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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슈츠’ 자기대상(1) 박형식에게 장동건은 거울/이상화/쌍둥이 자기대상이다

발행일 : 2018-06-12 17:54:06

김진우 연출, 김정민 극본, KBS2 수목드라마 <슈츠>의 등장인물은 독립적인 캐릭터를 구축하고 있으면서도 다른 사람과의 관계에 의해 본인의 가치를 평가하고 받아들인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관계성을 중요시하는 심리학 이론인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중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의 개념을 적용해 장동건(최강석 역), 박형식(고연우 역), 진희경(강하연 역), 채정안(홍다함 역), 고성희(김지나 역), 최귀화(채근식 역)가 서로 상대방을 어떻게 반영하고 있는지를 살펴볼 예정이다. 본지는 <슈츠>의 자기대상 관계성을 3회에 걸쳐 공유한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하인즈 코헛의 ‘자기대상’
 
자기심리학을 발전시킨 하인즈 코헛은 개인의 내부 세계보다 다른 사람을 포함한 환경과의 유기적인 관계를 중요하게 여겼다. 코헛은 자기를 세우기 위해서는 항상 자기와 연결된 외적 대상이 필요하고, 그 대상들과의 지속적인 자기대상 경험 속에서 자기가 강화되고 유지된다고 봤다. 즉, ‘자기대상’은 ‘자기의 일부로 경험되는 대상’을 의미하는 것이다.
 
내가 아닌 상대방이지만 나와 아예 관계가 없는 상대방이 아닌, 나에게 영향을 주고 나를 반영하는 의미 있는 타자(상대방)를 뜻한다. 자기의 모습을 스스로의 모습을 통해 알 수 있기보다는, 나를 반영하는 의미 있는 사람에 의해서 볼 수 있다는 것이다.
 
자기대상은 일방향일 수도 있고, 서로에게 영향을 주는 양방향의 관계일 수도 있다. 양방향인 경우도 <슈츠>의 장동건과 박형식처럼 서로 다른 종류의 자기대상일 수도 있다. <슈츠>의 주요 등장인물들은 개성과 주관이 무척 뚜렷한 인물들인데, 그들은 스스로 존재감을 발휘하는 것 같지만 그들의 자신감과 자존심이 자기대상에 의해 구체화된다는 것은 흥미롭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자기대상의 종류(1) : 거울 자기대상
 
자기대상에는 크게 세 가지 종류가 있다. 거울 자기대상(mirroring self object)은 칭찬과 인정을 받고 싶어 하는 자기대상이다. 내가 이뤄낸 성과나 성취도 내게 의미 있는 타자로부터 칭찬과 인정을 받을 때 드디어 완성됐다고 느끼며, 자아의 존재감을 높이게 된다.
 
◇ 자기대상의 종류(2) : 이상화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idealizing self object)은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대상이다. 이때 대상은 안정되고 이상화된 완벽한 이미지(이상화된 이미지)를 가지고 있어야 하며, 자기와 융합할 수 있어야 한다. 자기와 융합될 수 없으면, 자기대상으로서의 의미가 없기 때문이다.
 
◇ 자기대상의 종류(3) : 쌍둥이 자기대상
 
쌍둥이 자기대상(twinship self object)은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는 느끼길 원하는 자기대상을 지칭한다. 이때 부모는 자기를 반영하고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모를 뜻한다. 자기가 타인과 다르지 않다는 것을 쌍둥이 자기대상을 통해 확인받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다. 쌍둥이 자기대상에 대한 욕구는 전 생애에 걸쳐 유지되는 욕구로 알려져 있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 박형식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 이상화 자기대상이자, 동시에 쌍둥이 자기대상이다
 
<슈츠>에서 장동건은 법무법인 강&함의 가장 능력 있는 변호사이다. 가장 비싸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소송을 도맡고 있으며 많은 사람들의 롤모델이자 부러움의 대상이다. 박형식은 사법고시를 패스하지도 못했고, 로스쿨 졸업장도 없고, 변호사 자격증도 없는 가짜 변호사인데, 다른 어떤 변호사보다 뛰어난 실무 능력을 발휘한다.
 
공식적인 학력도 자격증도 없기에 개인적인 능력은 뛰어나더라도 박형식은 변호사로서의 업무를 수행하지 못한다. 그런데, 아무도 어써(Associate Lawyer; 로펌에 채용된 소속 변호사)로 받아들이지 않았던 장동건은 우연한 기회에 박형식의 천재성을 알아보고 공식적 자격이 없지만 어써로 받아들인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장동건의 선택과 인정으로 인해 박형식은 다른 사람으로부터도 인정을 받고 스스로의 자존감도 높아졌다. 박형식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인 것이다. 박형식이 뛰어난 성과나 성취를 얻었을 때 장동건에게 확인받고 싶어 하고, 그 확인을 거쳐야 비로소 일이 마무리됐다고 느끼는 것은 장동건이 거울 자기대상이기 때문이다.
 
장동건은 박형식에게 이상화 자기대상이기도 하다. 변호사 자격증이 없는 자신과 비교하면 공식적으로 업무를 하는 최고의 변호사이고, 자격증이 없음으로 인해 무력해지는 순간에 자신을 보호해주는 전능한 존재인 것이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도전 욕구가 강한 박형식은 장동건을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삼으면서 무조건 추종하기보다는 그를 뛰어넘기 위해서 추종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장동건을 완벽한 대상으로 삼으면서, 그와의 융합을 통해 자신이 완벽해지기를 바라면서도 그를 넘어서기를 바라는 것이다.
 
<슈츠>에서 장동건은 잘난 척하며 힘을 과시하는 사람으로 생각될 수도 있는데, 때때로 박형식에게 하는 행동과 마음 씀씀이를 보면 박형식을 인정하고 보호하는 부모와 같은 역할을 하기도 한다. 박형식에게 장동건은 쌍둥이 자기대상이기도 하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즉, 박형식에게 장동건은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자 쌍둥이 자기대상이다. 하나의 자기대상이 아니라 여러 가지의 자기대상이기 때문에 더 큰 위력을 발휘하는데, <슈츠>에서 장동건이 없다고 생각하고 박형식을 바라보면 박형식이 더 이상 반짝이지 않는 것으로 보인다는 점이 이를 뒷받침한다.
 
◇ 장동건에게 박형식은 거울 자기대상이다
 
장동건만 박형식의 자기대상이 되는 게 아니라 박형식도 장동건에게 자기대상이 된다. 박형식은 고분고분하게 명령만 받는 게 아니라 장동건이 했던 방식을 차용해 주체적으로 행동하기도 하고, 장동건이 성과를 냈을 때 그냥 칭찬하는 게 아니라 왜 칭찬을 받아야 하는지 나름대로의 해석을 해 장동건에게 말한다.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슈츠’ 스틸사진. 사진=KBS2 방송 캡처>

박형식 나름대로의 해석을 들으면서 장동건과 시청자는 모두 장동건의 선택과 행동이 어떤 의미와 가치를 가지는지 더욱 깨닫게 되는데, 이런 측면에서 볼 때 박형식은 장동건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있는 것이다.
 
<슈츠>에서 장동건과 박형식이 단순 상하관계로 보이지 않는 이유는, 박형식이 장동건의 자기대상이 돼 주기 때문이다. 박형식이 없다고 가정했을 때 장동건의 선택과 행동 중 일부는 주목받지 못하거나 큰 의미가 있다는 것을 인정받지 못할 수 있다는 점을 집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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