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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발레] 정형일 Ballet Creative ‘Two Feathers’ 몸의 언어와 마음의 언어, 발레로 풀어낸 대화

발행일 : 2018-07-10 16:28:44

문화체육관광부, 서울특별시, 서울문화재단 주최, 정형일 Ballet Creative의 신작 발레 <Two Feathers>가 7월 7일부터 8일까지 아르코예술극장 대극장에서 공연됐다. 함께 공연된 <The Seventh Position>은 2018 대한민국발레축제 참가작으로 이미 본지에서 리뷰를 게재한 바 있다.
 
<Two Feathers>의 안무를 보면 인간 내면의 모습을 표현한 심리학 그 자체라고 볼 수 있을 정도로 인상적이었는데, 정형일 안무가가 심리학의 기반 하에 안무를 한 것인지 감각적으로 들여다본 내면을 표현한 것인지 궁금해졌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 2인무 정서의 변화 : 대결, 구도, 경직 → 선악 선택, 포기와 체념 → 화해, 남녀의 분화 → 인정과 수용, 시너지
 
<Two Feathers>는 흑조, 백조를 연상하게 하는 두 명의 여자 무용수의 2인무로 시작한다. 두 무용수는 손을 한 번도 놓지 않고 연결된 상태로 안무를 펼치는데, 대결, 구속, 경직의 이미지를 형성한다. 직선적 움직임을 펼치는 것은, 일반적으로 볼 수 있는 남녀 무용수가 2인무를 출 때 홀딩하는 것과 다른 정서를 만든다.
 
처음 등장한 두 명의 무용수가 들어가고 새로 등장한 두 명의 여자 무용수는 흑과 백의 의상을 각각 입었다는 공통점을 가지고 있지만, 서로 반대되는 거울 동작을 통해 미러링 효과를 만들고 있다는 점이 눈에 띈다.
 
첫 커플이 구속과 경직의 관계였다면, 두 번째 커플은 서로 비추지만 반대 방향을 취해 선악과 옳고 그름을 선택하는데 포기와 체념, 어쩔 수 없이 받아들인다는 뉘앙스가 전달되기도 한다. 남녀가 아닌 여여 커플이라는 점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세 번째 커플은 남녀 무용수가 등장한다. 검은색과 흰색이 아닌 회색의 의상을 입고 등장하는데, 화해의 이미지를 주기는 하지만 통합까지 연결되지는 않았다는 것을 연상할 수 있다. 두 사람이 처음으로 손을 놓는 안무는 남녀의 분화를 상징하는 것으로 생각된다.
 
<Two Feathers>에서 라이브로 연주된 음악은 우주공간 혹은 사이버스페이스를 연상하게 만든다. 추상적인 공간일 수도 있고, 구체적이지만 쉽게 갈 수는 없는 공간일 수도 있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네 번째 커플은 다시 흑과 백, 두 명의 여자 무용수이다. 굴레인 듯 구속인 듯 지지대인 듯 여러 가지 의미로 해석할 수 있는 바를 사이에 둔 두 명의 무용수는 직접 손을 잡고 연결하는 대신 각각 바를 잡음으로써 연결되는데, 같은 동작을 하지만 서로 마주 보는 거울 동작이 아니라 각각 다른 방향을 바라보며 같은 동작을 하는 것이다.
 
이전까지는 상대와 손을 잡고 거울 동작을 하면서 상대방이 오른손을 들 때 나는 왼손을 들 수밖에 없었다. 연결된 동작을 하면서도 다른 동작을 하는 것이기 때문에, ‘나는 옳고 너는 그르다’ 혹은 ‘네가 오르면 나는 그른가?’라고 생각할 수 있었다.
 
내가 오른손을 들 때 상대방도 오른손을 드는 동작을 하는 것은 ‘나도 옳고 너도 옳다’라는 의미로 받아들일 수 있는 인정과 수용인 것이다. 커플무 마지막에 두 명의 무용수는 무거운 바를 같이 들고나가는데, 안무가 끝났으니까 바를 치우는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상대방을 인정하니 두 배로 힘이 생기고, 두 배로 삶의 느낌을 공유할 수 있어서 바를 움직일 수 있는 것이라고 볼 수도 있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 3인무에서 4인무 그리고 독무로 이어지는 안무와 감정선의 흐름
 
<Two Feathers>에서 네 번의 2인무 후에는 흑과 백, 회색의 의상을 입은 세 명의 여자 무용수가 3인무를 춘다. 선과 악, 선도 아니고 악도 아닌 회색은 선악을 넘어선 개념과 자아의 확장 같은 메시지를 전한다. 이는 공간의 확장을 통해서도 표현되는데 안무 또한 그러 균형을 보여준다.
 
경쾌한 음악과 함께 이어진 4인무는 각각 2명씩 같은 동작을 하기도 하고 4명이 모두 시간 차이를 두고 동작을 펼치기도 하면서 ‘따로 또 함께’와 ‘나다움’을 동시에 표현한다. 미시적 관점으로 볼 때 4명의 무용수는 4명의 인물이 아니라 나를 구성하는 4개의 요소들이라고 볼 수도 있다.
 
이는 회색 의상을 입은 무용수의 독무에서 그 의미를 확인할 수 있다. 흑백이 나누어져 있던 나의 요소들이 거시적인 관점에서 회색으로 통합된 것이라고 느껴진다. 앞의 안무들과는 다르게 독무의 동작은 무척 부드러워졌는데, 이전에 서로를 지지하고 버팀목이 되고 날개가 되어 주는 등 상대방을 받쳐주는 동작을 통해 안정감을 찾았기 때문에 독무에서의 부드러운 동작으로 통합됐다고 여겨진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 흑 동작과 백 동작이 그냥 하나의 동작처럼 느껴지는 통합
 
<Two Feathers>에서 2인무, 3인무, 4인무, 1인무가 삶을 의지로 노력으로 힘들여서 사는 느낌의 동작으로 보였다면, 그 이후에 이어진 안무는 두 날개로 하늘을 부유하는 독수리의 비상처럼 우아하게 느껴졌다.
 
날갯짓 한 번 없이 유유히 우아하게 비상하는 독수리의 몸짓, 물 위에서 부유하는 우아하고 편안한 연꽃의 흐름 같은 유려하고 부드러운 동작들이 이어졌다. 그것은 마치 삶의 서사에, 공기의 흐름에, 물의 너울거림에 나를 내맡긴 자유로운 비상 같은 느낌을 줬다.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Two Feathers’ 공연사진, 사진=정형일 Ballet Creative 제공>

편안하고 부드러운 그 유려하고 우아한 손짓, 마치 요가에서의 태아자세 같은 몸짓은, 인간의 배아가 수정된 후, 분화 분열을 거쳐 개체로 발생하는 과정을 발레의 언어로 표현한 하나의 이야기처럼 느껴졌다. 그러고 나니 이제는 두개의 깃털이 대립과 균형, 분화된 각 개체가 아니라 흑백 의상을 입은 하나의 통합된 개체로 느껴졌다.
 
자아의 분화, 인간의 심리적 발생과정을 발레로 표현할 수 있는 능력이 있다면, 몸의 언어, 마음의 언어를 이렇게 표현했을 것이라고 느껴진, 안무가의 탁월함에 감탄하게 되는 작품이다. 발레로 풀어낸 몸과 마음의 대화는 막이 내린 후에도 큰 여운을 남기고 있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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