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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ET-ENT 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 자기대상(2) 부회장은 김비서의 거울/이상화/쌍둥이 자기대상

발행일 : 2018-07-14 01:06:52

박준화 연출, 정은영 극본 tvN 수목드라마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대상관계이론(Object Relations Theory) 심리학자 하인즈 코헛(Heinz Kohut)의 ‘자기대상(self object)’ 개념을 적용하는 두 번째 시간으로 부회장 이영준(박서준 분)이 비서 김미소(박민영 분)에게 어떤 자기대상이 되고 있는지 살펴본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익숙해지기와 자기대상
 
<김비서가 왜 그럴까>를 보면 김비서에게 익숙해지기, 부회장에게 익숙해지기가 모두 나온다. 9년간 상관과 비서로 있으면서 서로에게 익숙해지는데, 단순히 습관화된 측면으로만 축소해 볼 수도 있지만 익숙해지는 과정을 통해 상대를 통해 자기를 보는 자기대상이 되고 되어 주었다고 볼 수도 있다.
 
익숙해진다는 것은 반복적으로 만난다는 것을 전제로 하는데, 반복적으로 만나는 대상이 나를 제대로 반영해줄 때와 반영하지 못할 때의 차이는 실로 어마어마하다. 내가 상대방을 반영해줄 때와 반영하지 못할 때도 마찬가지인데, <김비서가 왜 그럴까>에서 부회장과 김비서의 관계에서 어릴 적 충격적인 사건도 중요하지만 9년간의 지속적 만남 또한 무척 중요하게 작용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 부회장은 김비서의 거울 자기대상이면서, 이상화 자기대상이기도 하고, 쌍둥이 자기대상이기도 하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초반에는 김비서가 부회장에게 거울 자기대상과 이상화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부회장은 김비서에게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한다는 점을 보여줬다.
 
그런데 드라마 후반부로 가면서 부회장이 김비서에 대해 가지고 있던 츤데레 모습이 점차 부각된다는 점을 짚고 넘어갈 필요가 있다. 츤데레는 차갑게 대하는 것 같지만 그 사람에게는 특별히 따뜻하게 대하는 것을 뜻한다. 부회장의 속마음이 드러나면서, 부회장은 김비서에게 이상화 자기대상과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 또한 한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부회장은 김비서의 가치를 알고 인정해주는 김비서의 거울 자기대상이라는 점은 어렵지 않게 도출할 수 있다. 부회장은 김비서가 비서일을 그만두지 않게 하기 위해, 그리고 김비서의 마음을 얻기 위해 김비서가 어떤 사람인지 반영해주면서 거울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있다.
 
이상화 자기대상의 측면에서 부회장을 살펴보면, 독보적인 스펙을 가진 완벽남이기 때문에 힘없는 자기에 대한 불안감을 줄이기 위해 힘이 있고 완벽하고 전능한 이미지와 융합하려고 찾는 대상이라고 볼 수 있다. 또 하나는 어릴 적 자기가 찾던 오빠가 부회장이었다는 것을 확인하면서 결정적인 순간에 힘이 되어 준 오빠의 이미지 또한 불안감을 줄이면서 든든한 힘이 되고 있기에 이상화 자기대상에 힘을 실어주고 있는 것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10화에서 김비서는 부회장에게 ‘오빠’라고 부른다. ‘오빠’라는 단어가 주는 일반적인 판타지를 고려하면, 회사에서의 상하관계에서 이런 호칭을 새롭게 사용했다는 것은 김비서가 부회장의 자기대상이 되어주는 계기라고 추측할 수도 있는데, 어릴 때 김비서의 기억을 근거로 보면 김비서가 부회장을 이상화 자기대상으로 이미지를 부합하게 만드는 시점이라고 볼 수 있다.
 
“사람들 마음을 사로잡는 치명적인 내 아우라”라는 부회장의 자신감과 나르시시즘은 그것을 들어주는 김비서에 의해 완성된다. 어릴 적 아이였던 부회장은 같이 납치된 유괴 사건에서 어린 김비서를 부모처럼 다독이고 보호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부회장이 부모와 유사하거나 동일하다고 느끼길 원하는 쌍둥이 자기대상의 역할을 하고 있기 때문에, 김비서가 부회장의 나르시시즘을 들어주는 장면에 개연성이 부여된다. 어린아이가 부모를 완벽한 대상으로 여기는 것과 같은 뉘앙스를 형성하기 때문이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제12화에서 “안 불편해, 낯 설 뿐이야. 내가 정말 불편한 건 김비서가 나 없는 곳에서 공포를 느끼는 거”라는 부회장의 대사는 부회장이 김비서를 대하고 보호할 때, 부모와 같은 마음으로 헌신적으로 임한다는 것을 알게 한다.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가 왜 그럴까’ 스틸사진. 사진=tvN 방송 캡처>

김비서는 부회장에게 거울 자기대상이자 이상화 자기대상이고, 부회장은 김비서에게 거울/이상화/쌍둥이 자기대상이다. 9년간 업무로 만나 익숙해져 있지만 연예에는 서로 서투른 두 사람이 사랑하는 과정을 자기대상이라는 관점에서 바라보면 그 디테일한 감정을 더욱 잘 따라갈 수 있다.
 
누군가에게 좋은 사람이 되고 싶으면, 누군가에게 어필하고 싶으면, 누군가와 사귀고 싶으면 자기대상이 되면 된다. 다른 방법도 많이 있겠지만, 빠르고 완벽하면서 지속가능하게 만들어주는 효율적이면서도 강력한 방법이다. 자기대상의 개념을 모르고도 좋은 인간관계를 맺을 수는 있는데, 그들 사이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자기대상의 관계가 형성돼 있다는 점은 이를 뒷받침한다.
 
천상욱 기자 (lovelich9@rpm9.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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