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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발행일 : 2018-07-10 10:08:12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혼다는 토요타와 함께 하이브리드 승용차를 많이 만들어온 일본 메이커다. 그러나 시장에서는 늘 토요타에 밀리는 신세였다. 특히 한국에서는 인사이트나 CR-Z 등의 모델이 실패하면서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했다.

그러던 혼다는 2016년 1월, 9.5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로 한국시장에 다시 도전장을 내밀었다. 듀얼 모터로 무장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초반 판매 성적은 괜찮았으나, 이른바 ‘녹 사태’를 겪으면서 이미지에 큰 타격을 입었다.

이번에 혼다코리아가 내세운 10세대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풀 체인지 된 플랫폼에 높아진 상품성을 강조한 모델이다.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외관이나 실내는 앞서 시승했던 가솔린 모델과 거의 같다. 여기에 헤드램프 블루 리플렉터, 리어 콤비네이션 블루 렌즈, 하이브리드 전용 17인치 휠과 전용 리어 범퍼 등으로 차별화를 꾀했다.

계기반은 기존의 막대기형 그래프를 아날로그 그래픽으로 바꿨다. 업계 선두인 토요타 캠리 하이브리드와 유사한 디자인이다.

신형 어코드가 9.5세대와 가장 큰 차이를 보이는 것 중 하나는 배터리의 위치다. 트렁크에 두었던 배터리(IPU)를 리어 시트 아래로 옮기면서 적재공간을 늘리는 한편 무게중심도 낮추는 효과를 얻었다. IPU 사이즈를 구형보다 32% 줄인 덕에 가능해진 일이다.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파워트레인은 엔진 출력 145마력, 모터 출력 184마력으로 9.5세대와 사실상 같다. 그러나 기술적인 면에서 몇 가지 진보를 이뤄냈다. 구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기어 레버를 통해 P(주차)-R(후진)-N(중립)-D(주행)을 조작하고, 여기에 B 모드를 더했다. B 모드는 회생제동을 늘리는 한편, 내리막에서 엔진 브레이크 효과를 얻을 때 사용하는 기능이다.

반면에 신형 어코드 하이브리드는 버튼식 기어 시스템을 썼는데, B 모드 대신 스티어링 휠 양쪽에 패들 시프트를 장착해 모터의 성능을 조절한다. 왼쪽 - 패들을 조작하면 감속이, 오른쪽 + 패들을 조작하면 가속이 되는 식이다. 가속 페달과 브레이크 페달, 기존의 B 모드를 조작할 때보다 좀 더 섬세하게 속도를 조적할 수 있어 배터리 사용도 줄일 수 있는 장점이 있다.

정부 인증연비는 구형보다 소폭 감소했다. 구형은 복합 19.3, 도심 19.5, 고속도로 18.9㎞/ℓ인데, 신형은 각각 18.9, 19.2, 18.7㎞/ℓ이다. 이에 대해 혼다코리아 관계자는 “인증 연비는 낮아졌지만 실제 연비는 더 높다”고 강조한다. 과연 그럴까.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신호등이 많지 않은 국도 구간에서 어코드 하이브리드의 연비는 쭉쭉 올라간다. 많은 이들이 인증 연비 수치만 보고 가다서다 하는 도심에서 연비가 더 좋다고 알고 있지만, 실제 상황에서는 조금 다르다. 오로지 엔진만 구동되는 고속도로를 제외하고는, 시속 70~80㎞ 정도의 정속주행이 도심보다 연비가 더 잘 나온다.

특별히 신경 쓰며 주행하지 않았는데도 연비는 어느새 20㎞/ℓ를 넘긴다. 그러자 이 차의 연비가 어느 정도까지 올라가는지 갑자기 궁금해졌다. 패들 시프트를 쓰고 속칭 ‘깃털 악셀링’ 기법을 쓰자 연비가 계속 치솟는다. 최종적으로 기록한 연비는 25.7㎞/ℓ. 혼다코리아 신범준 실장은 “참가자 중 기록이 가장 좋다”고 귀띔한다.

연비만 좋은 게 아니다. 스포트(SPORT) 모드에서는 가속이 훨씬 빨라지고 댐퍼와 스티어링 반응도 스포티해진다. 하이브리드 자동차지만 운전의 즐거움도 놓치지 않았다는 얘기다. 특히 낮게 배치한 배터리 덕에 주행안전성이 구형보다 훨씬 좋아졌다.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경쟁차인 캠리 하이브리드의 인증 연비는 도심 17.1, 고속도로 16.2, 복합 16.7㎞/ℓ다. 과거 시승회에서 내가 몰았던 차는 17.8㎞/ℓ의 연비가 나왔고, 한국토요타 홍보팀이 고속도로 주행을 했을 때는 19~21㎞/ℓ의 연비가 나오기도 했다.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캠리 하이브리드를 동일 조건에서 테스트하면 결과가 어떨지 궁금해진다.

가격은 EX-L이 4240만원, ‘혼다 센싱’이 포함된 투어링이 4540만원이다. 구형 하이브리드의 경우 혼다 센싱을 장착하지 않아 소비자들의 원성이 자자했는데, 이번에는 두 가지 버전을 들여오면서 소비자에게 선택의 폭을 넓혀줬다. 특히 이번 혼다 센싱에는 저속 추종 장치(LSF)와 오토 하이빔이 추가돼 운전이 더욱 편해졌다.

경쟁차인 캠리 하이브리드는 4250만원 한 가지만 나온다. 국산차 중에는 현대 그랜저 하이브리드가 3580만~3995만원(풀 옵션은 490만원 추가)이고, 쏘나타 하이브리드는 2896만~3363만원(풀 옵션은 318만원 추가)이다. 중형급에서 하이브리드 구매 보조금(이산화탄소 배출량 97g/㎞ 이하이면서 배기량 2000㏄ 이하) 50만원을 받을 수 있는 차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쏘나타 하이브리드, K5 하이브리드, 링컨 MKZ 하이브리드 밖에 없다. 그랜저 하이브리드 풀 옵션은 보조금을 받는 어코드 하이브리드와 불과 5만원 차이밖에 안 난다.

[시승기] ‘연비 지존’ 혼다 어코드 하이브리드

앞서 언급한대로 혼다는 하이브리드 시장에서 토요타에 늘 눌려 있었다. 그러나 어코드 하이브리드만큼은 캠리 하이브리드에 뒤지지 않는 상품성을 보여줬다. 시장에서의 반응도 뜨겁다. 이미 사전계약 1000대를 돌파하며 순항 중이다. 이 분위기대로라면 하이브리드카 시장 석권은 시간문제다.

평점(별 다섯 개 만점. ☆는 1/2)
익스테리어   ★★★★☆
인테리어      ★★★★
파워트레인   ★★★★★
서스펜션      ★★★★☆
정숙성         ★★★★★
운전재미      ★★★★☆
연비            ★★★★★
값 대비 가치  ★★★★☆

총평: 연비는 기본이고, 운전의 즐거움까지 잡았다. 이보다 좋을 수 없다.
임의택 기자 (ferrari5@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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