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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골프장 직원이 된 강아지 이글과 버디

발행일 : 2018-07-09 15:14:11
[오군의 재팬 골프 리뽀또] 골프장 직원이 된 강아지 이글과 버디

아름다운 동행이다. 인간과 동물이 만들어낸 아름다운 하모니가 진한 감동으로 밀려온다. 일본 이바라키(茨城)현 이나시키(稲敷)군에 자리한 이글포인트 골프클럽과 두 견공 이글(14), 버디(12·이상 래브라도 리트리버)의 이야기다.

1999년에 문을 연 이글포인트 골프클럽은 비교적 단기간에 명문으로 자리를 잡은 18홀 규모 회원제 골프장이다. 수목원을 연상케 하는 자연친화적 코스는 전체적으로 난이도가 높지만 OB(아웃오브바운즈)존이 없어 골프 플레이의 진수를 맛볼 수 있다. 도쿄에서 멀지 않아 접근성이 좋고, 운영 시스템과 시설ㆍ서비스 등 분야별 내장객 평점도 높다.

이곳에선 매년 7월(올해는 13일 개막)이면 일본여자프로골프(JLPGA) 투어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가 열린다. 올해로 7회째를 맞은 이 대회는 전미정(2016년)과 김해림(2017년)이 우승해 우리에게도 낯설지 않다. 총상금은 6000만엔(약 6억원)으로 올해 열리는 38개 대회 중 가장 작은 규모지만 도쿄 주변 명품 코스에서 열리는 대회인 만큼 매 라운드 만원 갤러리로 북새통을 이룬다.

△대회장 갤러리로부터 맛있는 간식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버디. (사진=오상민)
<△대회장 갤러리로부터 맛있는 간식을 선물받고 좋아하는 버디. (사진=오상민) >

대회 흥행의 숨은 주역이 있다면 두 견공이다. 검은색 털을 가진 이글과 하얀색 털이 복슬복슬한 버디는 이글포인트 골프클럽의 정식 직원이자 마스코트다. ‘STAFF(스태프)’란 영문이 선명한 인식표를 목에 걸고 내장객을 맞는 일이 주요 업무다. 2015년부터는 대회 기간 클럽하우스 입구에서 출전 선수들을 맞는 업무가 추가됐다. 긴장한 선수들에게 기분전환과 활력을 불어넣기 위함이다. 전 세계 어디에도 없는 흥미로운 풍경이다.

반응은 폭발적이다. 이글과 버디를 보기 위해 일부러 골프장을 찾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간식거리를 챙기거나 인증샷을 찍어 SNS(쇼셜네트워크서비스)에 올리는 선수들도 있다. 우시키 신이치 지배인에 따르면 간식이나 선물을 준 내장객은 잊지 않고 기억한다. 방문이 잦은 회원은 자동차 소리까지 기억할 만큼 영민해서 회원들 사랑을 듬뿍 받고 있단다.

이글포인트 골프클럽과 두 견공의 인연은 2006년 10월 이 골프장에서 열린 JLPGA 레전드(시니어) 투어 맹도견 챌리티 에버그린골프컵이 계기가 됐다. 일본맹도견협회는 수차례 엄격한 심사를 통해 맹도견을 선발하는 만큼 모든 강아지가 맹도견이 될 수는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된 것이다. 시험에 합격하지 못한 강아지는 새 주인을 만나야 하지만 그 역시 쉬운 일은 아니다.

△우시키 신이치 지배인이 이글(왼쪽)ㆍ버디(오른쪽)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우시키 신이치 지배인 페이스북)
<△우시키 신이치 지배인이 이글(왼쪽)ㆍ버디(오른쪽)와 기념촬영하고 있다. (사진=우시키 신이치 지배인 페이스북) >

최종 심사에서 떨어진 이글 역시 새 주인을 찾아야 하는 상황이었다. 우시키 지배인은 “비록 최종 심사를 통과하진 못했지만 으르렁대거나 짓지 않는 착한 아이였다”며 이글의 직원 채용 배경을 설명했다. 이후 일본맹도견협회로부터 (털이) 하얗고 착한 아이(버디)가 하나 더 있다는 소식을 전해들은 우시키 지배인은 이글이 외롭지 않도록 버디의 직원 채용도 흔쾌히 수락했다.

사실 일본에는 이색적인 직함을 가진 동물이 많다. 나가사키(長崎)현 시마바라(島原)철도의 시마바라역은 강아지와 고양이 역장에 이어 잉어 역장까지 배출했고, 야마구치(山口)현 도슌지(洞春寺)에는 마루라는 이름의 강아지 주지(住持)가 탄생했다. 이에 비하면 강아지의 골프장 입사는 그리 놀라운 일도 아니다.

이글과 버디의 나이는 어느덧 14세와 12세가 됐다. 이글포인트 골프클럽과 함께 성장했고, 지금은 노년기를 보내고 있다. 덕분에 많은 사람이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소중한 추억을 만들어갈 수 있었다. 인간과 동물의 아름다운 동행 속에서 피어난 가슴 따뜻한 이야기는 지금도 현재진행형이다.

△매년 7월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이글포인트 골프클럽 전경. (사진=오상민)
<△매년 7월 사만사타바사 걸스 컬렉션 레이디스 토너먼트가 열리는 이글포인트 골프클럽 전경. (사진=오상민) >

반려동물 인구 1000만 시대에 접어든 우리사회엔 연간 유기견 10만 마리라는 어두운 이면이 공존한다. 생명을 사고 파는 애견숍과 반인륜적인 강아지 공장은 여전히 사회적 문제로 남아 있다. 골프장과 강아지의 아름다운 동행이 동화 속 이야기처럼 들리는 이유다. ‘민족의 위대함과 도덕적 수준은 그 민족의 동물 대하는 태도로 판단할 수 있다’는 마하트마 간디의 말이 머릿속을 배회하는 한주가 될 것 같다.

필자소개 / 오상민

골프·스포츠 칼럼니스트(ohsm31@yahoo.co.jp). 일본 데일리사 한국지사장 겸 일본 골프전문지 월간 ‘슈퍼골프’의 한국어판 발행인·편집장 출신이다. 주로 일본 현지 골프업계 및 대회장을 취재한다. 일본 가압골프추진기구에서 골프 전문 트레이너로도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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