
“오우, 포르쉐 911을 1단 기어로 제쳤다는 그 차!”
옆에서 얘기를 듣던 비교적 ‘어린’ 기자에게 질문이 날아들었다.
“넌 이런 얘기 모르지?”
“아뇨, 저 어릴 때 수동 윈도우 많이 봤어요.”
“너 몇 살인데?”
“서른일곱이에요.”
“하하하. 생각보다 늙었네.”
30~40대 남녀들의 대화에는 웃음이 끊이지 않았다. 포드 뉴 머스탱 시승회가 열린 8일 강원도 인제스피디움에서 있었던 일이다.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스포츠카 머스탱은 참석자들에게 자연스럽게 젊은 시절을 떠올리게 했다.
포드 머스탱은 미국 자동차업계의 전설적 인물인 리 아이어코카가 만든 작품이다. 당시 인기를 끌던 쉐보레 콜벳 스팅레이에 맞서기 위해 내놓은 이 차는 1964년 인디애나폴리스 경주의 페이스카로 데뷔했고, 지금까지 900만대 넘게 팔리며 인기를 이어가고 있다.
지난 4월에는 6세대의 마이너 체인지 모델이 한국에 선보였다. 시승차가 나오기만을 고대하고 있던 때, 포드코리아에서 시승회에 참석하라는 안내를 받았다. 부산모터쇼 프레스데이 바로 다음날인 8일, 인제스피디움이 그 무대였다. 부산모터쇼에서 바로 올라와 그 다음날 인제로 달려 가야하는 강행군이었으나 놓칠 수 없었다. 머스탱으로 트랙을 달려볼 절호의 기회가 아닌가.
시승회는 정지에서 시속 100㎞까지 가속성능을 체크하는 일명 ‘제로백’ 테스트부터 트랙 주행, 짐카나 주행 순서로 진행됐다.
먼저 제로백 테스트. 사실 291마력의 2.3 에코부스트 모델과 446마력의 5.0 GT 모델은 비교 자체가 무의미하다. 그럼에도 포드코리아가 이 둘을 다 테스트하게 만든 건 두 차의 특성을 이해하라는 의도다.
역시 강렬한 인상을 남긴 건 5.0 GT다. ‘으르렁’대는 배기음이 우렁차게 울려 퍼지는 순간, 차는 순식간에 시속 100㎞를 넘긴다. 워낙 출력이 강하다 보니 출력이 집중되는 출발 순간에 차체 뒤쪽이 살짝 출렁거린다.
트랙 주행은 랜덤으로 차가 배정된 탓에 2.3ℓ 모델만 타볼 수 있었다. 사실 트랙 주행에서 가장 재밌게 달릴 수 있는 위치는 페이스카 바로 뒤인데, 나는 두 번째에 배정됐다. 이럴 경우 앞차 운전자의 실력에 따라 운전의 재미가 달라진다. 앞차 운전자의 실력이 부족해서 페이스카를 제대로 못 따라가면 나도 거기에 맞춰 천천히 달릴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불행하게도 이번 주행에서 앞차 운전자의 실력은 그리 뛰어나지 못했다. 페이스카가 그리 빨리 달리지 않았음에도 적당한 간격을 유지하지 못한 탓에, 나 역시도 충분히 달려보지 못했다.
때문에 출력과 토크를 충분히 느껴보진 못했지만, 핸들링만큼은 놀라웠다. 머스탱은 오르내림이 심한 인제스피디움의 가혹한 트랙을 매끈하게 돌며 강한 인상을 남겼다. 5.0 GT를 탔다면 훨씬 느낌이 강렬했을 것이다.
짐카나 코스는 특별히 헷갈리거나 어렵지 않았다. 기회는 단 두 번. 내 기록은 28초03이었는데, 전체 참가자 중 1위의 기록은 27초3 정도였다. 속도를 내려다 마지막에 제동거리가 길어진 게 패인이었다.
신형 머스탱에서 돋보이는 것 중 하나는 개인별 맞춤화 기능이다. 12인치 LCD 계기반은 취향에 따라 30가지 색상을 조합할 수 있고, 게이지 클러스터의 디자인도 고를 수 있다.
이게 전부가 아니다. 마이 모드 기능에 들어가면 서스펜션, 스티어링, 배기음 등을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도 있다. 특히 밤길 주택가 같은 곳에서 유용한 ‘콰이어트 스타트(Quiet Start)’는 머스탱에서만 맛볼 수 있는 기능이다.
10단 자동변속기가 장착된 신형 머스탱의 복합 연비는 2.3 모델이 9.4㎞/ℓ, 5.0 GT가 7.5㎞/ℓ다. 2.3 모델의 고속도로 연비가 12.0㎞/ℓ에 이른다는데, 추후 시승차가 나온다면 체크해볼 예정이다.
가격은 머스탱 2.3 쿠페가 4800만원, 컨버터블 5380만원, 5.0 GT 쿠페가 6440만원, 컨버터블이 6940만원이다. 446마력의 스포츠카를 6000만원대에 살 수 있는 건 축복에 가깝다.
포드 머스탱을 트랙에서 체험하는 기회는 흔치 않지만, 이렇게 반나절 타고 만족할 차는 결코 아니다. 공도에서의 체험까지 마쳐야 비로소 완벽한 판단을 내릴 수 있겠다. 그러나 이거 하나는 확실하다. 머스탱은 반백을 앞둔 기자도 피 끓는 젊은 시절로 되돌려 줄 수 있다는 것. 서울로 돌아오는 길에 문득 이 멘트가 떠올랐다.
“뜨겁고 순수했던, 그래서 시리도록 그리운 그 시절. 들리는가. 들린다면 응답하라. 나의 90년대여.”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일상에서 즐기는 슈퍼카. 페라리 부럽지 않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